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기 마련이지요. 어떤 이는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하고, 또 다른 누구는 반대로 수수한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CEO도 자신만의 취향이 있는 사람이며, 자동차디자이너 역시 한 사람에서 출발합니다.
제품을
만들고, 메뉴를 창조하는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최종 상품, 혹은 그 기업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친구가 카페 창업 준비를 한다며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다고 해서 만난 적이 있어요.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미래준비를 하고 싶다고, 차분하게 카페메뉴를 개발하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생각했던 메뉴아이템들을 펼치고 상의를 하는데, 생각보다 메뉴가지수가 너무 많은 거 에요. 그래서 솔직히 물어봤습니다. 몇 명이, 어느 정도의 규모에서 시작 할 계획이냐고 말이죠.
많아야 나까지 두 명? 커봐야 20평 안쪽이지 않을까? 하는 대답에
조금 놀라 말을 이어갔습니다. 두 명이 카페를 처음 시작하는데 커피 메뉴만 열댓 가지, 여름철 스무디에 빙수 메뉴, 샌드위치와 조각케익을 비롯한
델리파트까지. 메뉴를 좀 줄여서 한두 가지에 집중해 보는 건 어때? 하고 물었더니, 다른 카페에도 다
있는 메뉴들인데 우리만 없으면 좀 불안하지 않을까? 라고 얘기하더군요. 각자 라이프스타일과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
그것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기에. 그 메뉴리스트 대로 진행하려면 생각보다는 일손이, 그리고 메뉴준비시간이 더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니 꼼꼼하게 준비하라고 격려의 말만 해주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유행을 크게 따라가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와 선호하는 상품디자인이 확고해서 한 번 빠지면 몇 년이고 그 상품을 재구매하는 단순한 사람이기고 하고요. 제 옷장의 절반은 흰색 무지티셔츠,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은 네모반듯한 검정색, 손목시계 역시 바늘만 큼직하게 있는 아날로그시계만 사용할 정도이니 말이죠.
이런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제가, 직접 버거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슬로건이기도 한 No fusion, Keep it real 은 회사의 슬로건이기 이전에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버거가 잘 안 팔린다고 해서 갑자기 토스트 메뉴를 내놓지 않습니다. 간혹 한 두 분들께서 맛이 없다하신다고, 미리 겁먹어 레서피를 바꾸지 않습니다. 왜 커피가 없어요? 손님이 물어보시면, 저희는 커피집이 아니라 버거집이라 커피는 없습니다. 주변에 커피 잘 하는 카페들이 많으니 부담 없이 들고 와서 드셔도 됩니다! 말씀드립니다.
얼마
전 애플의 창업멤버 스티브워즈니악(Steve Wozniak)의 인터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한국의 전기전자업체들을
거론하며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리 크지도 않은 자기 집 거실에서, 입체안경까지 챙겨 쓰고 3D TV를 즐길 것 같냐.
는 질문이었습니다. 오늘날, 그 3D TV가 기업체의 바람만큼 성공을 거두었었더라면. 집집마다 입체안경을 착용한 채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
지금 우리네 거실 풍경이 되어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만큼 3D TV에 열광 하지
않았었습니다.
니즈(needs)가
충분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품개발에 수천억을 쏟아 붓습니다. 조금 다른 생각으로 욕심을 버리고, 3D 영상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영화관에 양보해 더
큰 만족을 선물 했었더라면, 더 나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을까요? 그 후 아껴둔 수천억원의 개발비용은 니즈가 분명하게 잡힌 상품개발, 혹은 이미
판매된 상품의 사후서비스를 위해 투자하는 것 도, 고객만족 차원에서 괜찮은 방법이 될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대단한
상품, 위대한 작품에는 무언가 다른 게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괜찮은 상품을 만들고 싶어하시는 분들께서는
무얼 더해야 더 나은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고민하시지요. 이런 기능을 추가 하면 어떨까? 청바지
뒷주머니에 뭘 더 부착하면 이 제품이 특별해질 수 있을까? 이 파스타에 어떤 재료를 더 해야 뛰어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한
번 거꾸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 글에서 어떤 부분을 빼야 독자들에게 내 메시지를 더 분명하게 전달
할 수 있을까? 내가 디자인하는 자동차에서 어떤 부분을 배제해야 우리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
부각시킬 수 있을까? 이 파스타에서 무엇을 빼야 수많은 파스타 가게들과 달리 조금 더 특별해 질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피카소는
이런 말을 합니다. ‘이미 나는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기까지는 평생이
걸렸습니다.’ 아래 보이는 소 그림이 적절한 예 가 될 수 있겠네요.
소금을
더해 짜게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오늘도 어떤 이는 남다른 짠맛을 위해 소금 대신, 불과 시간을 들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대단한
상품, 위대한 작품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애플이 그러하고, JEEP과 LANDROVER 또한 그러합니다. 가슴에 꽂혀 쉬이 잊혀 지지 않는 글은
웅장한 소설이 아닌, 간결한 시(試) 몇 줄 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도
무엇을 더 넣을지 보다, 무엇을 빼야 진심이 오롯이 전달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핸인핸버거 가
되겠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