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터

1만년 걸릴 문제 200초에... 미래산업 만능열쇠 ‘양자컴퓨터’ 속도전

해암도 2023. 9. 13. 06:54

[한국 경제의 ‘뉴 엔진’ 2부]
[2] 인간 지능 넘는 초지능 시대

 
구글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 물리 법칙인 양자역학을 이용한 미래 컴퓨터인 양자컴퓨터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었던 자연현상 등을 이해하도록 돕는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활용도와 가능성이 무한해 세계 각국은 양자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은 구글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 /구글
 

지난 6월 1일 뉴욕 맨해튼 외곽 요크타운하이츠의 푸른 녹지 위에 위치한 IBM 토머스 왓슨 리서치센터. IBM 창업자의 이름을 딴 이 연구소는 전 세계 양자컴퓨터 연구의 최전선이다. 100여 명에 달하는 양자컴 엔지니어들이 이곳에서 양자컴 전용 칩을 만들고 테스트한다. 연구소 내 양자컴 6대 중 5대엔 알루미늄 커버가 씌워져 있었고, 1대는 복잡한 전선이 얽혀 있는 본체를 드러낸 상태였다. 마치 황금색 샹들리에 같았다. 가장 밑단에는 양자컴의 핵심인 프로세서 칩이 달렸고, 칩과 연결된 수백 개의 전선이 상단에 여러 겹으로 탑재된 냉각기와 이어졌다.

 

양자컴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물리 법칙인 양자역학을 이용한 미래 컴퓨터이다. 수퍼컴퓨터가 1만년 걸릴 난수 문제를 양자컴은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 테크 업계에선 양자컴이 실용화되고 인공지능(AI)과 결합할 경우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AI 학습과 서비스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양자컴이 처리해준다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AI 성능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대곤 KAIST 교수는 “양자컴은 물리 현상 같은 자연의 원리 해석은 물론 암호 해석, 신소재·신약 개발 등 수많은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강력한 도구”라며 “미래엔 얼마나 뛰어난 양자컴을 보유했느냐가 국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IBM 토머스 왓슨 리서치센터 내 양자컴퓨터 연구실은 조용하고 서늘했다. 연구실 바닥에 연결을 위해 놓인 호스에는 서리가 끼어 있었다. 양자컴은 안정적인 양자 중첩 상태(큐비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저항 등 외부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절대온도인 영하 273도에 가까울수록 양자컴 성능이 안정적이다. 냉각재로는 액체 헬륨을 사용한다. 또 전기 신호 전달의 안전성을 위해 매우 어두운 진공 상태도 필요하다. 큐비트의 핵심 원리인 양자 중첩 상태는 빛, 열과 같은 아주 약한 외부 자극에도 쉽게 깨지기 때문이다. IBM 관계자는 “0이나 1 중 하나를 비트라는 정보 단위로 인식해 연산하는 일반 컴퓨터와 달리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상태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한 계산 속도와 정보 저장 능력을 보인다”면서 “양자의 활동을 방해하는 요인을 모두 없애는 것이 노하우”라고 했다.

 
 
IBM 연구자가 미 뉴욕 근교 토머스 왓슨 리서치센터에 있는 양자컴퓨터를 살펴보고 있다. /IBM
 

컴퓨터의 역사를 만들어낸 IBM은 양자컴 분야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5큐비트를 가진 범용형 양자컴을 발표했고, 현재 세계 최고 성능의 양자컴도 IBM이 작년 내놓은 433큐비트짜리 ‘오스프리’다. 올해 IBM은 1121큐비트짜리 양자칩인 콘도르 프로세서를 선보일 예정이다.

 

IBM은 양자컴이 수퍼컴을 뛰어넘어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열 것으로 확신한다. 백한희 IBM 시니어 리서치과학자는 “가능성의 영역이었던 양자컴은 최근 여러 난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9억2880만달러(약 1조2400억원) 규모인 전 세계 양자컴퓨터 시장은 매년 32%씩 성장해 2030년 65억2880만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