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갤럭시 S24 써보니
저녁 식사를 예약하기 위해 갤럭시 S24 스마트폰으로 스페인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식당 주인은 스페인어밖에 구사하지 못하지만 문제없다. 발신 화면에 뜬 ‘통화 어시스트’ 버튼을 클릭하고, ‘실시간 통역’ 기능을 선택한다. 주인에게 한국어로 ‘저녁 7시, 3명이 가는데 창가 자리로 부탁해요’라고 말하자 인공지능(AI)이 이를 통역해 전달했다. 곧이어 주인이 스페인어로 대답했고, 이어서 AI의 ‘알겠어요, 예약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 음성이 나왔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 S24 시리즈를 써 본 첫 느낌은 “AI 기능이 스마트폰을 이렇게 바꿔 놓을 수 있을까”였다. 실시간 통역 기능은 영어를 비롯해 스페인어·중국어·프랑스어·일본어 등 13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는 별 무리 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들게 했다. AI가 말하는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통역을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초 미만이었고, 통역 내용도 자연스러웠다. 실시간 통역 기능은 한쪽만 갤럭시 S24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두 사람이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대면 대화에서도 쓸 수 있다. 다만 한 번에 두 가지 언어를 섞어서 사용하자 인식 오류가 생기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경계 없는 소통이라는 사람들의 희망이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기종에 따라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건 8 3세대’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400′이 탑재된다. 이 AI 반도체들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답변을 만들어낸다. 이른바 온디바이스(내장형) AI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AI 반도체를 탑재하면서, 동시에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빅테크 AI 서비스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AI’를 만든 것이다. 통번역이나 문장 요약처럼 속도가 중요한 곳에는 자체 AI 반도체를, 검색이나 이미지 보정처럼 정확도가 중요할 때는 제미나이를 이용하는 식이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 S24에 탑재된 '서클 투 서치' 기능을 활용해 행인이 신고 있는 신발 정보를 검색하는 모습./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서클 투 서치’ 기능은 포털을 열어 검색어를 입력하는 기존 검색 방식을 뿌리째 바꿔 놓을 전망이다. 갤럭시 S24의 카메라 기능을 켠 뒤, 지나가는 행인의 신발에 초점을 맞춘 뒤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자 화면 하단에 신발 브랜드와 가격을 알려주는 정보가 떴다. 구글의 제미나이와 연동된 기능이다. ‘비슷한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을 보여줘’라고 입력하자 쇼핑몰로도 연결됐다.
별도의 앱을 열어 자르기·돌리기 같은 기능을 계속 눌러야 했던 이미지와 영상 편집도 AI를 통해 진화했다. 갤럭시 S24에 새롭게 추가된 ‘생성형 편집’을 사용해 기울게 찍어진 사진을 똑바로 회전시키자 생겨난 여백을 AI가 곧바로 자연스럽게 그려 넣었다. 영상을 재생하고 손가락을 스크린 위에 가져다 대자 ‘슬로모션’으로 바뀌었다. AI가 영상을 분석하고 예측해 존재하지 않는 프레임을 생성해 추가하면서 가능해진 기능이다.
AI 기능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외장재가 티타늄으로 바뀐 것 이외에 외형상으로는 전작과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티타늄은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 15 시리즈에 적용한 소재로 충격에 강하면서도 무게가 가벼운 특징이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국내에서 갤럭시 S24 예약 판매를 진행한 뒤 31일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 순차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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