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6억년 된 소금을 쓰는 이유… 물과 불 그리고 소금에 미치다

해암도 2026. 9. 20. 21:04

물·불·소금에 남다른 기준 세운 한 셰프

"'남들처럼 싼 재료 쓰세요'" 납품업자가 건넨 충고
여행 가면 시장부터 찾는 이유, 소금부터 달랐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불, 소금이다. 신선한 재료는 기본이다. 요리에서 요리사의 조리 기술과 창의력은 50%에 불과하다. 물, 불, 소금이 나머지 50%의 맛을 결정한다. 전 세계 프로 요리사들이 기본 베이스인 육수와 다시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어떤 육수를 사용할지 결정되면 다음은 불이다. 화력의 강약 조절로 소재의 감칠맛을 우려낸다. 미묘한 시간 타이밍이 생명이다. 끝내야 하는 시점에서 정신줄을 놓쳐 시간이 어긋나면 맛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강한 불부터 미세한 불까지 일곱 가지 불 조절 기술을 적시적소에 자유자재로 다뤄야 한다.

 

마지막은 소금으로 매듭짓는다. 소금은 무조건 세 번으로 나누어 넣는다. 첫 번째 소금은 전체 양의 3분의 1이다. 소재가 지닌 맛을 밖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야채, 생선, 육류 등 주 소재에 따라 소금 양은 완전히 달라진다. 바다 생선은 소금을 약간 연하게 하고, 육고기는 생각보다 강하게 써야 한다. 요리가 중간 정도 진행되었을 때 나머지 3분의 1을 넣는다. 프로 요리사들은 초 단위로 계산하며 이 타이밍에 맛을 결정한다. 마무리 과정에서 맛이 1% 부족할 때 나머지 소금을 미량 넣어 최종 조절한다.

 

나는 수십 년째 소금과 조미료 등을 아무거나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소금은 더욱 신경을 많이 쓴다. 요리할 때 만드는 요리에 따라 소금을 전혀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요리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달소금 /필자 제공

 

우리 가게는 자연 천일염을 기본으로 쓰며 용도에 따라 암염을 사용한다. 일본, 호주, 미국, 프랑스, 영국산 소금이 주를 이룬다. 사람으로 치면 아직 잇몸에 이도 안 나온 2000년 된 어린 소금은 취급 안 한다. 기본이 1억년 된 소금이다. 2억~3억년 전 소금은 평범한 수준이고, 고급 요리에는 최하 6억년 전 소금을 쓴다.

 

그냥 ‘괜찮네’ 하고 사용하는 소금이 2~3억년 전 소금 수준이다. 이 정도면 사람 나이로는 30~40대 정도 수준이다. 고급 요리를 할 때는 최하 6억 년 전 소금을 사용하고 이 정도면 60~70대 정도로 수준급이다. 최고급 요리에는 태고(太古)에 형성된 몽골과 러시아 국경의 암염이나, 180만 년 전 생성된 페루 안데스산맥의 소금을 사용한다. 이 소금들은 잡맛이 하나도 없어 소재의 단맛과 감칠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한국 남해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검증된 나키 소금, 황칠 소금, 짱둥어 소금을 오랜 세월 사용해왔고, 특히 스시에 들어가는 소금은 일본에서 직접 가져다 사용해왔다. 최근에는 신안의 태평염전 소금인 태평 소금과 요리 용도에 따라 전 세계와 일본에서 가져와서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

 

나는 가게를 시작하면서부터 소금과 모든 조미료, 향신료, 향미료에 미쳐서 살아왔다. 여행을 가면 먼저 그 나라의 시장에 들러 각종 조미료, 소금 요리에 사용하는 모든 재료를 먼저 들러보는 버릇이 있다. 그런 것들을 보면 그 나라의 국민 의식성과 건강을 대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옛날에 쌀과 나락 가마니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백만석, 천석꾼, 만석꾼으로 부자를 구분했다면, 일본은 질 좋고 영양이 있는 다시마와 소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부자인지 아닌지 가늠했다고 한다.

 

지금 전 세계 소금 광산을 일본이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굶주린 배를 쌀밥이냐, 꽁보리밥이냐, 9:1, 7:3, 5:5 밥이냐를 고민했지만, 일본은 전혀 다른 고민을 해왔다. 어떻게 하면 질 좋은 다시마, 가다랑어포, 멸치로 향기와 풍부한 감칠맛을 우려내고, 어느 심층수로 만든 귀한 소금을 쓸 것인가가 아주 중요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도 식당에 가면 어떤 탕에 반찬은 무엇이 나오고 가성비는 어떤지가 중요하지, 요리의 질과 재료를 어떻게 쓰는지보다도 가격 대비 음식의 양을 먼저 생각한다. 일본은 전혀 다르다. 어떤 요리사가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사전 처리하는지, 어떤 조미료와 소금으로 풍미를 살렸는지 평가한다.

 

가성비 좋은 식당으로 운영하는 것이 현명한 장사일까? 미국 뉴욕에는 32가에 코리아타운이, 47가에 재팬타운이 있다. 일본 레스토랑은 점심에 스시 12피스에 기본이 100달러이다. 손님이 테이블에 앉으면 나오는 차 한 잔도 5달러이다. 물론 반찬은 없다. 그런데 오픈 시간에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반면, 코리아타운은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시키면 15달러에 밥 한 공기, 된장 한 뚝배기, 반찬 7가지를 주고, 손님이 식사 중 반찬이 부족하면 무한 리필이다. 일본인들은 요리로 승부하고 한국은 음식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프로 요리사들은 좋은 재료를 구하려 남들보다 한 시간 빨리 새벽시장으로 뛰어간다. 버스가 떠난 뒤에 손을 흔들 수 없기 때문이다. 손님을 위해 조금도 방심하지 않는 것이 프로의 본질이다. 반면 우리는 무조건 100원이라도 싼 재료를 찾는다. 어떻게 하면 싼 재료로 이윤을 남길까만 생각한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음식은 못 만든다.

 

하루는 우리 가게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이가 충고를 한 적이 있다.

 

“분당 2500군데 식당에 납품하지만, 사장님처럼 고급만 요구하면 구매과 직원들이 골치 아픕니다. 제발 남들처럼 싼 재료 좀 쓰십시오.”

 

결국 납품 업체에서 “대량 구매가 어렵다”며 거래 불가 통지서까지 받았다. 나는 지금도 예약이 들어오면 직접 백화점에 물건을 보러 간다.

 

김원일 셰프      조선일보     입력 202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