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포스트 한동우 패스트랩스 대표
자차 운전자 100명에게 차의 출력을 물어보면 98명이 ‘모른다’고 답해요. 아파트 구할 때는 몇 평인지, 남향인지 북향인지 따지잖아요. 스마트폰을 살 때도 몇 기가짜리고 어떤 스펙을 가졌는지 꼼꼼하게 알아보고 구입하죠. 하지만 정작 자신이 타고 다니는 차의 출력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출력, 마력, 토크…. 자동차를 잘 알지 못하는 ‘차알못’에게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용어다. 내 차의 출력을 몰라도, 스펙을 줄줄이 꿰지 않아도 면허를 소지하고 있다면 차는 몰 수 있다. “자동차는 네 바퀴만 잘 굴러가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말도 틀린 건 아니다. 다만 자동차에 대한 상식을 좀 더 알고 있으면 보다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내 차를 운전할 수 있다. 정차 중엔 기어를 중립(N)과 파킹(P) 어디에 놓아야 연비에 좋은지, 여름철 에어컨 필터 관리법, 자동차 바퀴 오래 쓰는 방법 등 사소하지만 알고 있으면 좋을, 쓸모 있는 잡학지식들 말이다.
자동차 지식 공유 인플루언서 다키포스트는 운전자 친화형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대부분 몰랐던 브레이크등의 비밀” “운전자 87%가 왜 있는지 모르는 자동차 기능” “이 버튼 잘못 누르면 연비 안 좋아진다던데…” 등 제목부터 솔깃한 자동차 잡학사전이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봄 직한 궁금증을 중심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콘텐츠 플랫폼별로 구독층 눈높이에 맞춰 전문적으로, 때론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유쾌하게 자동차 정보를 전한다. 같은 주제라도 플랫폼에 따라 적재적소 맞춤형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 요인이다.
과거에는 다키, 현재는 다키포스트로 활동 중인 한동우 패스트랩스 대표는 자동차 전문가도, 매체에 소속된 기자도 아니다. 그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회사에 한두 명 있을 법한 ‘차 좀 잘 아는 선배’처럼 친근한 말투로 꼭 필요한 정보를 전하는 다키포스트 채널 콘텐츠엔 70만 명의 구독자가 따르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를 만나러 간다고 하니 “전기차를 지금 사도 되는지 물어봐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요즘 기름값이 많이 올라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 충전 비용에 혹할 텐데요. 하지만 전기차 충전기를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는지, 출고 대기 기간이 1년 정도될 텐데 오래 기다릴 수 있는지 우선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 원자재가 폭등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등이 겹쳐서 국산 차 출고 적체 수량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저는 이런 문제들이 해소될 때 구매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앞으로 2~3년 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유가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고유가 시대에 신차를 구매한다면 언제, 어떤 차를 골라야 할까요.
“현실적으로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천합니다. 전기차에 좀 더 가까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좋죠. 저속에서 전기차처럼 정숙한 주행이 가능하고, 연비도 높아서 현 시점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겁니다. 신차 가격도 내연기관차와 크게 차이 나지 않고요.”
-다키포스트만의 내 차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제가 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심플해요. 디자인 만족도죠. 특히 실내가 맘에 들어야 해요. 운전자에게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지를 중요하게 봐요. 테슬라 전기차는 비상 버튼이 위에 있어요. 유럽에서 만든 차를 타면 자동차 내부 제어 버튼이 제 손 닿는 곳보다 더 멀리 있기도 해요. 현대, 기아차는 손이 닿는 곳에 자리하죠. 무엇보다 내부가 직관적일 것. 터치스크린보다 물리적 버튼을 선호하고요. 일단 차에 앉아보고 고르세요. 대시보드 높낮이와 시트 위치를 보는 거죠. 창문 위치는 어깨 밑인지 위인지, 시야가 좁지 않은지 등 운전자 친화형 디자인을 고르는 게 안전합니다.”
-다키포스트가 갖고 있는 차량도 궁금합니다.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와 BMW 530i, 현대 코나 일렉트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SNS에서 다키포스트가 ‘차알못’들에게 ‘차 좀 아는 선배’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와 상식을 콘텐츠로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차를 좋아했어요. 커서는 직접 차를 뜯고 꾸미는 취미를 가질 정도였고요.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 특히 여직원들에게 ‘출퇴근용 차로 어떤 차종을 사면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어느 날, 올림픽대로를 지나는 차들의 행렬을 보며 궁금해졌어요. 우리나라에 차 종류가 엄청나게 늘었는데, 차를 모는 사람들은 자기 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시 내 차의 출력이 얼마인지 아나요?”
