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떻게 당연한 것이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 AI와 대화를 시작한다. 답을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아서 좋다.
삼시 세 끼는 언제 시작된 것일까?
배신감이 들게도 내가 확인한 하루 세 끼의 규칙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불과 200~300년 전, 산업 혁명과 함께 하루 세 끼 규칙이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기본 식사 패턴은 ‘하루 두 끼’가 일반적이었다. 조선 왕실의 철저한 기록인 ‘국조오례의’와 관찬(官撰) 사료들을 보면, 나라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던 조선 왕들조차 하루에 정식 식사는 두 차례였고 필요 시 간식이나 별식이 더해졌다. 오전 10시쯤 아침 수라(조수라)와 오후 5시쯤 저녁 수라(석수라)가 일반적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낮 12시의 ‘점심(點心)’은 한자 뜻을 그대로 해석하면 ‘마음에 점을 찍는 것’이다. 가볍게 지나가는 음식으로 미음이나 차, 떡 같은 간식(낮것상)에 가까웠다.
왕의 식사가 이러했다면 일반 백성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을 것이다. 해가 짧은 가을과 겨울에는 농사일도 줄고 활동량도 감소하므로 자연스럽게 하루 두 끼(조석·朝夕)를 먹었다. 그러다 해가 길어지는 봄과 여름에는 세 끼를 먹었는데 고된 농사일을 계속하기 위해서였다. 영양 과잉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몸에 부담을 주지도 않았을 터였다.
두 끼에 맞춰진 생체 시계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공장이 등장하고부터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 시간이 인위적으로 규격화되었다. 기계가 돌아가는 동안 노동자들을 쉬게 할 수도 없었다. 하루 8시간 이상 노동을 떠받치기 위해 점심 식사가 끼어들게 된 것이다. 점심시간은 곧 휴식 시간이기도 해서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핵심은 삼시 세 끼는 오래된 건강의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쉼 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가 인간의 몸에 부여한, 생존을 위한 친절(?)에 가깝다.
24시간 먹은 쥐 對 16시간 굶은 쥐
그런데 삼시 세끼가 정착된 현대 사회에 인간에게는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각종 질병의 발생이다.특히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은 너무 자주 많이 먹어서 생기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명확한 현실 앞에서 연구자들은 “혹시 우리 몸에 필요한 것이 ‘풍족한 식사’가 아니라 시대를 거스르는 ‘인위적 공복’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갖게 됐다. 그리고 실제 연구를 통해 제대로 된 결론에 도달한 연구자들도 나타났다.
이정표가 된 연구는 지난 2012년 미국 솔크 생물학연구소(Salk Institute)의 사치다난다 판다 박사가 진행한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생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모두에게 비만을 유발하는 똑같은 양의 고지방·고칼로리 사료를 제공했다. 차이는 오직 ‘섭취 시간’뿐이었다.
A그룹 쥐들에게는 24시간 내내 아무 때나 자유롭게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했고, B그룹 쥐들에게는 하루 중 딱 8시간 동안만 음식을 먹게 했다. 자연히 나머지 16시간 동안은 물만 마시는 공복이 유지됐다.
18주간의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먹은 총칼로리는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먹은 A그룹 쥐들은 비만, 지방간, 당뇨병(인슐린 저항성)을 심하게 앓은 반면, 16시간의 공복 주기를 지킨 B그룹 쥐들은 대사 기능이 정상으로 건강했다. 몸매도 날씬하게 유지됐다.
연구팀은대사 건강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도 있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먹지 않고 세포와 장기를 쉬게 하느냐’도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세포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 공복이 우리 몸을 깨우는 비결은 호르몬 모드의 전환에 있다. 음식을 먹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혈당을 낮추느라 온종일 과로하던 인슐린이 퇴근을 하게 된다. 인슐린 수치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비로소 우리 몸은 창고에 저장해 둔 체지방을 꺼내 에너지로 쓰는 ‘지방 연소 모드’에 돌입한다.
공복 상태가 깊어질 때 일어나는 내부 변화는 매우 흥미롭다. 대표적으로 세포 내의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인 ‘자가포식(Autophagy·오토파지)’ 메커니즘이 가동된다. ‘스스로(Auto)’ ‘먹는다(Phagy)’는 뜻의 이 현상은 세포가 굶주림에 직면했을 때, 세포 내에 쌓인 쓰레기 단백질이나 수명이 다해 망가진 세포 소기관들을 스스로 감싸 녹여버리는 생존 방식이다. 청소기가 먼지를 쓸어 담아 연료로 재활용하는 모양으로, 몸 안의 노폐물을 태워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 놀라운 세포 내부의 청소 메커니즘을 규명한 이는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세포 안에 쓰레기가 가득 쌓이면 당뇨나 암, 퇴행성 질환 같은 각종 노화 질병이 유발된다. 그러나 공복이 되면 세포 속 청소 업체가 가동된다. 공복은 몸을 굶겨서 괴롭히는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장기들을 완벽하게 청소하고 재생시키는 가장 완벽하고 천연적인 항노화 프로세스인 셈이다.
현실적 대안 : ‘12시간 법칙’과 안전 간식
다만, 공복의 장점을 알고 있다고 해도 ‘16시간 공복’을 매일 실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아침을 굶자니 오전 근무 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저녁을 일찍 먹자니 사회생활이나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억지로 시간을 맞추려다 오히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밤늦게 폭식으로 무너지는 부작용을 겪는다.
16시간 벽이 너무 높게 느껴진다면, ‘12시간 공복 법칙’을 실천하는 것도 괜찮다. 일부 연구에서는 공복 시간을 12시간만 유지하더라도 과로하던 췌장과 위장이 충분한 휴식을 취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고 대사 증후군을 예방하는 이점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밤 7시에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식사를 하는 식으로, 수면 시간을 포함하면 누구나 큰 스트레스 없이 12시간 공복은 실천할 수 있다.
두 말하면 잔소리겠지만12시간 공복은 정제 탄수화물을 철저히 피하는 일이다.사소한 정제당 하나만 들어가도 췌장은 다시 자극을 받아, 겨우 퇴근했던 인슐린을 강제 소환시킨다. 세포 청소를 통해 건강을 되돌리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