비트코인

비트코인 - 1년 반만에 240배 가격 급등

해암도 2013. 12. 15. 09:06

온라인 화폐 비트코인(Bitcoi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작년 중순까지 5달러에 머물던 1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4월 266달러, 지난달 중순 500달러에서 현재 1200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 반만에 240배나 폭등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화폐 수급과 은행간 결제 등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에서 차관급인 금융통화위원까지 참석한 비공개 ‘비트코인 세미나’가 열리는 등 금융당국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대통령이라는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도 비트코인의 장래성을 인정하면서 비트코인의 짝퉁들이 우후죽순 등장할 정도다.

 

현재 비비큐코인(bbqcoin), 라이트코인(litecoin) 등 80여종의 온라인 화폐들이 비트코인을 모방해 생겨났다. 비트코인은 리눅스나 안드로이드처럼 프로그램 설계도가 무상으로 공개된 오픈소스라 아류들이 쉽게 등장할 수 있는 구조다.

2009년에 처음 등장한 비트코인은 '투명화폐' '디지털 가상화폐' '인류 최초의 참여형 금융네트워크' 등으로도 불린다. 현재 중국·일본·유럽 등지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으며, 메리어트호텔·나이키·갭·버거킹 등 미국 전역 5만여개 소매점에서 통용되고 있다. 지난달엔 비트코인만으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미국 부부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소개됐고, 10월 말엔 캐나다에 비트코인 ATM(현금인출기)까지 생겼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비트코인 가격 추이
은행이 필요 없는 금융거래

온라인 가상화폐라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도토리' 같은 사이버머니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사이버머니는 발행사가 있지만, 비트코인은 별도의 발행 회사가 없다. 거래도 발행사를 거치거나 정부·중앙은행의 통제 없이 'P2P(다자간 파일공유)' 방식을 통해 이용자들끼리 직접 이뤄진다. 따라서 전 세계 어디서든 다른 이용자와 실시간에 낮은 수수료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계좌(주소)는 비트코인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만들 수 있다. 상품을 구매하고 P2P로 대금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면 네트워크에 접속한 수만명의 사람들이 이 거래를 승인시키는 작업을 수행한다. 그 작업은 영문·숫자가 무작위로 조합된 60자리 정도의 암호값을 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0000000000000083ee9371ddff055eed7f02348e4eda36c741a2fc62c85bc5cf’와 같은 암호값을 구해내야 하는 것이다. 새 암호값이 나오면 직전 10여분 동안의 거래들(일명 블록)이 한꺼번에 승인된다. 이 암호값을 제일 먼저 구해내는 사람에게 25비트코인이 대가로 주어진다.

 

거래 승인과 동시에 비트코인 발행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렇게 암호값을 구하는 작업이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채굴한다(mining)’고 표현한다. 이런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마이너(miner·채굴자)’라 부른다. 마이닝으로 하나의 암호값을 찾는 시간은 평균 10분이고 평균 60조번의 컴퓨터 연산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획득 경로는 채굴 참여나 거래소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대로 암호해독 과정에 참여하는 것과 거래소를 통해 실존 화폐와 교환하는 두가지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비트코인이 채굴되는 속도에 따라 암호 해독 난이도가 변동되는 알고리즘 체계인데다 수많은 채굴자들이 암호 해독에 뛰어든 이유로 인해 최근 암호 해독 난이도는 매우 높아졌다. 특화된 장비를 갖춘 전문적인 채굴 단체들이 암호 해독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정도다. 그래도 암호 해독 작업을 하고 싶다면 ‘노드’라 불리는 작업 조직에 가입하고 자신의 PC를 연산 작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참여 기여도에 따라 비트코인을 분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 매입이 보다 현실적이다.

비트코인은 화폐 발행량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여타 가상화폐와 다르다. 통화팽창에 의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2145년까지 비트코인 발행량을 2100만개로 제한해 두었다.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희소성을 가지는 이유다. 현재까지 발행된 비트코인 수는 1200만개로 현재 시가로는 6조원어치에 이른다.
‘비트코인’의 저자이자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코빗·korbit)의 공동 설립자인 김진화 이사는 "비트코인은 주인·중앙·국경이 없는 3무(無)의 사이버머니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거래 통화별 비중
비트코인 거래 통화별 비중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탄생

비트코인은 국가별 통화정책에 기반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탄생했다.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면서 버블이 발생하고 금융위기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화폐가치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고안됐다. 화폐가치의 산정 등은 철저히 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에 의해 결정된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 만들었다.

비트코인은 점차 사용 범위가 확대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8월엔 독일 정부가 비트코인을 세금 납부에 사용할 수 있는 공식 화폐로 인정했고, 최근엔 중국의 인터넷 포털 바이두까지 거래 수단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중국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몰렸다. 거래량 기준으로 중국은 지난달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선 지난 4월 거래소 코빗이 생겨 일 평균 3억원 정도 거래되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에서도 인천의 한 제과점이 현금 대신 제품값으로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하는 등 비트코인을 통한 상거래 가능성이 열렸다.

가치 급등락·해킹이 약점

하지만 비트코인 확산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우선 비트코인이 지하자금 은닉처로 사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지난 3월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사태)에 몰린 키프로스가 은행 예금에 대한 과세를 발표하자 유럽의 부호들이 비트코인에 몰리기도 했다. 또 온라인 화폐인 만큼 해킹에 취약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1일엔 호주에서 해킹으로 비트코인 보관업체가 15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태국 등에선 비트코인을 합법적 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등 국내 금융 당국은 현재 세계에 통용되는 비트코인 전체 규모가 한국 화폐 발행 잔액인 58조원의 10분의 1에 그칠 정도로 작을 뿐 아니라 가격이 급등락해 가치 안정성에서도 약점이 있기 때문에 기존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에도 한국은행은 비트코인에 대해 “지급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입력 : 2013.12.13 04:59

최형석 블로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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