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한국방송통신대 본관 내 ‘명예의 전당’에서 이동국 총장 직무대리(오른쪽)와 학생들이 만났다. 방송대는 졸업생
58만여 명을 배출했다. [김상선 기자]서울 종로구 대학로 등 전국 49곳에 있는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 캠퍼스엔 매년 십대 중반의 소년·소녀들이 적잖이 입학한다. 홈스쿨링을 통해 중·고교 과정을 배우고 검정고시를 통과한 이들이다. 그런가 하면 해마다 졸업식장에선 학사모를 쓴 80대 만학도들이 가족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20·30대 ‘셀러던트’(Saladent, 봉급생활자+학생)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4050세대는 은퇴 이후의 인생 설계를 위해 방송대로 향한다. 이처럼 배움의 열정을 품은 모든 세대가 모인 방송대의 재학생 평균 연령은 39세에 이른다.
19일 서울 대학로의 집무실에서 만난 이동국 방송대 총장 직무대리(부총장)는 “우리 학교의 저력은 무엇보다도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 온 학생들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방송대 학생들의 배움을 향한 의지는 물론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부터 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그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등교육을 제공한다’는 방송대의 역할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사·법조인 등 전문직 입학 많이 늘어
-학교 역할이 과거와는 달라진 듯 하다.
“과거엔 대학에 갈 형편이 안 됐던 사람에게 배움의 불을 밝혀줬다. 요즘엔 상황이 다르다. 주로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는 사회인의 배움터 역할을 한다. 최근 3년간 방송대에 들어온 신입생과 편입생의 비율이 47대 53 정도다. 학생 절반은 이미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갖춘 이들이라는 뜻이다. 올해 신·편입생 중 약 1500여 명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 출신이다.”
-최근 트렌드가 있다면.
“의사·법조인·교수·언론인 같은 전문직, CEO·정치인·기관장 등 사회지도층의 입학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가 만성질환과 음식의 관계를 공부하러 가정학과에 오고, 변리사가 소송 관련 지식을 넓히려고 편입한다. 대학원도 인기다. 바이오정보·통계학과(석사과정)은 의사·간호사로부터 인기가 높은데, 지원자가 워낙 몰려 의사들도 많이 떨어졌다. 요즘엔 농학과도 인기다. 은퇴 예비세대인 40·50세대가 중심인데, 귀농을 염두에 둔 분도 있고 숲·식물에 대해 관심이 있어 온 분도 있다. 고교 동기인 치과의사 친구는 내 제자(영문학과)가 됐다. 10대 때 미처 못 배운 영시(英詩)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고 한다.”
방송대의 가장 큰 장점은 ‘착한 등록금’이다.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한 학기 등록금은 약 35만원, 자연과학·교육계열은 38만원이다. 사이버대학(100~14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강의
1만 4000개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
-원격교육이 중심이니 보니 교육의 질을 걱정하는 이도 있다.
“엄격한 학사관리는 방송대의 전통이자 자부심이다. 방송대가 ‘열린 대학’이라고 해서 교육과정을 가벼이 여긴다면 낭패 보기 쉽다. 요즘은 입학생 세 명 중 한 명 정도가 졸업한다(약 32%). 온라인 강의만 하지 않는다. 면대면 강의(출석 수업)와 출석 시험이 있고, 성적의 70%는 시험으로 반영한다. 엄격한 학사관리 덕에 졸업생의 자부심이 높고, 사회의 인정을 받는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은데.
“방송대 학생에겐 스터디그룹이 큰 힘이 된다. 총 1500여 개가 활동 중이다. 학교에선 학생 질문에 답하고 지도하는 ‘튜터’, 학생을 상담하고 적응을 돕는 ‘멘토’ 제도를 시행 중이다. 시간 여유가 없는 직장인을 위해 700여 개 과목, 1만 4000여 개 강의를 스마트폰·태플릿PC로 제공하고 있다. 강의 애플리케이션(U-KNOU+) 이용자가 현재 5만5000명인데, 재학생의 절반에 이른다.”
