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시작되는 곳은 뱃살이 아니라 ‘뇌’다. 뇌의 도파민 보상 체계가 어긋난 것이 뱃살로 이어지게 됐을 뿐이다. 지방흡입 수술로 지방을 제거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뱃살이 차오르는 게 그래서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획기적인 비만 치료제들은 뇌를 공략해 뱃살을 제거하는 접근 방식을 취한다.
뇌를 건드리는 약이 바로 GLP-1 수용체 작용제다. ‘GLP-1’이라는 우리 몸속 호르몬을 모방한 약이다. 이 호르몬과 구조가 비슷해 GLP-1 유사체라고도 한다. 2022년부터 수요가 폭발해 블록버스터 약이 됐다. 오젬픽·위고비·삭센다·마운자로 같은 약인데, 이를 모두 합한 총 매출은 지난해 8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의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약물의 혁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약이 당뇨와 비만뿐 아니라 심장병, 치매, 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적인 스펙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살을 빼는 약이 인간을 가장 곤란하게 하는 치명적 질병에도 효과를 보일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위험하는 부작용은 있지 않을까. GLP-1 유사체의 명암을 최신 연구 결과와 함께 자세히 소개한다.
📋목차
① 비만은 뇌의 문제
② 뇌를 정상으로 되돌리다
③ 놀라운 호르몬, 하지만 너무 짧다
④ 블록버스터의 탄생
⑤ 끝도 없는 부작용 리스트
⑥ 만병통치약?
⑦ 현장에서 드러난 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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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뇌가 식욕과 포만감을 인지하는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생긴다. 되돌리려면 단순히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을 하려는 ‘의지’로는 안 된다. 의지 자체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이하 그래픽 이경은·박지은
※아래 텍스트는 영상 스크립트입니다.
비만은 뇌의 문제
비만은 일종의 정신질환입니다.
이게 다 도파민과 관련돼 있습니다.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쾌락 물질인데요.
목표한 걸 이루거나 의미 있는 걸 배우거나 재미와 기쁨을 느낄 때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옵니다.
반드시 할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 다음에도 꼭 다시 하라는 뇌의 명령이죠.
그런데 도파민은 외부 물질로 인해 나오기도 합니다.
마약이나 술, 담배 같은 것들이죠.
난생처음 할 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쾌락을 주지만, 점점 많은 양이 필요하게 됩니다.
내성이 생기면서 도파민 분비 시스템이 망가지고요.
이제 그 물질에 의존하지 않고는 삶에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를 중독이라고 하죠.
중독 중엔 음식 중독도 있습니다.
특히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먹을 때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데요.
비만인은 이 시스템이 망가져 있습니다.
아무리 음식을 입에 욱여넣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되죠.
비만 역시 중독의 카테고리 안에 있고요.
따라서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볼 수 있죠.
따라서 비만을 치료한다는 건 단순히 살을 빼는 차원 이상의 것입니다.
뇌를 바꿔야 하죠.
근데 그게 가능할까요.
뇌를 정상으로 되돌리다
그런데 2023년 어떤 물질이 비만인의 뇌를 회복시켰다는 결과가 나와서 충격을 준 적이 있습니다.
중뇌에 있는 도파민 분비 시스템을 정상으로 되돌렸다고 하죠.
이걸 가능하게 한 건 리라글루타이드라는 약입니다.
리라글루타이드라는 이름이 좀 생소할 수 있는데요.
이 물질로 만든 약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삭센다라는 아주 유명한 비만치료제죠.
이와 비슷한 약으로 위고비, 오젬픽 같은 것도 아주 명성이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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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을 치료해 준다는 약제 삭센다, 위고비, 오젬픽은 2022년 이후 전 세계에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켰다. 이 약제는 모두 GLP-1과 비슷한 구조로 생겼다. GLP-1은 원래 우리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의 준말이다. 글루카곤과 유사하지만, 글루카곤과는 달리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 약은 원래 위에 음식물을 더 머물게 하고, 뇌에 포만감을 줘서 음식을 덜 먹게 하는데요.
여기에 뇌 기능까지 바꿔준다는 사실도 드러난 겁니다.
비만인의 뇌를 바꿈으로써 질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된 거죠.
약을 써본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삭센다나 위고비 같은 약을 쓰면 뇌에서 속삭이던 잡음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거죠.
더 먹어라, 더 먹어라 하는 지속적인 갈망이 음 소거 되고 심적으로 고요한 상태에 놓인다는 겁니다.
놀라운 호르몬, 하지만 너무 짧다
이건 모두 GLP-1이라는 물질 덕분입니다.
