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넘은 ‘첨생법’ 뭔가요
국내서도 줄기세포 치료 길 열려
‘치료 불가’ 반쪽짜리 법 손질
日 원정치료·불법 시술 해소 기대
“연구와 산업에도 긍정적”


앞으로 국내에서도 중증·희소·난치 질환 환자가 세포·유전자 치료 같은 첨단 재생치료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일 본회의를 열어 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작년 3월 바이오헬스 규제혁신 과제로 선정하고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다른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나 희소·난치질환에만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손질했다. 연구자가 아닌 환자도 재생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행일은 공포 후 1년 뒤다.
◇ 환자 원정·불법 치료 조장하던 규제 손질
그동안 의료계에선 첨단 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를 통해 희소·난치 질환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된 첨단재생바이오법이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로 법 제정 당시 재생의료 치료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기존 첨단재생바이오법은 국내에서 다른 치료제가 없는 심각한 환자나 희소·난치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또 ‘연구’목적에 한해 재생의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면역세포 치료를 받을 길이 없었다. 의사 재량으로 환자에게 다양한 시술을 할 수 없고, 환자 입장에선 연구 목적 임상이나 상업화를 위한 치료제 개발 임상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환자들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원정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잇따랐다. 매년 면역세포, 줄기세포 치료 등을 받기 위해 일본을 포함한 해외로 원정치료를 떠나는 환자는 1만~2만명으로 치료 비용이 최대 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를 피해 일부 요양시설에서 음성적으로 불법 시술을 하는 문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임상연구를 거친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경우 보건 당국의 치료계획 승인을 받아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연구자 주도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됐다면 치료가 허용된 것이다.
대체치료제가 없는 교모세포종과 같은 악성 뇌종양 환자의 경우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 임상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도 차바이오텍(18,560원 ▲ 160 0.87%)이 개발 중인 면역세포치료제 ‘CBT101′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CBT101은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선천적 면역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연살해(NK)세포를 추출한 뒤, 체외에서 증식해 제조한 면역세포치료제다.
차바이오텍에 따르면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 14명에게 CBT101을 투여한 결과 50%인 7명의 환자가 2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효과가 장기간 유지돼 14명의 환자 중 4명은 2~7년 간 병이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악성신경교종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 받았으며 2022년 국내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고 다국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전국에 첨단재생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85곳으로 집계된다. 개정법은 일부 고위험 치료는 임상연구를 진행한 연구자가 속한 의료기관에서만 진행하도록 했다.
◇ “재생의료 바이오 산업 활성화 기대”
그간 중증·희귀·난치 질환에 한해서만 임상 연구가 가능한 데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세부 법령이 모호하거나 없어 연구자들이 섣불리 연구에 뛰어들지는 못하고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첨단재생바이오법이 특정 질환에 제한되고 연구 이후에는 환자 치료에 이용할 수 없다 보니 지난 3년간 승인된 임상 연구가 37건 , 연구대상자가 665명에 그쳤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구자 주도 임상 연구 대상군은 기존 ‘중증·희소·난치질환’뿐 아니라 모든 영역의 임상 연구가 가능하도록 완화했다. 치료에 대한 안전감독 체계 구축, 첨단재생의료의 치료비용에 대한 정보 공개와 심의 규정, 첨단바이오의약품 원료 공급 업체에 대한 관리에 관한 규정, 세포치료제 관련 법령, 조건부 품목허가, 신속심사제에 관한 규정이 보완됐다.
바이오 업계에선 연구자 임상이 더 활발해지고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활용한 환자의 치료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94억6000만달러(약 12조원)에서 2027년엔 417억7000만달러(약 5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예상 성장률(CAGR)은 44.1%다.

허지윤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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