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 실리콘밸리 테크업계는 몇 가지 소식에 환호했다. 다방면으로 진행되던 AI(인공지능)와 로봇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들이 잇따라 공개됐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새로운 AI 언어 모델인 ‘PaLM’을 소개했다. 이 AI는 놀랍게도 사람의 농담을 이해한다. 이전까지 은유와 상징을 통한 유머는 고차원적 사고가 가능한 인간의 고유 특성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예컨대, AI에 “나는 4월 6일 가족을 만나러 가려 했다. 마침 어머니는 그날이 새아빠의 시 낭송 공연이 있는 날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7일 비행기를 탔다”고 말하면, AI는 “새아빠 공연을 보기 싫어 계획을 변경한 것이구나”라고 해석한다. 농담을 이해하는 AI가 역으로 인간에게 농담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미 샌프란시스코의 인공지능연구소 오픈AI도 이달 초 사람이 글로 어떤 모양을 묘사하면, 이를 실제 이미지로 생성하는 AI ‘달리(DALL-E) 2′를 공개했다. ‘말을 탄 우주인’이라고 입력하면 자동으로 우주인과 말을 합성해 새로운 그림을 창작한다. 기존 AI는 개발자가 수많은 정보를 학습시키며 성능을 강화했지만, 이제는 AI가 주어진 정보를 기반으로 상상하고 결과물을 도출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AI가 본격적으로 이해력과 상상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한다.
이달 공개된 로봇 관련 뉴스도 화제다. 지난 7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이아니스 데미리스 교수 연구팀은 로봇이 병원에서 환자에게 옷을 갈아입히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람이 옷을 갈아입는 행동은 수십 개의 동작이 결합한 정교한 움직임이다.
로봇이 옷걸이에 걸린 옷을 인식하고, 이를 집어 들고, 옷을 펴서 팔을 소매에 집어넣는 작업을 구현하려면 고도의 카메라 등의 센싱 기술과 실시간 정보 처리 능력 등이 필요하다. 그동안 로봇업계는 이런 수준의 작업이 가능하려면 수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지만, 이번 연구로 조만간 가능할 수 있다고 증명됐다.
AI와 로봇이 실생활에 핵심적으로 쓰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회의론이 있지만,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AI 두뇌를 달고 인간의 형상을 한 로봇이 사람에게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에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올 수도 있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몸은 없지만 기억과 성격을 (로봇을 통해)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 열 살 아이가 장성했을 땐 AI를 빼놓고 삶을 살 순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예측하기 어려운, 그래서 두렵기도 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조선일보 입력 202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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