GLP-1은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소장과 췌장에서 주로 나오는 호르몬입니다.
우리 몸의 여러 세포에는 GLP-1의 명령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수용체들이 있습니다.
GLP-1이라는 열쇠가 와서 탁 결합하면 바로 여러 회로가 활성화되죠.
우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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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이 췌장의 수용체에 결합하면 이후 회색빛으로 돼 있는 모든 경로가 순차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인슐린 분비가 시작된다. 다른 세포에도 수용체가 있으며 각기 다른 기능을 발휘한다. 그중에는 염증을 줄이는 작용을 하는 경로도 있다.
이 사실이 1987년 발견됐는데요.
이때부터 GLP-1이 당뇨병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알아보고 과학자들과 제약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연구에 돌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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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선구적 4인의 과학자.
그런데 GLP-1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요.
호르몬이 나오고 1~2분이 지나면 바로 분해돼 사라져버린다는 것이었죠.
그러니까 약으로 쓰기에는 지속시간이 터무니없이 짧았습니다.
하지만 1991년 미국 재향군인병원의 존 엥 박사가 아메리카독도마뱀의 독에서 GLP-1과 비슷한 물질을 발견합니다.
이 물질은 1~2분이 아니라 몇 시간 동안 체내에서 지속했죠.
이 발견에 고무된 제약사들은 GLP-1과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더 오래가는 약을 만들기 위해 아미노산 사슬을 변경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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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독도마뱀의 독은 먹이 입장에선 치명적 물질이지만 자기 입장에선 소화제다. 아메리카독도마뱀은 자기 체중의 절반이나 되는 먹이를 한번에 먹어도 혈당이 확 올라가지 않는데, 이 독이 몇 시간 동안 체내에 남아 혈당 조절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 끝에 노보노디스크에서 12시간 이상 지속하는 리라글루타이드를 만들었고요.
이 물질이 빅토자와 삭센다라는 약에 쓰이고 있습니다.
블록버스터의 탄생
연구를 거듭해 일주일 동안 지속하는 세마글루타이드도 나왔는데요.
이 약이 오젬픽과 위고비입니다.
연구를 할수록 몸속에 더 오래 머무르는 약이 개발됐습니다.
빅토자와 오젬픽은 당뇨병 치료제이고, 이를 살짝 바꿔서 비만치료제로 나온 게 삭센다와 위고비입니다.
이 외에도 GLP-1의 효과를 모방한 약은 몇 가지 더 됩니다만, 다 비슷하게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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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들어진 약제는 몇 시간 동안 지속됐지만, 요즘 나오는 건 일주일씩 지속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현재 처방할 수 있는 GLP-1 유사체는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 치료를 위해 지금 사용되고 있는 둘라글루타이드라는 제제가 있어요.
그거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 놓습니다.
그건 당뇨병용으로만 나왔고요.
그다음에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비만 치료를 위한 삭센다 리라글루타이드죠.
최근에 이제 위고비라는 세마글루타이드라는 약제가 허가를 받았어요.
근데 그 위고비는 허가가 난 지 얼마 안 돼서 경험이 많지는 않고요.
똑같은 세마글루타이드가 당뇨병 치료용으로 발매가 됐을 때는 그 약 이름은 오젬픽이 되고요.
이 세마글루타이드는 또 먹는 약으로 만들어진 제형이 있습니다.
그거는 또 이름이 달라서 리벨서스라고 그래요.
오젬픽과 리벨서스는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는 않았죠.”
(박정현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이 GLP-1 유사체들은 사실 모두 처음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습니다.
인슐린 분비를 도와서 혈당을 낮춰줄 뿐만 아니라 췌장 베타세포 증식을 촉진하고 더 나아가 세포가 죽는 것까지 막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비만 치료는 먼 얘기였습니다.
사실 90년대, 2000년대에도 비만을 치료한다는 건 제약업계에서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개발된 대부분의 약이 효과가 없어서 사장됐고, 체중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약은 모두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했죠.
그런데 GLP-1 유사체들을 실제 임상을 해보니까 체중 감량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체중을 10% 가까이 줄였고, 세마글루타이드는 15%를 줄였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터제파타이드는 체중을 20% 이상 줄였습니다.
이 정도 감량은 위 절제수술로만 도달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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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로 갈수록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소 효과는 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였다.
“GLP-1이 비만을 치료하는 기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은 조금 다르거든요.
GLP-1이 분비가 되게 되면은 얘가 인슐린 분비를 촉진을 해줘요.
