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문제 해결하려면 상류로 가라”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의 조언

해암도 2021. 10. 3. 05:37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적당히 수습하는 삶 개선하려면… 상류로 가야”
”시스템은 물과 같아… 업스트림은 최상의 개입“
”문제에 가까이 다가가야 강력한 힘 생겨”
”한 사람 돕는 법 모르면 1백만 명 도울 수 없어“
”변화를 위한 심리적 자원은 겸손과 지구력”

 

'업스트림'이라는 새로운 행동모델을 설계한 댄 히스.

 

 

살다 보면 우리는 자주 하류에서 허우적댄다. 원인은 상류에 있는데, 하류에서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해결하려고 아우성을 친다. 결혼 생활의 불행을 막으려면 애초에 약속을 지키는 배우자를 선택해야 한다. 집수리에 진을 빼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전문가를 고용해야 한다. 뒤가 아니라 앞으로 가서 상황에 개입해야 한다.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을 뚫는 힘’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 ‘업스트림’은 세계적인 경영 리더 댄 히스의 야심작이다. 앞이 안보이면 의자를 옆으로 옮겨야 한다는 단순한 행동부터, 비닐 사용을 줄이는 환경 운동까지, 그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고방식으로 ‘업스트림’이라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라는 대조적인 지정학은 확실히 우리의 시야를 바꾼다. 우리가 대체 어디서 헤매고 있는가를 각성시킨다고나 할까? ‘수습하는 삶에서 해결하는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댄 히스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댄 히스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행동설계의 힘을 다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위치’를 저술한 바 있다.

 

그는 “업스트림을 위해 우리는 문제 불감증에서 빠져나와야 하며, 한 사람을 돕는 방법을 찾으면 1천 명 혹은 1백만 명을 도울 수 있다”는 말로 친절하게 상류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업스트림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상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친구와 강가의 하류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는데 아이가 떠내려온다고 치자. 곧장 뛰어들어 구해내겠지. 그런데 또 다른 아이가 떠내려온다. 점점 두 사람이 구하기 벅찰 정도로 더 많은 아이들이 물에서 허우적댄다.

그 순간, 당신 친구가 물 밖으로 나가버린다. “구조하다 말고 어디 가?” 그때 친구가 가리킨다. “상류로(upstream)! 가서 아이들을 물 속에 던져놓는 놈을 잡아야지.” 그가 가리키는 곳, 그가 하는 행동이 업스트림이다.”

 

-훌륭한 예화다. 모든 일을 단절된 덩어리가 아니라 연결된 흐름(스트림)으로 바라본 관점이 좋다. 행동경제학 전문가로서 당신은 어떻게 ‘업스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궁금했다. 왜 사람들은 힘만 빼는 실속없는 시도를 계속할까? 반복되는 문제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지 않을까? 문제의 발생 지점에서 조금 더 앞으로 가서 그 문제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찾아나섰다. 반응을 멈추고 더 앞으로 간 사람들을.”

 

-더 앞으로 간다는 것은 실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사실 그 모습은 실체적으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활동하는 눈에 띄는 영웅을 좋아한다. 소방관이나 경찰관, 응급구조대원 등 궁지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이들이 영웅 대접을 받는다.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서 활약하는 ‘다운스트림’의 영웅은 물론 위대하다. 하지만 우리는 애초에 궁지에 빠지지 않도록 조용히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받아야 한다.

 

그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다.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스마트한 건물 법규를 만들고, 십대들의 멘토가 되어 아이들이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지 않게 지켜주고, 구조대원들에게는 수영장을 더 효과적으로 스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상류로 간다는 건, 다들 물만 보고 있을 때, 눈을 들어 물의 흐름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 각자가 일상 생활에서부터 그런 ‘업스트림 사고와 활동’을 훈련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상에서 어떻게 업스트림을 적용할 수 있나?

