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는 올해(2025년) 92세이지만,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강연 준비를 하며, 최신 연구 동향을 찾는다. 그는 이같은 하루 일과 중 식사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이 박사는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닥터 인사이드’에 출연해 “식사는 단순히 먹는 행위가 아니라 하루의 리듬을 조율하는 중요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장수를 위한 이시형 박사의 하루 식사 루틴
이 박사는 하루 세 끼를 모두 챙겨 먹지만, 양보다는 질과 리듬을 중요시한다. “아침 식사는 몸을 깨우고 정신을 선명하게 만드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아침을 아주 단순하게 챙겨 먹는데, 밥 한 공기 대신 가볍게 누룽지에 채소와 계란을 곁들인다. 브로콜리, 토마토, 사과 한두 쪽, 삶은 계란 하나로 충분하며, 이를 통해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을 고루 섭취한다.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닥터 인사이드'
점심 식사는 규칙적인 시간에 먹는다. 주로 현미밥, 두부, 생선, 나물 중심의 한식 위주로 소식(小食)을 원칙으로 삼는다. 배가 80%쯤 찼을 때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 숟가락을 놓는 습관이 오후를 더 가볍게 만든다”는 것이다. 과식은 머리를 무겁게 하고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므로, 나이가 들수록 ‘덜 먹는 습관’이 건강의 비결이자 최고의 명약이라고 했다.
저녁 식사는 가장 간단하다. 때로는 과일 한두 쪽이나 죽 한 그릇만 먹는다. 철칙은 잠들기 4시간 전에는 식사를 끝내는 것이다. 소화가 덜 된 상태로 잠들면 숙면이 어렵고 아침에 뇌가 피로하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은 가볍게 먹고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이 박사는 식탁에서 늘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데, 이 단순한 마음이 세로토닌을 분비시키고 면역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면역 본부인 장(腸) 건강의 핵심, 발효식품
이 박사는 “우리 몸 면역세포의 약 70%가 장에 존재하는데, 면역력을 높이려면 장을 돌보아야 한다”고 했다. 장이 건강해야 전신 면역 체계가 안정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장을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닌, 우리 몸의 면역 본부이자 세로토닌의 공장으로 봤다. 장 속 환경이 좋아야 세로토닌이 잘 만들어지고, 이것이 면역과 정서 안정으로 이어진다.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닥터 인사이드'
그는 “장 건강을 위해선 김치, 된장, 청국장, 요구르트 같은 자연 발효식품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 음식들은 유익균의 보고이며, 꾸준히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이 늘고 장벽이 단단해지며 염증 반응이 줄어든다고 했다. 된장은 천연 항생제처럼 강한 항균 작용을 하고, 김치는 살아 있는 미생물 덩어리이며, 청국장은 살아 있는 유익균 그 자체라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이 유익균들이 장 안에서 유해균을 억제하고 면역세포의 활성을 자극하여 면역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장 건강은 곧 면역력이며, 장 속 환경이 좋으면 세로토닌이 풍부해져 면역세포를 진정시키고 염증을 억제한다.
100세 시대를 지탱하는 영양소: 파이토케미컬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영양소로 이 박사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을 꼽는다. 이는 비타민이나 미네랄보다 근본적이며, 세포를 젊게 유지시키는 힘을 가진 식물 속 천연 화학물질이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햇빛, 병균,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만들어낸 천연 방어 물질이다. 사람이 이를 섭취함으로써 그 방어력을 함께 얻게 된다. 파이토케미컬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면역세포를 조절하며, 노화 속도를 늦추는 ‘세포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이는 세포 안의 찌꺼기를 정리하고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닥터 인사이드'
흰쌀, 흰 밀가루 등 가공식품에는 파이토케미컬이 거의 없다. 반면, 보라색 가지, 빨간 파프리카, 녹색 브로콜리, 검은콩, 흑미처럼 색이 진한 자연식품에 풍부하다. 한국 전통 식단이 우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된장국에 들어가는 마늘, 파, 버섯, 시금치 등 발효와 자연의 조화 속에서 몸의 균형이 잡힌다. 특히 노년기에는 항염(抗炎) 능력이 중요한데, 파이토케미컬은 만성 염증에서 시작되는 대부분의 노화 질환에 대해 염증의 불을 끄는 역할을 한다.
“최적의 조리법은 찜”
이 박사가 권장하는 가장 이상적인 조리법은 ‘찜’이다. 찜 요리는 불에 직접 닿지 않아 산화가 적고, 영양 손실이 거의 없으며, 소화가 편하고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특히 나트륨이나 기름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구이나 튀김은 고온 조리 과정에서 단백질과 지방이 산화되고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찜은 100도 이하의 수증기로 천천히 익히기 때문에 음식이 부드럽게 익는 것 자체가 세포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찜 식단은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좋다. 노년기에는 위산 분비와 소화 효소 감소로 부드럽고 따뜻한 음식이 중요한데, 찜 요리는 몸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준다. 뜨거운 불에 볶거나 굽는 음식은 입에는 자극적이지만 몸에는 피로를 남기지만, 찜은 먹은 뒤에도 편안하고 몸이 고요해진다.
이 박사는 찜 요리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생활 리듬을 안정시키는 식사법이라고 보며, 젊은 세대에게도 ‘찜 요리 습관’을 권한다. 찜 요리는느리고 조용하지만, 그 느림이 세포를 쉬게 하고 몸의 리듬을 되찾게 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건강한 장수를 위한 식사의 기본 원칙
이 박사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가 추천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식사의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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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리듬 있는 식사, 즉 규칙성이다. 일정한 시간에 먹는 습관은 세포의 생체시계를 안정시키며, 식사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혈당과 호르몬 리듬이 흔들려 피로와 면역 저하를 초래한다.
둘째, 자연식, 제철식, 단순식이다. 가공된 음식보다 자연 그대로의 색과 향이 살아 있는 식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색이 진한 채소, 통곡물, 해조류, 발효식품 다섯 가지만 꾸준히 챙겨도 면역의 기본 틀이 잡힌다. 제철 음식은 그 계절의 기운을 담아 몸의 리듬과 가장 잘 맞는다.
셋째, 따뜻한 밥상이다. 찬 음식이나 급한 식사는 몸을 차게 하고 장을 긴장시키지만, 따뜻한 국물이나 찜 요리는 소화에 부담이 없다. 따뜻한 음식은 혈류를 부드럽게 하여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넷째, 함께 먹는 식사, 즉 관계의 식사이다. 혼자 먹는 밥보다 가족, 친구, 동료와 나누는 식사가 훨씬 건강하며, 대화하고 웃는 순간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면역세포가 활성화된다. 장수 마을의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함께 먹는 밥상’이었다.
결국 100세 시대의 식사 원칙은 단순하다. 적게, 제때, 따뜻하게, 함께, 감사히 먹는 것이다. 이 원칙을 지키면 약보다 강한 회복력이 생긴다고 이 박사는 조언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닥터 인사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