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보면 돈 관리 습관이 보인다
돈 새는 집에서 벗어나는 新정리법
“연봉은 몇 년 새 제법 많이 올랐는데 이상하게 통장 잔고는 그대로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많은 사람이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를 낮은 월급이나 높은 물가에서 찾는다. 하지만 일본의 가정경제 컨설턴트인 시모무라 시호미씨는 집 안을 먼저 살펴보라고 말한다. 집안에 수북하게 쌓인 물건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부르고, 결국 돈이 새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시모무라씨는 “집을 보면 그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물론, 돈 관리 습관까지 드러난다”면서 “부자들은 공간을 깔끔하게 유지하고, 필요 없는 물건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투자회사에서 고객 자산 관리를 하던 그는 2014년부터 가정 경제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1000여 집의 재정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 <돈이 쌓이는 집, 돈이 새는 집>도 썼다.
돈이 쌓이는 집과 돈이 새는 집의 차이는 무엇일까. 부자들은 일찌감치 정리했지만, 많은 사람이 아까워서 혹은 필요할까봐 집에 남겨두는 물건들이 있다. 시모무라씨의 책을 바탕으로 돈이 새는 집의 대표적인 네 가지 특징을 살펴본다.

✅‘버리기 아까워서’ 부엌을 점령한 물건들
부엌은 집 안에서 가장 다양한 물건이 모이는 공간이다. 조미료와 식재료부터 식기, 냄비와 프라이팬, 머그컵, 텀블러와 밀폐 용기, 1년에 몇 번 쓰지 않는 제사용품까지 종류도, 사용 빈도도 제각각이다. 다 쓴 잼 유리병, 배달용 일회용품, 비닐봉지처럼 ‘언젠가 쓸 것 같다’는 이유로 남겨둔 물건이 특히 많은 공간이기도 하다.
정리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시모무라 씨는 부엌을 정리 초보자가 가장 먼저 도전하기 좋은 공간으로 꼽는다. 다른 공간보다 심리적 부담이 적고, 정리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은 애착을 갖고 보관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유통 기한이 있어서 버릴 기준을 세우기 쉽다. 시모무라씨는 “부부만 사는데 사은품으로 받은 텀블러가 10개 있는 집도 있었다”며 “물건이 멀쩡해도 지금 내게 필요하지 않다면 미련을 버리고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엌에서도 가장 먼저 손대기 좋은 곳은 냉장고다. 식품에는 유통 기한이 표시돼 있어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기 쉽다.
돈이 새는 집의 냉장고는 항상 포화 상태다. 냉동실 구석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봉지들이 꽁꽁 얼어붙어 있고, 팬트리에는 유통 기한이 지난 영양제와 소스, 통조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모무라 씨는 “돈이 새는 집일수록 꽁치·고등어·파인애플 등 각종 통조림을 필요 이상으로 사들여 쌓아두는 경향이 있다”며 “가족의 입맛과 평소 조리 습관을 고려하면 실제로 자주 사용하
는 통조림은 많아야 두세 종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물건이 공간을 점령할수록 이미 가진 물건을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같은 물건을 다시 사는 중복 소비로 이어진다. 부엌에 방치된 물건들이 돈이 새는 원인이 되는 셈이다.

✅‘있는데 또 샀다’ 옷장의 함정
아침마다 옷 고르는 일이 스트레스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옷장을 열면 옷들이 뒤엉켜 있어 원하는 옷을 찾기 어렵고, 꺼내 입기도 번거롭다. 결국 거실 한쪽에 별도 행거를 두고 자주 입는 옷만 따로 걸어두는 경우도 있다.
시모무라씨는 옷장 가득 쌓인 옷이 만드는 스트레스는 작은 투자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옷걸이를 같은 종류로 통일하는 것이다.
모양이 같은 튼튼한 옷걸이에 옷을 걸면 종류별 정리가 쉬워지고, 어떤 옷을 갖고 있는지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비슷한 옷을 다시 사는 불필요한 쇼핑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옷걸이는 몇 개가 적당할까. 공식은 ‘옷장 봉 길이÷2.5’다. 가령 봉 길이가 100㎝라면 옷걸이는 40개 정도가 알맞다. 옷 사이에 여유 공간이 있어야 보관한 옷이 눈에 들어오고, 쉽게 꺼내 입을 수 있다.

