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상식

25년 운전의 달인이 말하는 '장롱면허 탈출 5계명'

해암도 2020. 8. 30. 08:34

"25년 동안 장롱면허 탈출법만 연구했습니다"

운전의 달인 윤운하씨

지난 24일 저녁, 서울 성동구 금호동 부근에서 배기량 1600cc짜리 흰색 소형차에 올라타 핸들을 잡았다. 오른쪽 조수석에는 운전교육 전문가 윤운하씨가 앉았다. 운전 경력 14년 차이지만 장롱면허 소지자인 것으로 가정하고, 그의 지도를 받았다. 코스는 금호동을 출발해 왕십리역을 돌아오는 약 2㎞짜리. 출발부터 끝까지 편도 2차로가 펼쳐져 있었다.

지난 26일 만난 운전교육 전문가 윤운하씨는 “운전은 역동적이고 전쟁 같은 것”이라며 “장롱면허에서 벗어나려면 공식을 외우고 몸에 익혀야 한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평소 습관대로 운전했다. 두 차로 가운데 길가에 붙은 두 번째 차로로 달렸다. 차량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수월히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 좁은 골목에서 피자집 배달원이 탄 오토바이가 불쑥 나타났다. 10m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 다행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자 윤씨가 말했다. "편도 2차로 시내 길에서는 1차선으로, 시외 길에서는 2차선으로, 이건 공식입니다. 반드시 외우세요." 짧은 거리를 달리는 동안 기자는 지적을 세 번이나 받았다. 유턴을 할 때는 유턴의 반대 방향을 주시하지 않았는데 이 경우 사고 위험이 크다고 했고, 차가 차선의 중앙을 달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올해 60대 후반인 윤운하씨는 이른바 '장롱면허'를 가진 초보 운전자들에게는 꽤 알려진 인물이다. 25년간 장롱면허자들의 습성을 지켜보고 연구해 운전 공식 80여 개를 개발해 책(윤운하의 운전비법)으로 썼다. 그 공식이 소문을 탔고, 그의 도움을 받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지금도 서울대·고려대 커뮤니티 등에는 그의 비법을 추천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윤씨는 "운전에 대한 감(感)이 떨어지는 장롱면허자들은 평생 운전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장롱면허'를 '진짜 면허'로 바꿀 수 있을 수 있을까. 비법은 무엇일까.

"감(感)에 의존하면 평생 초보"

그가 운전 연구를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이다. 대형 사진업체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그에게 거래처 대표가 가르쳐달라고 제안하면서다. 자신의 여섯 살 난 딸이 아빠도 운전 배워서 우리 가족도 차를 타고 좋은 데 놀러 가고 싶다고 졸랐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운전 강습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고,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나도 30여 년 전 운전면허를 따고 난 뒤 도로 연수를 무려 45시간이나 받았다"며 "운전을 할 줄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이 운전을 어려워하나.

"내가 지도한 사람 성비(性比)를 따져보면 9대1 정도로 여성이 많다. 또 판사나 검사, 의사처럼 학력이 높은 지식인층이 대부분이다. 서울대 법대나 의대 나온 사람도 여럿이다. 그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두려움 없이 운전할 수 있는 감을 가지느냐'는 것이다. 운전이 익숙한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장롱면허를 가진 초보 운전자가 빨리 감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왜 지식인층, 여성이 어려워하나.

"작년 우리나라에서 3349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하루에 10명꼴이다. 그만큼 운전은 역동적이면서, 위험하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의 운전은 전쟁에 비유할 만하다. 과거 역사를 보면 전쟁은 누가 일으키고 수행했나. 대부분 남성이다. 남성은 외부로 나가서 짐승을 잡아와서 가족을 부양했다. 당연히 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여성은 반대다.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집 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운전은 밖으로 나가서 계속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활동이다. 남성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식인층이 운전을 어려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학교 공부는 정적이고 앉아서 고도로 집중해야 한다. 반면에 공부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책가방 던져놓고 나가서 이리저리 뛰어논다. 누가 더 운전에 유리하겠나. 가방끈이 긴 사람치고 운전이 빠른 사람 없어도, 학창 시절 가방 끈 짧고 공부 못 하는 사람치고 운전 늦은 사람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기술 발달해도 운전 본질 변하지 않아"

윤씨는 "운전대에 앉은 모습만 보면 대충 이 사람이 장롱면허에서 빨리 탈피할 수 있을지를 알 수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장롱면허자라도 핸들을 부드럽게 편안하게 잡는 사람이면 시간이 덜 걸리지만, 핸들을 잡고 부들부들 떨며 힘을 많이 주는 사람이면 대체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장롱면허에서 벗어날 수 있나.