그래서 혈당 떨어뜨리는 데 강력하게 파워를 발휘를 하고요.
또 췌장에서 나오는 호르몬 중에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이거는 인슐린과 반대의 작용을 해서 혈당을 올리거든요.
이 호르몬을 억제를 해주죠.
그다음에 뇌로 들어가서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혈당을 또 낮추는 데 관여를 하죠.
그렇게 식욕을 억제를 함으로써 우리 비만 살찐 거를 또 해결하는 작용을 가지고 있어요.”
(박정현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당뇨병에 비만까지 확 줄이는 게 증명되면서 2022년부터 판매에 불이 붙었습니다.
약을 개발한 노보노디스크는 2023년 LMVH를 제치고 유럽 최고의 시가총액 기업이 됐고 코카콜라, 삼성보다 순위가 더 높습니다.
그해 덴마크 정부에만 세금을 23억 달러를 냈는데요.
그 덕에 인구 600만이 안 되는 덴마크의 GDP가 인구 1억이 넘는 이집트를 제쳤죠.
작년 말 최신 치료제인 카그리세마의 효과가 기대에 살짝 못 미쳤다고 주가가 내려가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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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유사체를 활용한 비만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노보노디스크는 유럽연합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비만 치료 쪽으로 말씀을 드릴게요.
삭센다의 예를 들어보면, 삭센다는 처음 투여를 시작을 할 때 아주 작은 양으로 가게 돼 있습니다.
작은 양으로 해서 일주일 뒤에 용량을 올리고 또 일주일 뒤에 올리고 해서 최대량까지 이렇게 올라가게 돼 있는데 최대량까지 도달하는 데 대략 한 달 이상 걸리거든요.
그렇게 천천히 이제 양을 올리라고 하는 이유는 위장관 부작용 때문에 그래요.
작게 써서 적응시켜가면서 이제 그렇게 간다는 거라서 이거는 양을 작게 쓸 때와 많이 쓸 때가 비용이 다르죠.
펜 가격이 그렇게 되는 건데 대략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으로 의료보험이 안 되니까 본인이 전부 100% 부담을 하게 되는데 대략 한 달 비용을 한 40만원 전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평균적으로 이것도 뭐 주마다 다르고 보험마다 다르고 이런데 미국 같은 경우는 평균 200만원 정도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가격이 미국의 5분의 1 정도다 이렇게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박정현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끝도 없는 부작용 리스트
물론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닙니다.
최근 GLP-1 유사체를 이용한 21만 명의 환자와 다른 당뇨병 치료제를 쓴 환자를 비교해 부작용을 검토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우선 가장 걱정되는 건 췌장염이었습니다.
위험이 146% 더 높았죠.
그 외에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 중에 가장 위험도가 높은 건 메스꺼움이었고요.
신장결석, 위식도역류병, 수면장애, 장염이나 위장염 등 부작용이 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소화기 부작용이 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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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유사체에선 소화를 맡는 위장관계 부작용이 주로 나타났다.
“많은 부작용들이 이제 있었어요.
이거는 이제 이번에 나온 논문 말고도 한 5~6년 전부터 임상시험을 하면서 나오는 부작용 리스트를 쫙 저희들이 알고 있었거든요.
다만 이제 문제가 되는 거는 어느 정도의 빈도냐는 거거든요.
그런데 소화기 부작용은 원래 작용하는 기전 자체가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위에서 음식 배출을 느리게 만들기 때문에 이쪽에는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이쪽은 많은 경우는 거의 두 분 중에 한 분 정도는 이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위고비가 살을 빼주는 정도가 아주 많게는 이제 처음 시작할 때 100㎏인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위고비를 쓰게 되면 1년이 지나가면 이제 20㎏ 정도 최대한 빠질 수 있는 걸로 돼 있는데요.
이게 삭센다가 뺄 수 있는 체중의 2배 이상이거든요.
근데 이 약들이 체중을 빼주는 가장 중요한 작용 기전이 식욕을 억제하는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2배 이상 체중을 빼준다는 말은 무슨 뜻이겠어요?
두 배 이상 식욕을 억제한다는 거겠죠.
그만큼 위장관 부작용은 더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유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담석증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잘 알려져 있어요.
이거는 이 약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빠른 속도로 체중을 빼게 되면 다 담석이 생겨요.
그래서 이 약의 특이한 부작용이라고 보기는 사실은 좀 어렵고요.
그다음에 콩팥을 손상시킬 수 있는 부작용은 그거 맞습니다. 급성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 보고가 돼 있거든요.
그래서 이것도 약을 쓰면서 의사 선생님들이 추적을 해야 됩니다.