이 총장 직무대리는 2012년 방송대가 신설한 ‘프라임칼리지’의 산파 역할을 맡아왔다. 예비 은퇴세대의 재교육 프로그램 위주로 시작됐던 프라임칼리지는 올해 금융·서비스학부(회계금융 전공, 서비스경영 전공), 첨단공학부(산업공학 전공, 메카트로닉스 전공)를 신설했다.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택한 고졸 취업자의 학위 취득을 돕기 위한 과정이다. 현재 내년도 신입생, 편입생(2학년) 모집이 한창이다. 그는 “저렴한 학비와 편리한 교육과정으로 직장에서 필요한 역량·학위를 얻을 수 있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를 졸업한 20·30대를 위한 최적의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일반대의 ‘재직자 과정’과 차이는.
“2012년부터 전국 대학에 재직자 특별전형이 확대됐지만 정원을 채운 곳은 얼마 안 된다. 비싼 학비, 시간 부족 등이 원인이다. 프라임 칼리지는 국고 지원을 받아 학비가 저렴하다(한 학기 68만원). 타대(3년 이상 재직자 대상)와 달리 취업 후 바로 진학 가능하다. 모든 과목에 전공 튜터와 과목 튜터를 배정해 개인별 온라인 학습·실습을 꼼꼼히 지도한다.”
가상공간 ‘사이버랩’서 공대 실습 교육
-첨단공학부는 공대 학과다. 실험·실습 중심의 공대도 온라인 교육이 가능한가.
“미국 조지아공대는 이미 온라인 석사 과정을 개설했다. 방송대는 ‘사이버랩’이라는 온라인 실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상공간에서 실습을 경험할 수 있다. 또 한국폴리텍·한국기술교육대와 협약을 맺고 이들의 전국 35개 캠퍼스를 활용해 오프라인 실습도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자립 운영이 가능할 때까지 정부가 지원을 유지했으면 한다.”
개교 후 42년간 방송대에 입학한 이들은 264만명에 이른다. 국민 20명 중 한 명이 입학했던 ‘국민 대학’이다. 올해까지 졸업생은 58만 3284명에 이른다. 지난 10월 안전행정부(당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위공무원단(중앙부처 실·국장급) 1453명 중 73명이 이 대학 출신이다. 서울대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많은 대학이다.
-동문 네트워크는 활발한가.
“㈜락앤락 김준일 회장(행정학과 75학번),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경영 91),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오종남 사무총장(영문 03) 등이 참여하는 ‘KNOU 리더스클럽’이 활발하다. 방송대 동문이야말로 방송대의 가치를 인정한다. 매년 방송대에 들어오는 신입·편입생 중 4000명은 전공을 바꿔 재입학하는 방송대 동문이다.”
-전세계적으로 MOOC(온라인 공개강좌)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방송대도 진출한다. 유럽 대학들의 MOOC에 콘텐트를 제공하기로 했고, 아시아 원격대학들이 준비 중인 MOOC에선 코디네이터가 됐다.”
-외국 교육 관계자의 ‘견학코스’가 됐다.
“올해만 미국·일본·중국·터키·스페인·라오스 등 9개국에서 방문 왔다. 방송대의 원격교육을 ‘교육의 새마을운동’으로 여기고 벤치마킹하려는 나라가 많다. 정부와 함께 방송대의 노하우를 각국에 전수하는 ‘교육기부’도 추진 중이다.”
글=천인성·신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이동국 총장 직무대리(부총장)=1957년 출생.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85년부터 대전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94년 방송대로 옮겼다. 방송대 프라임칼리지 초대 학장을 맡아 예비 은퇴세대를 위한 비학위과정,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택한 고졸 취업자의 학위과정을 도입했다.
-원격교육이 중심이니 보니 교육의 질을 걱정하는 이도 있다.
“엄격한 학사관리는 방송대의 전통이자 자부심이다. 방송대가 ‘열린 대학’이라고 해서 교육과정을 가벼이 여긴다면 낭패 보기 쉽다. 요즘은 입학생 세 명 중 한 명 정도가 졸업한다(약 32%). 온라인 강의만 하지 않는다. 면대면 강의(출석 수업)와 출석 시험이 있고, 성적의 70%는 시험으로 반영한다. 엄격한 학사관리 덕에 졸업생의 자부심이 높고, 사회의 인정을 받는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은데.