"감에만 의존해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영원히 운전이 어렵고 두려워진다. 초보일 때는 내가 운전하는 차가 지금 제대로 도로의 중앙을 다니는 건지, 안전하고 편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어느 차선으로 달려야 좋은지 등을 알아야 한다. 감에만 의존하다 보면 빨리 익힐 수 없다. 대신 공식(公式)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차량이 차선의 중앙을 잘 지키며 달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운전자의 오른발이 도로의 중앙에 놓여 있어야 한다'는 공식을 나는 만들었다. 이 공식에 따라 운전하다 보면, 서서히 감을 익히게 된다. 20년 동안 택시 기사로 살았던 사람이 자신의 딸을 데려와서 나에게 지도를 부탁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20년간 온종일 운전만 했으니 운전에 도가 튼 사람이었다. 딸에게 '적당히 브레이크 밟아라, 적당히 우회전해라'고 말했다가 싸움이 났다고 하더라. '적당히'라는 게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택시 기사는 자신의 감에 의존해 가르쳤지만, 딸이 그것을 알아먹기란 어렵다."

―개발해 낸 80여 공식 가운데 특별히 장롱면허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차로 선택법'이다. 편도 2차로를 달린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시내에서는 중앙차선인 1차선으로, 시외에서는 2차선으로 가는 게 좋다는 공식을 만들었다. 그 이유는 시내에서 2차로로 가다 보면 갓길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 아이들이 갑자기 뛰어들어 온다. 초보인지라 반응이 늦으면 사고가 나거나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시외에서는 트럭 같은 대형 차량이 중앙차로에서 속도를 내면서 달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롱면허자에게 큰 부담이다. 이 밖에 편도 3차로에 있다면 2차선, 4차로에서는 2~3차선을 달리는 게 좋다. 1차선은 갑자기 좌회전 차량이 들어오거나 속도를 높이는 차량이 많으니까 피해야 한다. 3차선이나 4차선은 갓길이어서 임시 정차된 차량이나 갑자기 뛰어들어 오는 차량이 장롱면허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얼핏 들으면 당연한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겠지만, 장롱면허자가 이렇게 공식으로 익히면 훨씬 빨리 운전에 적응할 수 있다."

―장롱면허자 지도의 매력은.

"경기도 일산에 사는 37세 여성이 있었다. 직접 차를 몰고, 엄마와 함께 전국 여행을 하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처음 그가 운전하는 것을 옆에서 봤더니 운전의 두려움을 모르고 있었다. 위험한 물체를 보거나 다른 차량이 다가오는 것을 봐도 핸들을 꺾거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그래서 공식을 외우게 하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골목에서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시간이 꽤 지나고서 그분에게서 사진과 함께 문자메시지가 왔다. '엄마 모시고 속초에 와 있습니다'라고. 일반인이라면 그 뿌듯함을 알기가 어렵다."

장롱 면허자 운전 요령 5

① 차로 중간을 달리려면 가속기 밟는 오른발을 차로 중 간에 놓는다.

② 편도 2차로에서 시내는 1차선, 시외는 2차선으로 운전한다.

③ U턴 할 때 회전하려는 반대 방향 보닛 끝을 주시한다.

④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고, 오른발은 액셀을 밟은 후 왼발을 뗀다.

⑤ 대형 마트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곡선 길에서는 보닛의 중앙 정도 되는 지점이 중앙선에 닿는 것으로 보이게끔 내려간다.

 

 

 

조선일보     곽창렬 기자      입력 2020.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