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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도 직계 가족" 법으로 인정받았다

해암도 2025. 6. 21. 08:37

뉴욕법원 "사고로 개 잃은 견주
가족 잃은 것과 같은 고통 겪어"

 
 
2023년 자동차에 치어 죽은 '듀크'의 모습. /트레버 디블레이스 인스타그램
 

미국 뉴욕주에 사는 낸 디블레이스는 2023년 7월 닥스훈트 강아지 듀크(4)의 목줄을 잡고 산책하고 있었다.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에 들어섰을 때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갑자기 방향을 틀며 듀크를 치었다. 디블레이스는 간발의 차로 충돌을 피했지만 듀크는 숨졌다. 디블레이스는 “반려견이 차에 치여 죽는 장면을 목격해 정신적 고통이 크다”며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운전자 상대로 제기했다. 반려견을 ‘재산’으로 간주해 시장 가치와 의료비 등 2000달러(약 273만원) 수준의 배상만 인정하는 법률에 이의를 제기하고 ‘가족의 상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주장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소송에서 “반려견도 인간의 직계가족(immediate family)으로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뉴욕주 1심 법원 애런 매슬로 판사는 “반려견이 직계가족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뉴욕주에서는 직계가족에 대해서만 정신적 고통을 주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반려견을 부모형제와 같은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이다.

 

매슬로 판사는 “듀크가 깔려 죽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 단순히 재산을 잃는 데 따른 일반적 슬픔을 넘어서는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소송 당사자가 ‘목줄로 연결된 반려견과 함께 걷던 사람’이어야 하고, ‘부주의한 운전자가 반려견을 친 사례’여야 하며, ‘그 사람 또한 거의 다칠 뻔한 경우’에 적용된다며 인정 범위를 한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피고 측은 “직계가족의 범위를 넓히면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 걸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법적 책임이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1심 판결이기 때문에 상급심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동물을 법적으로 인간처럼 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건은 끊임없는 논쟁을 낳고 있다. 2022년엔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코끼리 ‘해피’에게 법적 인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소송이 진행됐다. 당시 뉴욕주 대법원은 “해피가 감정이 있고 지능이 높다 해도 법적으로는 인간이 아닌 동물이며, 인격체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한국에서도 2021년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민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