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차량

시속 64㎞로 충돌해도 승객석 멀쩡… 美 평가서 볼보 이긴 국산차의 비결

해암도 2023. 1. 15. 11:04

현대차 시험장

매년 650회·한 차종당 100회 이상 충돌 시험
전 세계 최고 수준 충돌안전성 산실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부우우우우웅 쾅!’

시속 64㎞로 달리던 아이오닉5가 100t의 충돌벽과 부딪히자 큰 충돌음과 함께 파손된 차의 파편이 이리저리 튀었다. 에어백을 터뜨리는 화약 연기는 희뿌옇게 피어올랐다. 차의 여러 부위를 식히는 냉각수가 시험장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충돌사고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한계 속도를 시속 64㎞로 본다. 그 이상의 속도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탑승자 사망 또는 상해가 필연적으로 따라붙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날 시험도 이런 속도 조건에서 이뤄졌다.

 

짧은 충돌 후 직원들이 차에 선을 연결해 여러 센서와 계측기가 측정한 충돌 결과 값을 뽑아냈다. 운전석과 뒷자리에 타고 있던 더미(인체 모형)에서도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차 앞부위 면적의 40%만 충돌하는 오프셋 정면 충돌시험이었으나, 차의 앞 형태는 온전했을 때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그런데도 승객석은 멀쩡했다.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김종민 현대자동차그룹 통합안전개발실 안전성능시험2팀 개발1파트장은 “시험 후에 주로 체크하는 부분은 에어백이 정상적으로 전개됐는지, 시트벨트나 시트에 이상 현상은 없는지, 충돌 속도는 오차 범위 내에 들어오는지, 시험 후 도어 잠금은 해제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전기차 충돌시험이기 때문에 고전압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절연저항을 측정하고, 배터리 파손으로 인한 전해액 누유나 화재 또는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지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2005년 12월 준공된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은 4만㎡의 시험동에 2900㎡의 충돌장을 갖추고 있다. 실제 판매되는 차를 이용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이 충돌장은 100t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3개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시험할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시속 100㎞, 5t 무게의 차까지 시험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가장 엄격한 충돌 평가로 알려진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평가에서 26개 차종이 최고 안전 수준을 의미하는 탑세이프티픽(TSP·Top Safety Pack)과 탑세이프티픽 플러스(TSP+·Top Safety Pack Plus)를 획득했다.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진행 후 관람을 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이는 27개 차종이 TSP와 TSP+를 받은 폭스바겐그룹과 견줘도 전혀 떨어지지 않은 성적이다. 이 충돌평가 등급은 연식변경 등 중복 차종이 섞여 있는데, 이를 빼면 현대차그룹은 25개 차종이, 폭스바겐그룹은 20개 차종이 TSP·TSP+를 받는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자동차는 14개 차종이 미국에서 TSP·TSP+를 받았다.

백창인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통합안전개발실 상무는 “현대차그룹은 2018년부터 5년간 IIHS의 TSP, TSP+ 최다 선정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차그룹의 충돌 안전 성능이 글로벌 최고 수준에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날 충돌 시험을 재현한 현대차(169,000원 ▲ 2,500 1.5%) 아이오닉5를 비롯해, 기아(65,300원 ▲ 1,400 2.19%) EV6, 제네시스 GV60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채용한 전기차들은 모두 IIHS TSP+에 선정됐다. 아직 전기차가 보편화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안전 기준이 내연기관과 비교해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충돌 안전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충돌 안전 평가에 활용되는 인체 모형(더미).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고전압 배터리 모듈·팩의 압축 및 단품 시험’, ‘주행 중 하부 충격 시험’, ‘실사고 통계 분석을 통한 전기차 개발 기준 적절성 검토’, ‘충돌 화재 예방을 위한 패키지 및 설계 구조 검토’, ‘전기차 전용 분석 시설 구축’ 등을 마련해 두고 있다. 백 상무는 “전기차는 차체 안정성뿐만 아니라, 배터리 안전성 관련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 내연기관차는 승객실을 제외하고, 적절한 변형으로 충돌 에너지를 흡수했다면, E-GMP는 배터리가 장착된 부위까지 손상이 없도록 구조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이 안정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검증을 진행 중이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충돌 성능 관점에서 보면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작은 구동시스템으로 엔진룸 부위 충격 흡수 공간 확보가 유리하다. 또 배터리가 차 하부에 장착돼 무게중심이 낮아 전복 발생 위험이 낮다.

 

다만 전기차는 고전압 화재 발생 위험이 있고 내연기관차 대비 무거워 차 손상 위험이 높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위험 발생 요인을 사전에 검토, 방지하는 식으로 충돌 안전성을 높인다. 백 상무는 “이런 활동으로 전기차의 다양한 (안전) 구조를 반영할 수 있게 됐으며, 추가적인 개발 과정을 적용해 충돌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들이 충돌 안전 평가 현장 공개 행사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충돌시험장에서는 연간 평균 650회의 시험이 이뤄진다. 개발과정과 출시 이후에도 한 차종당 100차례 이상의 시험을 갖는다. 여기에 매일 100회 이상, 연간 3만회 이상의 버추얼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버추얼 시뮬레이션의 장점은 실제 시험에서 검증하지 못한 다양한 자세와 조건에서 충돌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백 상무는 “모든 조건을 실차 충돌로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버추얼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또 더미가 복잡한 인체 구조를 100% 구현하기는 어려워 버추얼 인체모델을 적용해 세밀한 상해를 검토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