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김태우 기자] 한신의 수호신으로 각광받고 있는 오승환(32, 한신)이 흔들림 없이 진군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오승환의 ‘노히트’ 기록을 주목하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오승환은 10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초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아내는 등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공 16개로 1이닝을 마무리한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1.93에서 1.80으로 조금 더 떨어졌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연패를 끊어야 했던 한신은 오승환을 동점 상황에서 쓰는 강수를 뒀다. 9회를 막고 마지막 공격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즉 이번 경기를 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오승환은 이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선두 조노를 헛스윙 삼진으로, 마츠모토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순항한 오승환은 마지막 타자 다카하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비록 팀이 10회 3점을 내주고 3-6으로 져 오승환의 호투는 다소 빛이 바랬다. 오승환도 경기 후 “(무피안타 기록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팀이 이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한신의 연패 속에서도 오승환의 노히트 행진은 한가닥 위안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확실한 마무리가 없어 고전했던 한신의 고민이 해결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일본 타자들의 끈질긴 커트에 고전하기도 했던 오승환은 최근 11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10경기에서는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전임 수호신이었던 후지카와 규지(현 시카고 컵스)가 가지고 있던 종전 기록(8⅔이닝)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사실 10이닝 연속 노히트 기록은 오승환이 한국에서도 만들기 쉽지 않았던 기록이었다. 그만큼 오승환의 컨디션이 좋다는 것, 그리고 공이 일본에서도 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지 언론들도 오승환의 이런 맹활약을 비중있게 다뤘다. <닛칸스포츠>는 10일 “오승환이 9회를 삼자범퇴로 막아 자신의 노히트 기록을 10이닝으로 늘렸다”라면서 “선두 조노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는 등 당당한 투구를 선보였다. 지난 4월 11일 요미우리전 이후 10경기 10이닝에서 안타를 맞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안타를 맞지 않은 셈”이라고 놀라워했다.
물론 오승환의 이런 기록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투수도 안타 하나 없이 시즌을 버틸 수는 없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오승환도 별다른 의미를 두지는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오승환은 아직까지 블론세이브가 없고 최근 압도적인 구위로 팀의 마지막을 지켜내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할 경우 극성스러운 팬과 언론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싹 사라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시즌을 멀리 내다보고 갈 수 있는 든든한 밑천을 마련한 셈이다. ‘10이닝 노히트’라는 기록 이상의 성과라고 할 만하다.
skullboy@osen.co.kr [OSEN] 입력 2014.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