“방송대 학생에겐 스터디그룹이 큰 힘이 된다. 총 1500여 개가 활동 중이다. 학교에선 학생 질문에 답하고 지도하는 ‘튜터’, 학생을 상담하고 적응을 돕는 ‘멘토’ 제도를 시행 중이다. 시간 여유가 없는 직장인을 위해 700여 개 과목, 1만 4000여 개 강의를 스마트폰·태플릿PC로 제공하고 있다. 강의 애플리케이션(U-KNOU+) 이용자가 현재 5만5000명인데, 재학생의 절반에 이른다.”
이 총장 직무대리는 2012년 방송대가 신설한 ‘프라임칼리지’의 산파 역할을 맡아왔다. 예비 은퇴세대의 재교육 프로그램 위주로 시작됐던 프라임칼리지는 올해 금융·서비스학부(회계금융 전공, 서비스경영 전공), 첨단공학부(산업공학 전공, 메카트로닉스 전공)를 신설했다.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택한 고졸 취업자의 학위 취득을 돕기 위한 과정이다. 현재 내년도 신입생, 편입생(2학년) 모집이 한창이다. 그는 “저렴한 학비와 편리한 교육과정으로 직장에서 필요한 역량·학위를 얻을 수 있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를 졸업한 20·30대를 위한 최적의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일반대의 ‘재직자 과정’과 차이는.
“2012년부터 전국 대학에 재직자 특별전형이 확대됐지만 정원을 채운 곳은 얼마 안 된다. 비싼 학비, 시간 부족 등이 원인이다. 프라임 칼리지는 국고 지원을 받아 학비가 저렴하다(한 학기 68만원). 타대(3년 이상 재직자 대상)와 달리 취업 후 바로 진학 가능하다. 모든 과목에 전공 튜터와 과목 튜터를 배정해 개인별 온라인 학습·실습을 꼼꼼히 지도한다.”
가상공간 ‘사이버랩’서 공대 실습 교육
-첨단공학부는 공대 학과다. 실험·실습 중심의 공대도 온라인 교육이 가능한가.
“미국 조지아공대는 이미 온라인 석사 과정을 개설했다. 방송대는 ‘사이버랩’이라는 온라인 실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상공간에서 실습을 경험할 수 있다. 또 한국폴리텍·한국기술교육대와 협약을 맺고 이들의 전국 35개 캠퍼스를 활용해 오프라인 실습도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자립 운영이 가능할 때까지 정부가 지원을 유지했으면 한다.”
개교 후 42년간 방송대에 입학한 이들은 264만명에 이른다. 국민 20명 중 한 명이 입학했던 ‘국민 대학’이다. 올해까지 졸업생은 58만 3284명에 이른다. 지난 10월 안전행정부(당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위공무원단(중앙부처 실·국장급) 1453명 중 73명이 이 대학 출신이다. 서울대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많은 대학이다.
-동문 네트워크는 활발한가.
“㈜락앤락 김준일 회장(행정학과 75학번),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경영 91),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오종남 사무총장(영문 03) 등이 참여하는 ‘KNOU 리더스클럽’이 활발하다. 방송대 동문이야말로 방송대의 가치를 인정한다. 매년 방송대에 들어오는 신입·편입생 중 4000명은 전공을 바꿔 재입학하는 방송대 동문이다.”
-전세계적으로 MOOC(온라인 공개강좌)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방송대도 진출한다. 유럽 대학들의 MOOC에 콘텐트를 제공하기로 했고, 아시아 원격대학들이 준비 중인 MOOC에선 코디네이터가 됐다.”
-외국 교육 관계자의 ‘견학코스’가 됐다.
“올해만 미국·일본·중국·터키·스페인·라오스 등 9개국에서 방문 왔다. 방송대의 원격교육을 ‘교육의 새마을운동’으로 여기고 벤치마킹하려는 나라가 많다. 정부와 함께 방송대의 노하우를 각국에 전수하는 ‘교육기부’도 추진 중이다.”
글=천인성·신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이동국 총장 직무대리(부총장)=1957년 출생.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85년부터 대전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94년 방송대로 옮겼다. 방송대 프라임칼리지 초대 학장을 맡아 예비 은퇴세대를 위한 비학위과정,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택한 고졸 취업자의 학위과정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