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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가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태어나 서로 교류하며 진화해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류가 아프리카에 살던 하나의 조상에서 비롯됐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결과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1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90명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한 결과 현생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공존했던 최소 두 집단 이상의 후손”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현생인류가 하나의 조상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주류 학설이었다. 어느 순간 아담처럼 인류가 탄생한 뒤 대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고대 화석을 근거로 인류의 기원은 동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 학설로는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고대 화석들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과거 아프리카에 존재하는 인구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든 뒤, 어떤 모델이 현재의 아프리카인들에서 발견되는 DNA 다양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확인했다. 현재 기준으로 삼은 아프리카인은 4개 그룹 290명이었다.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농사를 짓는 멘데족, 에티오피아 수렵채집인의 후손인 구무즈족, 에티오피아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암하라족, 남아프리카의 수렵채집인 나마족이다.
연구진은 100만 년 전까지만 해도 현생인류의 조상은 서로 다른 두 그룹으로 존재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룹은 각각 ‘스템1(Stem1)’과 ‘스템2(Stem2)’라 명명했다. 두 그룹의 DNA는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약 12만 년 전쯤부터 두 그룹이 서로 교류하며 아이를 낳고 DNA가 섞이면서 인류의 직계 조상이 등장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다만 두 그룹이 정확히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서 살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두 그룹의 후손들은 오랜 시간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동하며 여러 혈통을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두 그룹의 인류가 같은 지역에 살게 되면서 합쳐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양한 인류의 탄생은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처럼 멸종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로 분석된다. 최소 두 그룹의 인류가 서로 섞이며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했고, 기후변화를 견디며 적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지한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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