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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10년차 옥주부 "바닥까지 박박 긁어먹는 레시피 소개합니다"

해암도 2021. 7. 7. 11:47

요리는 무조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고, 맛이 있어야죠. 가족이 밥그릇 싹 비우는 걸 보면 기쁘고, 그게 원동력이 돼 다시 주방으로 향하게 되거든요. 주부들이 얼마나 바쁜데요. 구하기 어려운 재료에, 복잡한 레시피면 요리하는 게 스트레스죠.”    

 

주말 저녁 ‘옥동자’와 ‘골목대장 마빡이’로 웃음을 선물했던 개그맨 정종철은 요즘 개그맨이 아닌, 옥동자와 주부를 합친 ‘옥주부’로 불린다. 그는 ‘오늘 뭐 먹지’를 고민하는 동료 주부들을 위해 매일 SNS에 레시피를 올리며 “오늘 뭐 먹을지 정해줄 테니 저를 따라오라”며 자신 있게 외친다. ‘소금을 언제 넣냐’는 사소한 질문도 지나치지 않고 댓글을 달며 소통한다. 그의 레시피를 믿고 따르며, ‘내사람’이라고 불리는 팔로어수만 37만명이다.  

 

개그맨 보다 주부로 불리는 게 익숙해진 정종철. 옥주부는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사진 중앙북스.

 

 최근엔 인스타그램에 올린 레시피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장한 메뉴와 가장 높은 ‘좋아요’ 수를 기록한 메뉴 100개를 엄선해, 책 『맛있게 쓴 옥주부 레시피 100』를 냈다. 출간 한 달 만에 1만부가 팔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옥주부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직장(?)인 집으로 향했다. 이날도 원격수업 중인 세 자녀를 위한 점심을 차려낸 후였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개그맨이 아닌, 주부로서의 삶을 산 시간이 10년이 넘었다. 2011년 세 자녀를 출산한 후, 산후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던 아내는 어느날 출근하는 정씨의 가방에 편지를 넣어놨다. 죽을 만큼 힘들어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에, 비로소 아내가 느끼는 고통의 깊이를 깨달았다고. 그는 그길로 활동을 접었다. 그렇다고, 주부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다. 그저 ‘힘든 아내 옆에 있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일만 좇던 무정한 가정은 그렇게 주부가 됐다.  
 
“당연히 그때도 아내를 사랑했죠. 그런데 제가 먼저였어요. 나는 일을 하니, 더 쉬어야 하고 나를 위한 보상이 먼저였죠. 돈만 잘 벌어오면 일등 가장이라고 생각했죠. 표현을 안 해도 아내가 저를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종일 아내와 함께 있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잠들기 전 아내와 먹고 싶은 음식 얘기를 했거든요.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장을 봐와서 아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돼지등갈비김치찌개를 끓였죠. 그걸 먹고 아내가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요리가 소통의 채널이 된 거네요.

그렇죠.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데도, 아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아내에 대해 모르니, 대화할 수가 없었죠. 그러다 자기 전에 “내일 뭐 먹지”라고 물어본 게 대화의 시작이 됐어요. 요리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 채널이라는 점이죠. 누구와도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나눌 수 있잖아요. 긴장을 풀어줄 수도 있고 즐거움을 줄 수도 있죠.  
 

옥주부의 레시피의 인기 비결은 만들기 쉽고 바닥을 긁어먹을 만큼 맛있다는 점이다. 사진 중앙북스.

원래 요리에 소질이 있었나요.  

개그맨이 되기 전, 냉면집에서 주방보조로 일했어요. 그러다 주방장이 허리가 아파서 그만두면서 제가 주방을 맡았었죠. 그렇다고 집밥을 잘하는 건 아니었어요. 식당과 집은 계량부터 다르잖아요. 게다가 요리 하나 한다고 주방을 잔뜩 어질러놓으니, 아내가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다 먹고 내가 치우고 설거지하겠다”고 말했죠. 하다 보니 요령도 깨닫고, 중간중간 정리하는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혹시 요리를 안 하던 남편이나 아내가 요리하겠다고 하면 기회를 주세요. 요리를 못 하는 사람은 없어요. 실패할 수 있는데, 실패가 무서워서 안 하면 발전할 수 없죠. 누구나 계속하면 늘어요.  
 