“일상을 미시적으로 분석해보라. 반복되는 짜증스러운 문제는 무엇인가? 가령 나는 어린 두 딸을 키운다. 아이들의 기분은 공복 상태와 거의 완벽한 상관관계가 있다. 배가 부르면 얌전하게 굴지만 배가 고플 때는 떼를 쓴다. 아내와 나는 차에 간식을 보관해두기 시작했다. 카시트에 앉아있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는 그때 간식을 준다. 짜증은 사라지고 모두 평화로워진다. 그런 게 바로 업스트림 사고다.

 

개인적인 개선 사례도 있다. 나는 항상 집에서 사용하던 노트북 전원코드를 뽑고 다른 장소에 다시 꽂아야할 때 불편을 겪었다. 이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놀랄 준비를 하시라! 전원 코드를 하나 더 사서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 이후 나의 작업 환경은 말할 수 없이 쾌적해졌다. 업스트림 활동은 이토록 간단하다.”

 

-그 정도로 간단하다면 왜 우리는 쉽게 그런 방식의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 않나?

“문제 불감증과 터널링 때문이다. 사람들은 문제를 문제 삼지 않는 타성에 익숙해져 있다. 대체로 한꺼번에 많은 문제를 겪기에 그걸 전부 해결하려는 노력을 포기한다. 그리고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은 제한적인 시야가 되고 만다. 장기적인 계획도 전략적인 우선순위도 없다. 터널링은 우리를 단기적이고 반응적으로 사고하게 만든다.”

 

-시야가 좁아지고, 작은 문제가 큰 문제를 밀어내버리는 터널링 현상을 나또한 종종 겪는다. 어떤 사람이 터널링에 더 취약한가?

“터널링은 희소성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 빈곤층이 더 취약하다. ‘결핍의 경제학’을 쓴 센딜과 엘다 교수는 결핍이 사람들을 어떻게 엉뚱한 길로 빠지게 하는지 ‘결핍이 낳는 결핍’을 잘 설명했다.

그러나 터널링은 빈곤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들도 수시로 덮친다. 이유는 시간 부족 때문이다. 일을 할 때면 마치 탁구공처럼 여러 문제들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한 걸음 떨어져서 봐야 한다. ‘금방 해결할 수 있는데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인 문제는 없나’ 생각해보라.”

 

-인간의 뇌는 단기 위험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유능한 설계자가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개입해야 한다는 ‘넛지’가 한때 미국의 행동경제학계를 휩쓸었다. 업스트림적 세계관은 넛지의 세계관과 어떤 점이 다른가?

“’넛지’는 사람들이 다른 선택을 하도록 은근히 유도하는 개입 방식이다. 가령 정부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장기 기증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장기 기증시 특정한 선택을 취해야 하는 ‘옵트 인’을 장기 기증을 기본으로 삼는 ‘옵트 아웃’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다. 사업가인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종료되는 구독 서비스가 아니라 자동으로 갱신되는 구독 서비스로 고객을 유도할 수도 있을 거다.

 

여러분도 업스트림 방식을 유도할 수 있다. 가령 재활용을 장려하는 건 쓰레기가 쌓이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업스트림 사고는 그보다 더 광범위하고 근본적이다. 불을 끄거나 응급사태 때문에 서두르는 등 뒤늦게 대응하는 상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인류의 가장 큰 승리 중 하나는 천연두 박멸이었다. 그건 넛지가 아니다. 수백만 명의 죽음을 예방한 대규모 업스트림 노력이었다.”

 

-개인적으로 양치와 양육이 업스트림 본능이 발휘되는 유일한 영역이라는 발견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유가 뭘까?

