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유망 기업]
日 덕무산업 소고 다카오 회장 인터뷰
요양시설 원장 친구 의뢰에
장갑 회사를 노인용 신발 회사로 변신
日 노인용 신발 점유율 55%로 1위
넘어지지 않고 가벼운 ‘아유미 신발’ 제작
2023년 12월 23일,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가 됐다. 대한민국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1024만4550만 명) 비율이 20%를 넘어선 것.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에 조선비즈는 한국보다 19년 이른 200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중심으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사업과 초고령사회가 낳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을 둔 해외 사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신발은 같은 크기로 된 좌우 한 켤레를 사고파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본 도쿠타케 산교(Tokutake Sangyo·徳武産業·이하 덕무산업)는 신발 한 짝을 판다. 심지어 좌우 크기가 다른 짝짝이 신발도 판다. 나이가 들거나 몸이 불편하면 양쪽 발 크기가 달라지지만, 양쪽이 같은 크기로 된 신발만 사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결과다.
덕무산업은 일본 가가와현 사누키시에 있는 직원 80명이 일하는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업계 내 입지는 남다르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끝에 개발, 1995년 판매를 시작한 ‘아유미(歩み·걸음이라는 뜻)’ 신발은 일본에서 노인용 신발을 제작하는 15개 업체 중 점유율 1위(55%, 2위는 약 22%)다. 아유미 신발은 노인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디자인, 가벼움을 특징으로 한다.

1957년 설립한 덕무산업은 본래 장갑 봉제업을 했다. 하지만 창업주의 사위인 소고 다카오(十河孝男·Sogo Takao) 회장이 노인용 신발로 제조 품목을 변경하고 성공을 거뒀다. 소고 회장이 처음부터 덕무산업에서 일했던 것은 아니다. 소고 회장은 은행에서 근무하다 숙부가 경영하던 다른 장갑 회사에 입사, 공장 책임자로 경상남도 마산에서 1976년부터 4년간 일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9년 동안 해당 장갑회사에서 일했다. 이후 창업주(德武重利·도쿠다케 시게리)였던 장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1984년, 37세의 나이에 덕무산업 경영을 맡았다.
소고 회장은 지난 6일 조선비즈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의 생활 양식은 일본과 조금 다르지만, 아유미 신발을 한국의 노인들도 신어줬으면 한다”며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한국에 4년 간 신세를 졌기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회장님이 ‘아유미’ 신발을 만들었지요. 장갑을 제조하던 덕무산업이 신발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요.
“내가 처음 사장이 됐을 때, 덕무산업은 어린이들의 학교용 신발, 여행용 슬리퍼, 실내화 등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의 사정으로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미래가 불안했기에 OEM이 아닌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요양시설 원장이던 친구가 시설에 있는 노인들이 자주 넘어지는데 바닥을 바꿔봤지만, 넘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며 ‘노인이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신발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덕무산업은 슬리퍼나 실내화를 만드는 기술이 있었지만, 신발을 만드는 기술은 없었다. 무엇보다 일본에서 노인용 신발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 본보기도 없었다. 하지만 OEM을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노인 시설에 가서 시장 조사를 했다고 들었다. 직접 한 건가.
“다른 직원들은 바빴기에 나와 당시 전무였던 아내가 노인용 신발 개발을 담당해 여러 시설을 찾았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 시설에 있는 노인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총 2년 동안 500명의 이야기를 들었고, 시범 착용도 했다.”
─시장 조사를 할 때 만났던 이들은 어떤 신발을 만들어달라고 했나.
“오른발과 왼발의 크기가 다르거나, 한쪽 발만 많이 써서 땅에 발이 많이 닿는 짝은 낡았지만, 다른 한쪽은 멀쩡한 분들도 있었다. 경제적인 사정으로 크기가 다른 두 켤레의 신발을 사지 못하고 큰 신발을 사서 작은 발쪽에 양말을 덧대거나, 발가락 쪽에 무언가를 넣어서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매우 걷기 힘든 상태였고, 그것이 넘어짐의 원인이었다. 오른쪽과 왼쪽 크기가 다른 신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신발 한 짝을 팔고 양쪽 발 크기가 다른 신발도 파나. 반대는 없었나.
“물론 반대가 있었다. 1만2000개의 일본 신발 업체 중에 신발 한 쪽만, 양발의 크기가 다르게 파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신발 한 쪽만 파는 건 비상식이고, 채산성도 없었기에 회사 직원들도 반대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고객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2001년부터 한 켤레의 반값에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신발 한 짝을 판다.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신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인용 신발을 만드는 것이므로, 한쪽만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에 판매 시스템에 넣었다. 2001년부터 양쪽 신발 크기가 다른 신발도 판다.”
