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재료·소스 담긴 '쿠킹박스'로 유명 셰프 레시피 따라 '뚝딱'

해암도 2016. 7. 17. 04:58

계량된 재료·소스 담긴 '쿠킹박스' 레시피 따라하니 30분만에 한끼 '뚝딱' 

'쿡방'(요리하는 방송) 열풍이 집 안으로 들어오면 어떤 시장(市場)이 생겨날까?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따라 직접 요리할 수 있게끔 재료를 꾸려놓은 상품 쿠킹박스(cooking box)가 인기다. 매주 1~2회 요리에 맞춰 정확하게 계량한 식재료와 소스를 포장해 배달해주는 것이다. 지난 9일 한 업체에 '케이준 잠발라야' 쿠킹박스를 신청해 받아봤다. 고기, 해산물, 채소 등에 쌀을 넣고 볶다 육수를 붓고 끓여 만드는 미국 남부의 쌀 요리다.

스티로폼 박스를 뜯자 아이스팩 두 개와 포장된 재료들이 보였다. 파프리카, 토마토, 양파 각각 1개와 양송이버섯 5개가 들어 있었다. 새우 12개와 엔듀이 소시지 1개는 진공 포장돼 있었다. 버터 20g, 케이준 파우더와 다진 마늘 1큰술, 토마토소스 200mL는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었다. 대파는 딱 15㎝만 잘려서 왔다. 직접 준비해야 하는 재료는 소금 약간과 쌀 한 줌뿐이었다. 재료만 보면 조금 야박하다 싶었는데 압구정동 유명 셰프의 레시피에 따라 양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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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준 잠발라야 쿠킹박스 재료. 셰프의 레시피에 맞춰 필요한 양만 배달됐다. /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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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박스를 이용해 30분 만에 차린 밥상. / 유소연 기자

딸려온 레시피 카드엔 여섯 단계로 간추린 요리법이 쓰여 있었다. 포장을 뜯어 소시지, 버섯, 양파, 파프리카, 토마토, 대파를 잘랐다. 정량만 손질해 그릇에 따로 담아놓으니 주방이 요리 프로그램 스튜디오 같았다. 소시지와 채소를 차례로 볶다가 불린 쌀과 토마토소스를 넣고 저었다. 중간중간 '재료를 충분히 볶아야 풍미가 살아난다' '대파는 조금 남겨두었다 마지막 장식에 사용하라'와 같은 셰프의 팁을 참고했다. 새우를 올리고 뚜껑을 덮은 뒤 약한 불에서 10분간 익히자 금세 요리가 완성됐다. 요리라기보다 소꿉놀이처럼 느껴졌다.

그릇에 옮겨 담으니 제법 근사해 보였다. 편의점에 달려가 맥주 한 캔을 사 왔더니 주말 저녁 식탁이 뚝딱 차려졌다. 소스 덕분인지 맛도 괜찮았다.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없어 뒤처리도 가벼웠다. 채소 꼭지 정도만 버리면 됐다. 무엇보다 남은 식재료를 냉장고에서 몇 주씩 보관하다가 결국 썩혀 버리는 불상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문제는 포장 쓰레기. 아이스팩 두 개와 스티로폼 박스, 각종 일회용 포장 용기를 분리 수거해 버려야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킹박스는 2인분 기준 2만1800원. 가격 비교를 위해 집 근처 마트에 갔다. 양파 한 개 490원, 파프리카 한 개 1000원, 베트남산 새우 한 팩 2990원, 버터 한 통 2900원, 토마토소스 한 통 2660원, 토마토 한 팩 4900원, 대파 한 단 1990원, 양송이 버섯 한 팩 2490원…. 점원에게 엔듀이 소시지와 케이준 파우더가 어디 있는지 묻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충 생김새가 비슷한 모음 소시지를 봤더니 한 팩에 5990원이다. 케이준 파우더는 결국 못 구했다. 총 2만5410원이 나왔다. 냉장고에 있는 다진 마늘은 계산에 넣 지 않았다. 같은 요리에 쓰고 남을 재료를 생각하면 마트 쇼핑이 더 경제적이었지만, 일주일 2회 미만으로 집밥을 먹는 직장인이나 맞벌이 가구에게는 쿠킹박스 가격도 경쟁력이 있는 것 같았다.

업계에선 쿠킹박스 구매자의 절반 이상을 맞벌이 가구로 보고 있다. 친구에게 집밥을 해주려는 자취생이나 집들이를 준비하는 신혼부부, 고소득 1인 가구도 주 고객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유소연 기자    입력 : 2016.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