“업스트림 양육은 직관적으로 사리에 맞다. 우리는 진화 과정에서 자녀에게 관심과 자원을 쏟도록 교육 받았다. 하지만 양치는 사실 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매일 시간을 할애한다. 치아가 ‘지금’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 그런 게 바로 최고의 업스트림 사고다. 하지만 왜 치아를 가장 애지중지하는 기관으로 선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가 부실하면 당장 식욕을 채울 수 없으니까! 한국인은 오복 중 하나로 ‘치아 건강’을 꼽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충치를 방지하기 위해 수십년간 상수도에 극소량의 불소를 흘려보낸 미국의 보건 정책은 시스템으로서 물을 관리한 가장 선제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프로그램은 20세기 가장 훌륭한 공중보건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의료산업 전체로 보면, 안타깝게도 미국은 더 건강해지기 위한 업스트림보다 당장의 치료를 위한 다운스트림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댄 히스는 현재 듀크대 케이스 센터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댄 히스는 책에서 자신이 연구한 다양한 업스트림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가령 졸업률이 52.4%로 낮았던 시카고 공립학교가 졸업률을 획기적으로 올린 이야기. 업스트림 지점은 입학 후 1년간이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입학 후 1년간 핵심 과목에 낙제하지 않으면 졸업률이 3.5배 높아진다는 데이터에 근거해서, 그전까지 고학년에 집중하던 자원을 저학년으로 돌렸다. 4년 후 이 학교의 졸업률은 78%로 치솟았다.

 

일리노이주의 록퍼드시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먼 상류로 갔다. 애초에 노숙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한 것. 퇴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세입자와 집주인을 중개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했고, 어떤 경우에는 시가 집주인과 세입자를 위한 새로운 지불방안을 협상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록퍼드는 노숙문제를 종식시킨 미국 최초의 도시가 됐다.

 

-록퍼드시에서 ‘그들을 노숙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집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지점, 시카고공립학교 교사들이 ‘자신을 학생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지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물줄기가 바뀐 게 아닐까?

“물론 그런 사고의 전환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모여서 “앞으론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동안 지켜보기만 하진 않겠다. 우리도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지점이다. 머리를 모아 노숙자 한 명 혹은 학생 한 명을 도울 방법을 찾아내는 그 순간이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도와주는 과정에서 문제의 인간적인 특성을 잘 파악하게 된다. 차츰 그런 문제를 야기한 시스템을 수정하는 쪽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게 된다.”

 

-핵심이 뭔가?

“큰 성공은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업스트림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자원은 겸손이다.”

 

-겸손은 어떤 방식으로 업스트림 활동에 유익을 주나?

“겸손은 완벽한 해결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집착을 막는다. 문제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 후 작은 것부터 시작하도록 돕는다. 오늘 노숙자에게 식사를 나눠주면 곧장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노숙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는 데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록퍼드 시는 명단부터 파악해서 노숙자들에게 거처를 제공했다. 한 번에 1센티미터, 1미터, 그 다음 1킬로미터 가다보면 흐르듯이 시스템이 바뀐다. 금연 캠페인 활동가 헌든이 주교육구의 10분의 1을 금연 구역으로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 결국 겸손과 지구력의 승리였다.”

 

댄 히스는 물의 흐름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지만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감정이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야기하지 않은 문제와 맞서 싸우기 위해 함께 뭉치겠다는 생각. 그게 바로 인간성의 최고봉이 아니겠느냐”고 그는 강조했다.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든 방식을 통찰한 책. 댄 히스의 '업스트림'.

 

 

-바다에서 회수한 어망으로 카펫을 만들어 파는 인터페이스 프로젝트도 그 발상의 전환이 놀라웠다. 실제로 쓰레기를 삼켜서 죽는 고래보다 버려진 어망에 걸려 죽는 고래가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고는 경악한 적이 있다.

“인터페이스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산업용 카펫을 만드는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을 했다. 나일론을 주재료로, 화석 연료를 사용해서 제품을 만드니, 환경에는 이중 타격이다. 하지만 이 회사 CEO는 뒤늦게나마 뼈저린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내가 남길 유산이 지구를 오염시켜서 번 돈 뿐이라면?’