레시피를 소개하게 된 계기는요. 

인스타그램에 처음부터 레시피를 올린 건 아니에요. 힘든 시기를 지나 가족이 주는 행복을 깨달은 만큼, 과거의 저처럼 힘든 분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일상, 특히 우리 가족의 밥상을 올렸어요. 갈수록 요리법을 묻는 사람이 많아졌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레시피를 알려주려면 일단 제가 먼저 연습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노트를 펴서 왼쪽엔 처음 생각한 레시피를 적고, 요리하면서 맛을 보면 수정해서 오른쪽에 최종 레시피를 적었어요. 타이핑하기 힘들어서, 최종 레시피를 사진으로 찍어 올렸죠. 그걸 본 ‘내사람들’이 ‘족보보는 것 같다’ 찐 레시피 느낌이다’고 해주셨죠. 책을 준비하면서 원고를 손으로 써서 출판사에 넘길 수 없더라고요. 이제는 직접 쓰지 않고 손글씨체 폰트를 사용해서 올려요.   

옥주부 레시피는 손글씨로 적어, 이웃에게 보여주는 친근함이 특징이다. 사진 중앙북스

 

팔로어를 ‘내사람’이라고 부르시네요. 

인스타그램에서 요리로 소통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온라인으로 만났지만, 진짜 이웃 같아요. 마빡이로 많은 사랑을 받을 때도 팬클럽이 없었거든요. 한번은 제가 만든 냄비 받침을 팔라는 요청에 판매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설정을 잘못해서 가격에 택배비가 포함됐어요. 팔릴수록 손해인데, 내 실수니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근데 갑자기 취소 알림이 계속 울리는 거예요. 사람들이 ‘옥주부가 실수한 거니까 취소하자’는 댓글을 올리고 자발적으로 취소한 거예요. 그때 감동하여서 ‘여러분, 진심으로 내사람 맞군요, 그렇게 불러도 되겠냐’고 물었죠. 레시피를 올릴 때도, 제품을 판매할 때도 내사람들이 원하면 한다는 게 철칙이에요. 최근엔 아내에게 해준 겉절이 김치를 보고 판매해달라는 내사람들의 요청에, 겉절이 밀키트를 만들어서 팔았어요.  
 

옥주부가 즐겨 사용하는 식재료는 뭔가요.  

돼지고기요. 삼겹살, 목살, 앞다리, 뒷다리 부위에 따라 조리법도 다양하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어요. 저는 뒷다리로는 기사식당 제육볶음을 만들고 앞다리로는 가정식 제육볶음을 만들어요. 똑같은 제육볶음 같지만 기사식당 제육볶음은 조금 퍽퍽하지만, 불맛이 나서 맛있고, 가정식은 부드럽죠.  
  

옥주부의 냉장고엔 어떤 음식이 비상식량으로 준비돼있나요.  

냉동실에 꽉 찬 비상식량은 곧 주부의 행복이고 가정의 평화라고 생각해요. 우리 집도 마찬가지죠. 저는 갈비탕을 자주 해요. 갈비만 4~5㎏ 정도 사서 핏물을 뺀 후 물 15ℓ 정도 넣고 푹 끓여요. 이걸 식히고 소분해 냉동실에 넣어 얼려요.  
  

데우기만 하면 되는 완성된 갈비탕이 아니네요.   

요리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 조미료를 종종 쓰는데요. 조미료는 요리 맨 마지막 단계에 넣어야 맛있어요. 조미료 넣고 오래되면 특유의 풍미가 나서 먹기 전에 넣는 걸 추천해요.  
 