그 증상하고 검사해가면서 그래서 그런 것들로 해서 우리가 모니터를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거든요, 부작용들이.
그래서 옛말에 그런 말이 있었죠.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약은 반드시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몸 안에 들어가서 뭘 바꾸니까요.
어떤 약이 아무런 부작용이 없더라, 그 약은 효과도 없는 약이죠.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박정현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만병통치약?
그런데 이 연구를 종합적으로 보면 GLP-1 유사체는 위험성을 높인 질병보다 낮추는 질병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심장마비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부터 감염 질환, 간부전, 인지 장애까지 정말 정말 다양한 질환의 위험을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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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은 몸의 여러 곳에서 기능을 개선하고 질병을 막는 효과를 보였다.
사실 이 약은 이미 여러 임상과 연구를 통해 수많은 질병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당연히 혈당 조절에 뛰어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몸속 활성산소를 줄이고 염증도 줄여주고요.
뇌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해 뇌 기능을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항염증과 세포 능력 개선을 통해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췄고, 심지어 뼈와 연골을 복구하고 근육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몸 여러 곳에 있는 GLP-1 수용체들의 회로가 활성화되면서 벌어진 일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 암 위험을 줄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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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임상에서 GLP-1 유사체가 효과를 보인 질병의 목록.
“GLP-1은 호르몬이거든요.
그래서 이제 GLP-1 호르몬에 결합하는 수용체라는 것과 결합을 해서 효과를 나타내는 되는 거고요.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면 이제 수용체 뒤쪽으로 신호 전달이 이루어지면서 여러 가지 생물학적인 효과가 나타나는데요.
GLP-1이 갖고 있는 아주 재미있는 효과 중에 하나가 항염증 효과예요.
그 수용체가 있는 조직에 가서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는데요.
천식이라든지 그런 쪽에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은 기관지에 발생한 염증을 가라앉히는 기전을 통해서 이루어져요.
당뇨병 조절과는 관계가 없어요.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 같은 뇌의 퇴행성 질환도 원래 발생하는 기전 자체가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지지 세포들의 염증 때문에 신경이 염증이 생기고 파괴돼서 죽어가고 하는 것이 주된 기전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그런데 이 GLP-1이라고 하는 것이 뇌 속으로 들어가면 그 염증을 가라앉히죠.
가라앉히는 신호 전달 체계는 천식에서 염증 가라앉히는 거나 뇌 속에서 가라앉히는 거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박정현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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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교수는 “비만은 앞으로 50~100년간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GLP-1 유사체는 인류의 비만 치료 역사에서 굉장한 성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 무기는 사용이 까다로워서 조심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드러난 심각성
물론 이 부작용보다 조금은 더 심각한 일들이 수술 현장에서 최근 보고되고 있긴 합니다.
이 약들이 음식물의 위 배출을 지연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죠.
수술하려면 적어도 10시간 이상 금식해야 하는데요.
약을 먹은 사람이 하루 동안 금식을 하고 수술방에 들어갔는데 위에 음식물이 많이 남아 있어서 수술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미국 마취학회에선 수술 전에 약을 끊으라는 지침을 만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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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취학회는 수술을 앞두고는 GLP-1 유사체 약제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맞는 것들이 작용 시간이 길기 때문에, 검진하려고 내시경 하러 갔는데 분명히 하루를 완전히 굶었는데 내시경 들어가 보니까 밥이 꽉 차 있더라 이게 흔히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들리는 이야기거든요.
전신 마취하고 수술하는 환자가 위에 뭐가 차 있으면 전신 마취하고 누워 있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사레가 들리고 하면 다시 삼키든지 우리가 하는데요.
마취가 돼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위에 음식이 있으면 이게 수평이 되니까 위로 이렇게 올라가서 폐로 넘어가요.
흡인성 폐렴이 오는데 그건 치명적일 수 있거든요.”
(박정현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요즘 과학자들이 GLP-1에 더 흥분하고 있는 건 이게 뇌를 바꾼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말했듯, 뇌에서 충동적으로 들려오는 갈망의 소음을 제거한다는 거죠.
GLP-1은 소장, 췌장만큼이나 뇌세포 자체에서도 많이 생성됩니다.
그리고 GLP-1을 받아들이는 뇌세포도 뇌 전역에 깔려 있습니다.
이게 어떤 잠재력이 있느냐.