 

그는 모든 걸 전환했다. 인터페이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모든 사업 형태를 바꿨다. 바다에 버려진 어망을 회수해서 카펫을 만드는 방식으로. 그리고 큰 성공을 거뒀다. 업스트림은 이렇게 생태적인 사고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종의 경보 시스템으로서 업스트림의 부작용은 없나? 예컨데 인간이 신이 되려 하고 인공지능이 우리 직업을 빼앗아갈 거라는 유발 하라리의 예언을 당신은 어떻게 해석하나? 그가 업스트림에서 제대로 경고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선지자의 딜레마’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예측함으로써 예측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스스로의 실현을 방해하는 예측이다. 실은 비관론자들의 경고가 실제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막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껏 당신이 경험한 가장 인상적인 업스트림 조직과 인물은 누구인가? 나는 ‘최고의 복지는 유능한 동료’라고 선언하며 환경을 설계한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업스트림적 경영’의 대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리더는 인텔의 전 CEO인 앤디 그로브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능력이 있다. 곧 닥칠 경쟁과 위협을 예민하게 감지하려고 한다. 그는 조직에 도움이 되는 ‘카산드라’ 즉 약간 편집증적이고 변화에 예민한 사람들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한국에는 노숙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안나의 집’이라는 시설이 있다. 그 시설의 운영자인 김하종 신부는 미래의 노숙자를 예방하기 위해 가출 청소년 구제 사업을 함께 벌이고 있다. 당신 책을 읽고 그 신부가 굉장한 업스트림 영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조차 가끔은 터널 속에 갇힌 것 같은 우울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김하종 신부에게 어떤 격려를 해주고 싶은가?

“이런 속담이 있다.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가출 청소년은 돌봐주고 지지해줄 가족 없이 세상으로 나온 불행한 아이들이다. 그들을 성장시킬 최고의 기회는 이미 놓친 상태다. 하지만 두 번째로 좋은 기회는 지금이고, 그게 바로 신부님이 하는 일이다.

그 분이 하는 일이 좌절감을 주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젊은이에게 누군가 그들을 걱정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또한 미래를 위해 더 좋은 투자가 어디 있겠나?”

 

-업스트림 세계관을 가진 리더들에게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나는 업스트림 리더들이 큰 문제를 세분화해서 해결하는 걸 보고 감명을 받았다. 대개의 경우, 말 그대로 개인 단위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노숙자 문제를 대규모 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마이클’, ‘켄’, ‘데이빗’ 같은 각각의 개인을 한 번에 한 명씩 도우려 한 거다.

시카고 공립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중퇴를 막기 위해, 뉴잉글랜드의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가정폭력 사태가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똑같은 전략을 썼다. 문제에 가까이 다가가면 강력한 힘이 생긴다. 한 사람을 돕는 방법을 알기 전에는 1천 명 혹은 1백만 명을 도울 수 없다.”

 

댄 히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회 변화의 흐름은 이제 업스트림 활동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문제를 찾아서 정의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결 방법을 시뮬레이션 한다.

 

 

-마지막으로 업스트림으로 나아가려는 한국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조언을 부탁한다.

“희망적인 이야기만을 할 수는 없다. 업스트림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건 힘들다. 복잡하고 모호하고 좌절감을 안겨주고 성공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다. 이건 ‘완벽한 복근을 얻을 수 있는 간단한 비결’을 약속하는 인터넷 광고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힘들게 노력해야 하는 걸까?

 

10년 전만 해도 어린이 5명 중 1명은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했다. 사람들은 열악한 위생, 질병, 굶주림으로 고통받았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세상은 극적으로 좋아졌고, 그렇게 만든 건 전부 업스트림 승리를 통해 거둔 결실이다.

 

항생제, 백신, 깨끗한 물, 사회 안전망과 공교육... 그런 승리 중 어느 것도 쉽지 않았지만, 싸울 가치가 있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해 보라. 업스트림 작업은 다음 10년, 혹은 다음 세기가 지금보다 좋아지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지수 문화전문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