-당황스러운 질문이네요. 출력을 알지도,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어요. 제 주변에 출력을 외우고 다니는 이들이 있을까 싶은데.
“자차를 모는 운전자 100명에게 차의 출력을 물어보면 98명이 ‘모른다’고 답해요. 아파트를 구할 때는 몇 평인지, 남향인지 북향인지 따지잖아요. 스마트폰을 살 때도 몇 기가짜리고 어떤 스펙을 가졌는지 꼼꼼하게 알아보고 구입하죠. 하지만 정작 자신이 타고 다니는 차의 출력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스마트폰보다 더 비싼 차를 사면서도 가장 중요한 스펙을 궁금해하지 않죠. 그렇다면 내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알려주자, 생각했죠.”
-다키 그리고 다키포스트의 시작이군요.
“네이버 포스트는 단일 주제로 좀 더 전문성 있게 쓰는 장이에요. 자동차 관련 사이트나 매체를 살펴보면 신차에 대한 정보만 가득해요. ‘현대에서 산타페가 새로 나왔다’ ‘풀 체인지에 출력이 어쩌고저쩌고…’ 궁금했어요. 왜 다들 신차만 소개하지? 신차가 돈 되는 시장이라 그런가? 나는 직장인이고 포스팅으로 돈을 안 벌어도 되니,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나 상식을 올렸어요. 한 달 만에 댓글창에 반응이 쏟아졌죠. 당시 가장 잘나가던 매체의 팔로워가 1만이었는데, 저는 30만이었거든요. 이후 네이버 스타 에디터와 자동차판 큐레이션 픽 전문가로도 활동하며 자동차 상식을 대중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보통의 자동차 칼럼은 어려운 용어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아요. 그에 비해 다키포스트는 흥미로울 상식들을 쉬운 말로 풀어내는 데 강점이 있지요.
“글은 잘 쓰는 편이 아니지만, 일기 형식으로 편안하게 쓰는 걸 좋아해요. 포스트에는 ‘차소서’ ‘차소설’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글을 올렸어요. 말 그대로 차를 가지고 쓰는 자기소개서예요.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 쌍용차 가문에서 태어난 프리미엄 SUV G4렉스턴입니다’ 이런 식으로 차를 소개했죠. 당시 100만 뷰가 넘을 만큼 인기였어요.”
-다키포스트의 자동차 콘텐츠가 사업으로 이어진 접점은 무엇인가요.
“창업을 결심하고 회사를 퇴사한 건 2017년, 현대자동차와 일하면서부터예요. 포스트에 올린 현대차의 엔진 스토리를 보고 현대차 관계자가 연락을 해와서 만났어요. 자료를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썼는지 묻더군요. 당시 해외 사이트를 다 뒤져서 현대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빽빽하게 적어뒀거든요. 자동차 기업 중 완성차 한 대를 A-Z까지 독자적인 기술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어요. 현대차는 분명 좋은 엔진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사람들은 현대차보다 외제 차를 선호할까 궁금해서 쓴 글이에요. 현대차에서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현대차 신차 시승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이후로 3년간 현대차 채널 운영을 대행하게 됐고요. 자연스럽게 퇴사와 창업으로 이어졌죠.”
-자동차 전문 매체와 플랫폼이 넘치는 와중에 창업가로 발붙이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발품 파는 노력을 많이 했죠.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신차 대부분을 타봤어요. 지금도 한 달에 두 번씩 시승하고요. 현대차 신차 리뷰를 할 때는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접 운전하며 느낀 바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신차 리뷰 콘텐츠가 30만 뷰 넘게 나왔어요. 과거에는 정보가 없어 제가 일일이 다 조사했다면, 다키포스트가 알려지면서 제조사에서 정보를 직접 받으니까 쓸 이야기도 많아졌고요. 신차의 위장막도 벗겨보고, 개발팀과 인터뷰도 하며 기술 공부를 많이 했죠. 제가 쓴 시승기가 화제가 되며 BMW나 아우디 같은 외제 차 업계에서도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도로교통공단 미디어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고요.”
