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충남 천안의 한 택시회사는 운행하는 62대 택시 전체에 이스라엘 자동차 소프트웨어업체 모빌아이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카메라를 장착했다.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도 지난달 신차 45대에 ADAS를 장착했다. 국내 택시·렌터카 업체가 ADAS를 장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업체들이 개당 100만원 정도인 ADAS를 차량에 설치한 이유는 사고를 20%만 줄여도 장착 비용을 뽑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차량 전방을 촬영하는 카메라와 센서로 구성된 이 장비는 운전 중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위험 상황을 경보해 사고를 예방해준다. 흔히 새로 출시되는 프리미엄 승용차에만 있는 것으로 인식되던 ADAS가 블랙박스처럼 쉽게 사서 기존 차량에 장착할 수 있게 되면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센서로 앞차의 속도, 차간 간격 인식
車 앞유리에 부착된 카메라로
앞차 속도·차간 간격 알아내고
차선·도로 폭·차량 중심 계산
추돌 상황·차선 이탈 땐 경고
도로표지판 인지해 과속 방지
美·유럽선 장착 의무화 추세
ADAS는 차량 앞유리에 부착된 카메라로 전방의 물체를 인지한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 전방차 추돌 경보(FCWS)다. 앞차와의 충돌 위험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내 차의 속도와 앞차의 속도, 그리고 두 차량 간 거리를 알아야 한다. ADAS 카메라가 전면을 촬영하면 이미지시그널프로세싱(ISP) 센서는 전방의 물체가 무엇인지를 판단한다. 예컨대 승용차의 경우 사각 형태의 차체와 타이어, 후미등을 인식하면 차량으로 인지하고, 사람의 경우 머리와 다리를 동시에 인식하면 보행자로 인지하는 식이다.
전방 차량을 인지하면 영상을 통해 앞 차와의 거리를 계산한다. 그리고 두 차량 간 거리 변화를 통해 앞차의 속도를 알아낸다. 충돌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ADAS는 운전자에게 경보 신호를 준다.
차로 이탈경보장치(LDWS)도 같은 원리다. 카메라가 전방의 영상을 촬영해 차선의 색상을 인식하면 도로의 폭과 곡률, 차량 중심 등을 자동으로 계산한다. 운전자가 방향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이탈하면 곧바로 경보 신호를 울려준다. 제한속도표지 인식(SLI) 기능은 ADAS가 교통 표지판을 인지한다. 만약 제한속도 100㎞/h 표지판이 있는데, 차량이 이보다 과속하면 경보음을 울린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ADAS 기술을 자동차 주행 기능과 결합한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능형차간거리제어장치(ASCC)는 ADAS로 앞차를 인식하고 도로의 제한 속도 정보 등을 고려해 차간 거리를 유지시켜 준다. 차로유지보조장치(LKAS)는 차로 이탈 시 경보음에 그치지 않고 자동으로 운전대를 조작해 이탈을 막는다. 차량의 주행 기능과 결합된 ADAS는 이미 출고된 차량에는 장착할 수 없다. 사고 발생 시 ADAS를 만든 소프트웨어업체와 자동차제조사 간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ADAS 장착하면 사고 93% 감소
교통사고의 약 90%는 운전자 과실로 발생한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운전자에게 충돌 위험을 미리 경고해줄 수 있다면 사고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BS)는 2012년 ADAS를 장착했다면 방지할 수 있는 사망 사고가 승용차의 경우 전체 사고의 93.7%, 상용차의 경우 82.3%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유럽·미국 등 국가에서는 ADAS 장착을 의무화하거나, 장착 차량에 대해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추세다.
ADAS 산업은 미국에서만 2014년 미국 연간 매출액 기준 11억439만달러, 2015년 15억17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19억593만달러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대비 30.5% 증가한 수치다. 지난 23일 한국 국토교통부도 9월부터 화물공제조합, 화물복지재단, 전세버스공제조합 등과 함께 기존 운행 차량에 전방차추돌경보와 차로이탈경보 장치를 시범 장착한다고 밝혔다. 차체 길이 11m 초과 승합 자동차와 총 중량 20t 이상 화물·특수 자동차가 대상이다. 지난달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4명의 사망자와 3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봉평터널 다중추돌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ADAS 기술 고도화는 결국 이미지시그널프로세싱 센서가 얼마나 실수 없이 물체를 판별하느냐에 있다. 보행자가 많고 복잡한 도심 도로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글로벌 ADAS 시장의 85% 이상을 점하고 있는 모빌아이의 경우 약 50개국의 도로 상황을 조사해 센서에 담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ADAS에 대한 수요가 늘면 자연스럽게 가격도 떨어지고 기술도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며 “머지않아 블랙박스를 장착하듯 ADAS를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