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 인터뷰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지난달 28일 충북 단양의 구인사(救仁寺)로 갔다. 소백산(小白山) 아홉 봉우리 중 제4봉인 수리봉 아래 자리한 사찰이다. 해발 600m의 구인사 절터는 ‘소백산 연화지(蓮花地)’로 통한다. 멀리서 보면 지세가 연꽃 모양이다. 봄에는 영산홍이 만발해 홍련(紅蓮),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청련(靑蓮), 가을에는 단풍이 고와서 황련(黃蓮), 겨울에는 눈에 싸여서 백련(白蓮)으로 불린다. 오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에서 무원(64) 스님을 만났다. 그는 지난달 취임한 천태종의 신임 총무원장이다.
스승 찾아서 구인사 출가
“마음 하나 잘 쓰는 게 도 닦는 일”
스승이 남긴 화두 출가 내내 궁리
“마음은 공적한데, 왜 상처를 입나”이치에 맞게 살면 마음도 계속 커
“돈과 명예 있다고 힘 있지 않아”크든 작든 남 돕는 게 진짜 기쁨
천태종 신임 총무원장 무원 스님은 “기도를 통해 복을 비는 기복 불교보다 스스로 복을 짓는 작복(作福) 불교가 돼야 한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을 일이 생긴다. 그게 불교의 이치”라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출가를 작심한 그는 스승(남대충 스님)을 찾아가 물었다. “도(道)를 어떻게 닦습니까?” 이 말에 스승은 쉬운 말로 답했다. “마음 하나 잘 쓰는 것이 도를 잘 닦는 것이다.” 어찌 보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답이다. 그런데도 스승의 답은 그의 가슴에 깊이 내려와 꽂히는 깃발이 됐다. 지금도 무원 스님은 그 깃발을 화두 삼아 살아간다.
‘관세음보살’ 염불하며 수행
한국 불교에서 천태종 스님들은 ‘일당백’으로 통한다. 정식 스님이 되기 전의 수련 기간인 행자 생활만 무려 3년이다.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자는 시간을 줄여서 염불선을 한다. 이걸 통과하지 못하면 출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구인사에는 재가 수행자들이 여름에 1000명, 겨울에 1000명씩 들어와 한 달씩 산다. 하안거와 동안거다. 그들도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기도한다.
일이든 기도든 마음을 다해야
구인사 스님들이 가꾸는 배추만 무려 3만 포기다. 가을이 되면 3만 포기 배추를 구인사 경내에 놓고서 치대는 김장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무원 스님은 “천태종에서는 꾀를 부리면 수행의 장애가 된다고 본다. 일이든 기도든 내 마음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한다. 그럼 육체는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다. 그걸 통해 깨닫는 바가 많다. 공적 세계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편하지 않나”라며 “사람들은 육체의 살림살이만 신경 쓰고 살지만, 공적 세계를 보고 나면 마음의 살림살이에 초점을 맞추고 살게 된다”고 말했다. 이 말끝에 무원 스님은 “자신의 마음을 자꾸 키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구인사 경내로 나섰다. 파릇파릇한 신록이 산줄기를 타고서 파도처럼 흘렀다. 소백산의 봄은 청정했다. 산보다 더 푸른 가람(伽藍)이 그 속에 있었다. 오가는 신자들의 인사를 합장으로 받으며 무원 스님이 한 마디 툭 던졌다.
“마음 하나 잘 쓰는 게 도 닦는 일이죠.”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은 한국 천태종의 개창조(開創祖)로 불린다. 고려 문종의 왕자로 태어난 의천은 개성 영통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요나라와 송나라로 유학해 여러 불교 종파와 교류했다. 천태산에서 천태 교학을 익힌 의천은 고려로 귀국할 때 불교 서적 3000권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대각국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천태종을 열었다.
상월(1911~74) 조사는 천태종의 중창조(重創祖)다.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난 그의 속명은 박준동이다. 출가 후에 용맹정진 수행을 하다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그 자리에 구인사를 세웠다고 한다.
'종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명의 인문학 고수들이 말한다, 이게 바로 행복의 비밀 (0) | 2022.05.25 |
---|---|
"부부 다툼 해법이 용서·화해? 결코 아니다"…해결사의 조언 (0) | 2022.05.11 |
'무소유' 법정 스님 다비식…제자가 외친 한마디, 그 깊은 이치 (0) | 2022.04.13 |
공자가 점치려고 가죽끈 3번 끊어지게 봤겠나…주역은 '명상' (0) | 2022.03.23 |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욕망의 종교와 영성의 종교 사이 (0) | 2022.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