-다키포스트를 자동차 전문가라고 소개해야 할까요? 네이버 포스트 에디터이면서 유튜버고, 또 글을 쓰고 있으니 칼럼니스트라고도 할 수 있고요.
“전문가나 유튜버, 블로거보다는 자동차를 좋아하고 잘 아는 인플루언서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지난해부터 다키포스트와 회사 일을 분리하기 위해 패스트랩스라는 법인체를 세웠어요. 외주 콘텐츠 제작 대행을 계속하다 보니 정작 제 콘텐츠인 다키포스트에 신경을 제대로 못 썼어요. 돈은 벌었지만 내가 처음 하고 싶었던 길에서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콘텐츠 하나당 평균 조회수가 100만이 넘는데, 구독자의 98%가 남자예요. 대부분이 차를 잘 아는 마니아나 전문가죠. 애초 방향이었던 여성과 사회초년생, 차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보지 않아요. 문제가 뭘까 고심하다 쇼트폼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저 또한 쇼트폼 콘텐츠를 통해 접했습니다. 정보도 정보지만, 무엇보다 재미있어요.
“짧고 쉽고 유쾌하게 가고 싶었어요. 시나리오, 기획, 유쾌한 드립 모두 제가 맡았어요. 1~2년 후에는 자동차 기초지식과 정보를 담은 자동차 서비스 앱을 출시하려 해요. 그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전 국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를 만드는 거죠. 쇼트폼 콘텐츠 제작은 이를 위한 발판이라 생각해요.”
-SNS 채널을 여러 개 운영 중인데, 독자들의 차이를 느끼는지요.
“똑같은 영상 콘텐츠를 페이스북과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에 올리는데 댓글이 다 달라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남성 구독자가 많아서인지 더 디테일한 부분을 물어보고, 틱톡은 재미 요소에 환호하거나 저의 사생활을 더 궁금해해요. 인스타그램은 댓글이나 DM으로 평소에 몰랐던 걸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해요. 가장 바라고 기다렸던 반응이죠.”
-다키포스트 콘텐츠를 즐기는 연령대와 남녀 비율은 어떤가요.
“다키포스트 콘텐츠는 크게 텍스트와 영상으로 나뉘어요. 글은 네이버 포스트와 카카오 브런치, 다나와, 디씨인사이드 자동차 갤러리에 올리고 있습니다. 줌 포털에도 자동차 콘텐츠를 올리고요. 영상은 네이버TV,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 업로드해요. 텍스트에서는 전문적인 부분을 상세하게 다루다 보니 95%가 남성 독자예요. 페이스북은 70%가 30~40대 남성이고, 유튜브는 최근 여성 비율이 11%나 높아졌어요. 틱톡은 남녀 비율이 반반이고, 인스타그램은 20~30대 여성이 70%예요.”
-남들이 가지 않는 샛길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도 새로운 길을 가는,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지금의 시간을 만들어온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반은 운이고 반은 노력이에요. 저는 지금도 하루 스무 시간 넘게 콘텐츠를 보며 정보를 수집하고 집요하게 분석해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패밀리카에 관심이 많네?’ ‘전기차 콘텐츠에 악플을 다는 이들은 주식에 투자하고 있구나?’같이 댓글 반응을 하나하나 보고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죠. 콘텐츠 플랫폼은 하루 중 언제 판갈이가 이뤄지는지, 요일별로 콘텐츠가 어떻게 다른지도 봅니다. 전 영역에서 플랫폼과 콘텐츠 소비자들을 분석하면서 앞일을 대비합니다. 다키는 ‘모든 키(key)’이자 ‘모두의 키워드’이기도 해요. 이름처럼 다키포스트가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모두의 열쇠가 되길 바랍니다.”
◇한 동 우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브런치,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통해 자동차 상식과 정보를 전하는 인플루언서. 2015년부터 네이버 포스트 ‘다키포스트’를 운영하며 이름을 알렸고, 현대자동차와 도로교통공단의 콘텐츠 제작을 대행했다. 현재 ‘네이버 자동차’ 스타에디터로 활동하며 콘텐츠 제작법인 패스트랩스를 운영하고 있다.
※ 더 많은 기사는 톱클래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경리 기자톱클래스 조선일보 입력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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