중독을 치료하고, 망가진 도파민 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동물들은 달콤한 음식을 먹거나 코카인이나 아편을 맞으면 도파민 분비가 최고조에 달합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GLP-1이 체내에 존재하면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상에 대한 효과, 도파민이 나오지 않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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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유사체 약제가 몸 안에 존재하는 동안 쥐는 마약을 맞아도 도파민이 크게 나오지 않았다.
달콤한 걸 먹고 마약을 쓰면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는 건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약은 정말 엄청난 도파민을 쏟아져 나오게 하죠.
그런데 아편 금단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리라글루타이드를 쓰자 갈망이 40%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부작용 대규모 연구에서도 연구진이 꼽은 가장 인상 깊은 효과는 약물 사용 장애, 그러니까 마약중독을 줄였다는 점입니다.
아마 GLP-1은 마약, 알코올 중독과 흡연 치료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의 뇌 속에 보면 쾌락을 담당하는 부위가 있습니다.
흡연이라든지 다 알코올 중독이라든지 그다음에 마약 중독이 다 비슷해요.
본질적으로는 중독이라는 게 거기에 관계하는 쾌락을 담당하는 중추가 있거든요.
거기에 이 GLP-1이 작용을 합니다.
작용을 해서 억제하는 것이 아니고요.
예를 들면 뭐라 그럴까, 요만큼의 술을 먹어야만 만족을 하는 분인데 GLP-1이 들어가면 이만큼만 먹어도 이만큼 먹은 것만큼 만족의 정도가 만들어진다라고 이해하시면 될 거예요.”
(박정현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하지만 동시에 이 약은 도파민 전체를 억누르면서 불안감과 우울감, 일상에 대한 흥미를 상실하게 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식욕을 없앨 뿐 아니라 성욕도 없애고, 삶을 무료하게 만든다는 얘기도 들려오죠.
해외에선 이를 ‘오젬픽 퍼스널리티’, 오젬픽 성격이라고 부르는 용어도 생겨났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부작용은 있고, 세상은 항상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죠.
이런 부작용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까지 바꾼다는 마법의 약은 어디까지 범위를 넓혀갈지 앞으로가 더 궁금해집니다.
📝참고 자료
☞Liraglutide restores impaired associative learning in individuals with obesity
☞Insulinotropin: glucagon-like peptide I (7-37) co-encoded in the glucagon gene is a potent stimulator of insulin release in the perfused rat pancreas
☞The Story of GLP-1: Episode 1 - “A diabetes doctor’s dream”
☞The Story of GLP-1: Episode 2 - “If you don‘t fix this”
☞The Story of GLP-1: Episode 3 - “A steak well done”
☞The Story of GLP-1: Episode 4 - “The next really good idea”.
☞Isol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exendin-4, an exendin-3 analogue, from Heloderma suspectum venom. Further evidence for an exendin receptor on dispersed acini from guinea pig pancreas.
☞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mechanisms and advances in therapy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3.0 mg of Liraglutide in Weight Management
☞Once-Weekly Semaglutide in Adults with Overweight or Obesity
☞Tirzepatide Once Weekly for the Treatment of Obesity
☞Mapping the effectiveness and risks of GLP-1 receptor agonists
☞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s Consensus-Based Guidance on Preoperative Management of Patients (Adults and Children) on Glucagon-Like Peptide-1 (GLP-1) Receptor Agonists
☞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s (GLP-1RAs) in the Brain-Adipocyte Axis
☞Acute 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 Liraglutide Prevents Cue-, Stress- and Drug-Induced Heroin Seeking in Rats
불로장생의 꿈: 바이오 혁명
인간이 건강을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기술이 질병을 통제하는 시대입니다. 세상엔 수만 가지 치료법과 신약이 떠돕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정보는 한정적입니다. 영상 시리즈 〈불로장생의 꿈 : 바이오혁명〉은 세계적 권위의 전문가 인터뷰를 토대로 세상을 선도하는 신약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가장 앞선 이야기를 전합니다. 새로운 치료법과 신약을 기다리시는 분, 바이오테크의 미래가 궁금하신 분, 생명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쉽게 이해하고 싶으신 분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불로장생의 꿈: 바이오 혁명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운동해도 살 안 빠져” 매일 40㎞ 달린 ‘미친 연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3025
당뇨인이 가장 오래 살았다…노화 막는 마법의 ‘100원 약’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6655
“짜게 먹고도 100살 살았다” 그런 노인들 비밀은 따로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0862
“간헐적 단식, 암 일으킨다” 충격적인 연구 실체 파봤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0054
암 죽이지만 심장병 만든다? 뱃살 녹이는 ‘저탄고지’ 진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1029
에디터 이정봉 박지은 정수경 이경은 중앙일보 발행 일시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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