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주사파 출신 北 인권운동가 김영환

해암도 2015. 11. 27. 08:58

북한에 민주화 '홀씨' 심어 체제 전복하려 했다

주사파 출신 北 인권운동가 김영환, 중국 활동 담은 책 '다시 강철…' 내
"탈북자들 고강도 훈련시켜 북에" 中 공안에 당한 고문도 상세 기술

김영환씨
/시대정신 제공

주사파의 대부로 활동하다가 북한 인권 운동가로 변신한 김영환(52·사진)씨가 중국에서의 활동 내용을 담은 책 '다시 강철로 살아'(시대정신)를 오는 30일 발간한다. 그는 1980년대 대학가에 주체사상을 전파한 '강철서신'의 저자로 유명하다.

2012년 3월 중국 공안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하고, 114일 만에 풀려난 그는 책에서 '중국에서 북한 내부에 민주화 운동의 홀씨를 심어 체제를 전복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홀씨'는 탈북자들이다. 그는 북·중 접경 지역에 거점을 두고 탈북자들을 포섭해 교육시킨 뒤 다시 북한으로 들여보냈다고 한다. 김씨는 "탈북자들에게 가벼운 소설을 건네주는 것으로 시작해 관심을 보이면서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자가 쓴 '수용소의 노래' 등을 주며 실상을 알렸다"고 했다. 뜻을 같이하게 된 탈북자들에게는 납치나 암살에 대비한 교육, 체력 단련 등 고강도 훈련도 시켰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체포 당시의 상황도 소개했다. 김씨는 "한국인 4명이 체포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지만 우리와 단순히 친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중국인도 몇 명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당한 고문에 대해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머리카락이 빳빳하게 일어설 정도로 전신이 충격에 휩싸였다. 지지고 때리고, 때리고 지지는 행위가 밤새 되풀이됐다"고 회고했다.

책 말미에는 중국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익명으로 활동 현장을 소개한 수기 15편을 수록했다. 이 수기에서 북한 내 민주혁명 조직인 '횃불'의 존재도 처음 공개됐다. 횃불은 북한 내 민주 정부 수립을 목표로 만든 점조직으로 북한 군당위원회 간부, 정부 주요 부서 운전사, 노동자들이 가입돼 있다고 한다. 필자는 "평안남도를 중심으로 출발한 횃불은 양강도까지 확대됐다"고 했다. 그 밖에 반(反)김정일 CD와 USB를 냉장고 문짝 등 전자제품에 몰래 넣어 북한 전역에 배포하고, 고깃집 등을 차려 활동 자금을 마련했던 일 등이 수기에 적혀 있다.

김씨는 본지 통화에서 "희생된 동지들이 떠올라 몇번이나 펜을 놓은 끝에 책을 완성했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도 '동지를 잃었을 때 우리는 온몸으로 울며 괴로워했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민주주의가 없는 곳에서 살아온 북한 동포들에게 민주주의를 이해시키고 행동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었다"며 "급변하는 북한에서, 또 통일 과정에서 우리 활동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서 겨울에 침실과 거실의 난방을 틀지 않는다'고 했다.


이슬비 기자    입력 : 201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