조미료 사용도 솔직하게 공개하는 게 인상적인데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조미료 사용을 꺼리는 인식이 있잖아요.    

뭐든 솔직하게 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에도 솔직하게 제가 사용하는 제품을 다 적었어요. 맛의 오차를 줄이고 싶거든요. 제 레시피를 따라 하면 제가 한 것처럼 똑같이 맛있어야 또 따라 하고 싶잖아요. 요리는 쉬워야 해요. 실제로 제 레시피는 대체로 15분, 길어야 30분 정도예요. 이보다 오래 걸리면 배달 앱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죠. 그런데 배달시켜봤자, 집에서 갓 만든 음식 맛 못하죠. 집에서 내가 하는 요리는 식재료 좋은 걸 푸짐하게 쓸 수 있잖아요. 여기에 맛을 내는 조미료를 더하면 맛이 더 좋아지니까 굳이 숨길 필요가 없죠.  
 

조미료 사용 노하우가 있나요.

제품마다 역할이 달라요. 예를 들어, 미원은 향미증진제여서, 재료가 가진 향과 맛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해요. 예를 들어 미역국을 끓였는데, 맛이 밍밍하면 미원을 넣으면 풍미가 올라오죠. 반면 다시다는 육수를 낼 때 사용하면 좋아요. 멸치·소고기·해물 육수 등을 내고 싶은데 시간이 없을 때 넣으면 돼요. 그래서 제품의 특징을 잘 알고 함께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에요. 예를 들어 소고기와 조개 다시다를 함께 사용하면 완전히 다른 차별화된 맛이 나요.  
 

옥주부는 내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제품부터 조리법까지 솔직하게 공개한다. [중앙북스]

메뉴는 주부들의 평생 고민인데, 어떻게 정하세요.  

저도 그게 괴로워요(웃음). 내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줘야 하잖아요. 날씨도 보고, 요일도 보고 제철인 식재료도 찾아보고 그러죠. 요즘은 요리 관련 책과 영상을 보면서 틈틈이 공부해요. 저를 보며 요리를 배우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줘야 하니까요.  
 

책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잘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준다면요.

레시피책이 이번이 두번째인데요. 그래서 더 꼼꼼하게 준비했어요. 따라했을 때 제가 한 요리와 같은 맛이 날 수 있도록요. 일단 따라 해보세요. 처음엔 제 레시피를 그냥 따라 하지만 하나하나 만들면 어떤 식으로 맛이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실 거예요. 간장 양념은 간장과 물, 설탕의 비율이 있고, 고추장 양념도 마찬가지죠. 요리가 익숙해지면 요리마다 가감해가며 활용할 수 있게 돼요. 
 

옥주부의 '돼지불고기'

재료 : 돼지고기 앞다리살 600g, 양배추 150g, 양파 1/2개, 진간장·미림 3숟가락씩, 파채 50g, 식용유 2숟가락
양념장 : 진간장 50mL, 물 200mL, 설탕 5숟가락씩, 간마늘·소고기다시다 1숟가락씩, 혼다시·미원 1/3숟가락씩 
 
만드는 법
1. 양배추와 양파는 깍둑 썬 후 식용유를 둘러 달군 웍에 볶는다.
2. 1의 양파가 투명해지기 시작하면 진간장과 미림을 넣고 좀 더 볶는다.
3. 2의 채소가 숨이 죽으면 돼지고기 앞다리살과 섞어둔 양념장을 넣고 끓인다.
4. 3의 고기가 익으면 파채를 올린다.
 
▶옥주부의 쿠킹 팁

· 정육점에 가서 '돼지고기 앞다리살, 지방 있는 모으로 한 근 주세요~ 돼지고기 불고기 할 거예요. 얇게 썰어주세요"라고 하세요.
· 스토브에 약불로 데우면서 드세요. 기사식당에서 먹는 기분을 낼 수 있다니까요. 

 

 

 

[중앙일보] 입력 2021.07.07 송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