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캐시 지갑 있어? 없으면 깔아. 일만원 보내줄게."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후오비 카니발)에서 만난 로저 버 비트코인 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제법 자연스러운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앱을 설치하고 보여주니, 그는 기자의 폰에서 QR코드를 스캔해 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캐시를 보냈다. 그가 보낸 비트코인캐시가 기자의 스마트폰 지갑 앱으로 들어오는 데 10초 정도 걸렸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해 8월1일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특정 시점부터 기존 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별도의 체인을 생성하는 행위)해, 탄생한 암호화폐다.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가 높아지고 거래 속도는 느려지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블록 크기를 키워 한 블록에서 더 많은 트랜잭션(거래처리요청)을 처리하자는 데 찬성한 사람들이 비트코인에서 떨어져 나와 비트코인캐시를 만든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에 이어 시가총액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CEO가 지난 3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한 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저 버 CEO는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에 참여한 주축 멤버다. 비트코인캐시가 비트코인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알리는 데 워낙 적극적이라 '비트코인캐시 전도사'라는 수식이 따라다닌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비트코인캐시를 나눠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쩐의 전쟁-비트코인'편에서는 사회자인 김상중에게 1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캐시 전송하기도 했다. 이번 후오비카니발 행사에서 만난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도 1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캐시를 보내줬다.
그가 비트코인캐시를 공짜로 뿌리고 다니는 이유는 뭘까.
그는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로, 5년전 공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약 10만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가 정확히 얼마나 많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지만, 그가 손에 꼽히는 비트코인캐시 부자인 것은 확실하다. 그는 "가지고 있는 모든 비트코인을 전부 비트코인캐시로 바꿨다"고 한다.
돈이 많다고 돈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그의 행동은 마케팅활동을 넘어 무브먼트(운동)' 성격까지 띤다. 일종의 '디지털 통화 확산' 운동이다.
기자들에게 비트코인캐시를 보내주고 있는 모습.
비트코인캐시는 결제·송금 기능에 특화된 통화 애플리케이션이다. 그가 소액의 비트코인캐시를 나눠주면, 보유자가 늘어 난다. 사용자 저변이 늘어 효용성이 커진다.
또, 저렴한 수수료(약 2원)만 내면 단 10초 이내에 국경에 상관 없이 지불이 가능하다는 점을 경험시켜주려는 목적도 강하다. "신용카드 결제나 현금 계좌 이체를 두고 굳이 암호화폐를 써야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실제 경험해 보고, 의구심을 걷어 내라는 얘기다.
이날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세계적으로 디지털 통화를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며 "디지털 통화가 경제 자유도를 높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질의 응답이다.
-암호화폐 결제 및 송금이 여전히 보편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비트코인캐시를 기자 기갑으로 보내 후) 은행 필요 없이 바로 보냈다. 간단히 답하자면 이렇게 한명씩 한명씩 사용하다 보면, 점차 확산이 될 것이다."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비트코인의 10분의 1수준이다. 저평가됐다고 보나
"가격은 10분의 1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캐시의 효용성이 10배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가치는 100분의 1정도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라 본다. 처음에 나는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지금은 비트코인은 다 팔았고, 비트코인캐시에 투자했다. 지금 비트코인은 이전 비트코인과 완전히 다르다. 비트코인캐시를 보내는 데 송금 수수료는 2원 미만이다. 비트코인으로 보내면 1천원~2천원 정도 든다."
-지금 나와 있는 알트코인 중 어떤 것이 살아남을까.
"얼마나 유용한 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 코인이 살아 남을지 궁금하다면 결국 사람들이 나중에도 이용할지 생각해 해보라.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캐시는 유용한 암호화폐인가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보이며) 여기 한국 돈 만원이 있다. 이 만원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람에게 보내려면 보내는 데 돈이 더 많이 든다. 비트코인캐시로 보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원화, 엔화, 유로화도 지갑에 있는데 이 돈으로 샌프란시스코, 브라질, 중국에 있는 사람한테 결제해줄 수 없다. 은행에 돈이 저축되어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화폐는 계속해서 찍어낸다. 반면 비트코인캐시는 한정돼 있다. 2천100만 BCH를 넘지 않는다."
-비트코인캐시가 극복해야 할 점은 뭔가
"가격의 안정성 필요하다. 또, 대체가능성(Fungibility)도 문제다. 두 개의 만원이 있다면 둘 중 어떤 것을 줘도 가치가 같다. 하지만 비트코인캐시를 비롯해 암호화폐는 어디서 보낸 것이냐에 따라 똑같이 취급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측면을 극복해야 한다. 프라이버시 측면도 보안되어야 한다. 원화를 받으면 누구한테 받았는지 모르지만 비트코인캐시는 그렇지 않다.
-극복 방안은 무엇인가.
"프라이버시 툴을 비트코인캐시 월렛에 넣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될 문제는 아니다. 비트메인은 비트코인캐시를 이용하는 기업에 200만 달러를 더 투자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이런 노력이 확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G20에서 암호화폐를 통화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통화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암호화폐는 미래 통화가 될 것인데, G20이나 다른 단체에서 이것을 막는다면, 지연시키는 것 밖에 안 된다. 암호화폐가 통화로 인정 받았을 때 우리 미래가 더 나아질 텐데, 그런 미래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디지털커런시(디지털화폐)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크립토커런시(암호화폐)를 줄여 '크립토'라고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커런시(화폐)다. 크립토든 디지털이든 뒤에 커런시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싶다."
-비트코인캐시가 다른 모든 암호화폐와 비교해 경쟁력 있다고 보나.
"비트코인캐시는 가장 좋은 선택지다. 네트워크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제트캐시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이 프라이버시 측면에선 훨씬 낫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다.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런 네트워크 효과때문에 비트코인캐시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ICO 스캠이 문제다. 어떻게 생각하나.
"스캠은 이미 불법행위다. 불법행위가 존재한다고 해서 합법적인 것을 막을 수 없다. 범죄자가 신발을 신었다고 우리 모두 신발을 신지 말자고 할 순 없지 않나."
-비트코인캐시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계획은 뭔가.
"사람들이 비트코인 예수로 부르든 유다로 부르든(비트코인 지지자에서 비트코인캐시 지지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붙은 별명) 그런 별칭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디지털 통화를 확산시키는 일이다. 그렇게 됐을 때 경제 자유가 높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활동을 하는 것이다.(☞관련기사) 비트코인닷컴을 통해 계속 바쁘게 활동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