─한 짝만 팔거나 양쪽 발 크기가 다른 신발을 파는 사업 모델 특허를 내지 않았다고 들었다.
“아유미 신발을 개발한 30년 전에 오른쪽이나 왼쪽 한쪽만 팔거나, 크기가 다른 신발을 파는 사업 모델 특허를 따면 된다고 말해준 변리사가 있었다. 하지만 경쟁사 손님도 나이가 많고, 경쟁사 고객의 편의성을 뺏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노인을 위한 신발 업계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특허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경쟁사도 한 짝 신발이나, 양쪽 크기가 다른 신발을 판매한다. 덕무산업을 포함해 4개 회사가 노인용 신발의 90~95%를 판매한다. 이제 일본의 노인용 신발 업계에서 한 짝만 팔고, 양쪽 크기가 다른 신발을 파는 것은 상식이 됐다.”
─덕무산업이 만드는 노인 전용 신발의 특성을 알려달라.
“친구인 요양시설 원장이 가장 먼저 요청한 것은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유미 커브’라고 발끝을 살짝 올리도록 디자인해 무언가에 걸리지 않도록 해 쉽게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또한 사람들은 요청한 것에 맞춰 가볍고, 밝은색, 발뒤꿈치가 튼튼하면서도 저렴한 신발을 만들었다. 통기성이 좋고 편안한 시설용, 밖에서 신어도 밑창이 잘 닳지 않는 외출용, 집에서 신을 수 있는 실내용, 입원용 외에 보조기를 착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하지 보조용 신발을 만든다.”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군은?
“시설용 신발이 가장 많이 팔린다.”
─노인 전용 신발 제작으로 채산성이 맞나. 판매 초기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시작했을 때는 매우 힘들었다. 생산 초기에는 도매상을 통한 B2B 거래를 하고 싶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요양원에 직접 판매하려고 했지만, 응답률이 낮았고 카탈로그 제작 및 배송비 등 비용이 높아서 포기했다. 오랜 고민 끝에 요양원 등 시설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제품을 설명하는 텔레마케팅을 하면서 판매가 시작됐다. 현재는 배송비 문제 등으로 인해 시설에 직접 판매하는 대신 주로 도매상을 통해 판매한다. 온라인 판매량은 전체의 4~5% 정도다. 자체 생산에서 국내 하청 생산, 중국 생산량이 늘면서 수익성도 생겼다.”
─아유미 신발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2400만 켤레다. 지난해에만 약 140만 켤레를 팔았다.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제품을 발송할 때 직원이 쓴 감사 편지와 설문지를 동봉하는 이유는 뭔가.
“시장 조사를 하면서 많은 노인들이 신체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을 넘어 매우 외롭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발을 가져가서 ‘이 신발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이 신발을 판다면 나도 사고 싶다’고 말하는데 3~5분을 썼고, 30~40분 동안은 가족 이야기를 했다. 노인들이 쓸쓸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신발을 파는 동시에 고객의 마음을 충족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직원들이 쓴 ‘정성(마고코로·まごころ)엽서’를 보낸다. 엽서를 받는 고객들이 손자에게 편지를 받은 듯 매우 기뻐한다.”
─설문지도 동봉한다고 들었다.
“디자인, 기능, 색상, 가격 등에 만족하는지를 묻는 설문지도 보낸다. 회수율은 2% 정도인데 하루에만 50매, 많게는 80매가 온다. 연간 약 3만 매 정도다. 설문지에는 ‘다양한 색이 있으면 좋겠다’, ‘다리가 부어서 시판 중인 신발을 살 수 없으니 이에 맞는 신발을 만들어달라’ 등 요구사항도 있고 ‘손을 안 써도 발이 들어가고 너무 가볍다’, ‘아버지가 신고 다니는 데 이름을 쓰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등 의견도 들어있다.”
소고 회장은 고객들이 회신한 엽서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데 인터뷰의 상당 시간을 썼다. 그리고 엽서를 담아놓은 박스와 카탈로그식으로 정리해둔 파일을 한 장씩 넘기며 내용을 읽어 나갔다.
─사연이 있는 엽서도 있나.
“고객의 성명, 주소와 생년월일이 쓰여 있기 때문에 상품 구입 후 2년 동안 생일 축하 선물을 보낸다. 대부분은 감사 편지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아버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이제는 선물을 그만 보내도 된다는 엽서가 오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덕무산업 신발을 판매 중인가.
“약 10년 동안 한국에서 아유미 신발을 판매하고 있다. 돌봄 관련 용품을 파는 케어맥스코리아라는 일본 도매상의 한국 자회사가 한국에서 아유미 신발을 판매 중이다. 아직 노인용 신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에 한국 전역의 노인 시설이 등을 중심으로 아유미 신발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하려고 한다.”
손덕호 기자 정미하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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