시모무라씨는 “옷을 사거나 세탁할 때 옷걸이를 무료로 얻는데 왜 돈을 들여 사느냐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다이소 같은 곳에서 파는 미끄럼 방지 옷걸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몇 만원의 옷걸이 투자가 더 나은 소비 습관과 자기 관리 기준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쌀 때 쟁여두자’ 대량 소비의 늪
집 안의 소비 습관은 욕실 선반에서도 드러난다. 세제, 샴푸, 목욕용품이 종류별로 정리되지 않은 채 뒤섞여 있거나, 할인 때마다 사둔 제품들이 물때가 낀 채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욕실은 습기가 많은 공간이다. 물건을 많이 쌓아둘수록 곰팡이가 생기기 쉽고 청소도 어려워진다.
시모무라씨는 욕실 청소용품은 최소한으로 줄일 것을 권한다. 청소용 세제는 두 종류면 충분하다고 한다. 물때와 일반 오염 제거에 활용할 수 있는 중성세제, 그리고 곰팡이 제거제다. 여러 종류의 세제를 늘어놓기보다 필요한 제품만 남기는 것이 관리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세제는 욕실 앞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용기에 개봉 날짜를 적어두면 좋다. 얼마나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청소 주기와 다음 구매 시점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호텔에서 가져온 일회용 칫솔도 대표적인 ‘쌓이는 물건’이다. “다음 여행 때 쓰면 되지”, “손님이 오면 쓰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모으다 보면 어느새 서랍 한 칸이 가득 찬다.
하지만 칫솔은 입안에 직접 닿는 위생용품이다. 언제 가져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쓰임이 끝난 물건을 아깝다는 이유로 보관하는 것은 결국 집 안 공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다.
수건은 가족 구성원마다 적정 수량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1인당 3장 정도씩 촉감 좋은 상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소모품인 만큼 1~2년마다 새것으로 교체하면 욕실 분위기도 달라진다. 빨래 횟수가 부담스럽다면 가족 상황에 맞춰 4~5장 등 기준을 정하면 된다.
✅‘언젠가 쓰겠지’ 방치된 잡동사니들
집 안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요가 매트와 실내 자전거, 앞쪽 몇 페이지만 읽은 재테크 서적과 인터넷 강의 교재. 모두 돈이 새는 집에서 흔히 발견되는 ‘과거 지출의 영수증’이다.
시모무라씨는 이를 ‘비싼 공간을 낭비하는 공간 도둑’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꼼꼼하고 성실한 사람일수록 남은 공간을 아까워해 물건으로 채워 넣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공간이 물건으로 가득 차면 이미 가진 물건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고, 같은 물건을 다시 사는 등 불필요한 소비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물건이 차지한 공간에는 가격표가 붙는다. 가령 도심 집값을 기준으로 보면, 베란다나 방 한쪽 구석을 창고처럼 사용하면 단 1평(3.3㎡)이라 해도 환산하면 수천만 원에 달한다.
물건 홍수에 휩쓸리면 정작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 시모무라씨는 “집을 정리하다 보면 로봇청소기, 충전기, 블루투스 이어폰, 태블릿 등을 잃어버렸다며 찾아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며 “결국 찾지 못해 같은 물건을 다시 사게 되는데,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낭비”라고 말했다.
집 안에 쌓인 물건은 과거 소비의 흔적이자 미래 지출의 신호다. 버리지 못한 물건 하나가 공간을 차지하고, 잊힌 물건 하나가 또 다른 소비를 부른다. 돈을 모으고 싶다면 통장보다 먼저 집 안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경은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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