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이겠지…" 방치하면 굳는 뇌
젊게 사는 슈퍼에이저들의 일상 습관
[왕개미연구소]
3줄 요약
몸 움직여야 치매 원인 물질 축적 막아
1분간 버티는 한 발 서기로 하체 단련
속 근육 자극하는 누워서 다리 돌리기
“방금 내가 하려던 말이 뭐였지?”
말하려던 단어가 혀끝에서만 맴돌고, 집중력도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나이 탓이겠지” 하며 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하지만 이런 신호를 방치하면 인지 기능 저하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일본의 뇌내과 전문의인 가토 도시노리(加藤俊徳) 의학박사는 최근 펴낸 저서 <80대에도 젊어지는 뇌>에서 “노년기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곧 뇌를 움직이는 것”이라며 하루 2분이면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법을 소개했다. 그는 1만명 이상의 뇌 MRI 영상을 진단·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80대에도 50~60대 수준의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슈퍼에이저’들의 공통 습관을 연구해 왔다.

◇몸을 움직여야 뇌도 젊어진다
가토 박사는 뇌를 사고·감정·기억·청각·시각·운동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그는 이 가운데 운동 기능을 가장 중요하게 단련해야 할 영역으로 꼽는다.
그가 운동 기능을 중요하게 꼽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토 박사는 신체 활동이 활발할수록 치매 유발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이 물질이 빠르게 쌓여, 전반적인 뇌 기능까지 함께 저하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단순히 근육만 쓰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를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산책을 나서는 과정만 살펴봐도 뇌의 복잡한 작동 원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창밖 하늘을 보며 날씨를 인지하고(시각), 흐린 하늘을 보며 외출 여부를 고민하며(사고), 일기예보 방송 시간을 떠올려(기억) TV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청각)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어 “강수 확률 10%”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우산이 필요 없다고 결론 내린 뒤(이해) 외출했다가, 귀가 직후 비가 쏟아질 때 “비에 젖지 않아 다행”이라며 안도감을 느끼는 것(감정) 역시 뇌의 작용이다.
이처럼 일상적인 소소한 산책조차도 인간의 뇌에는 수많은 감각과 인지 영역을 동시에 일깨우는 강력한 자극제가 된다.
가토 박사는 특히 “뇌를 건강하고 젊게 오래 유지하려면 몸을 움직이고, 먹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운동이라고 하면 걷기나 근력 운동만 떠올리기 쉽지만, 음식을 씹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뇌를 자극하는 중요한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식사나 커피 약속을 대표적인 ‘뇌 훈련’으로 꼽는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고·감정·청각·기억 기능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약속 날짜를 정하고 장소를 정하는 일 역시 뇌를 쓰는 훈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창한 만남이 아니어도 괜찮다. 아침 산책길에 우연히 만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다 “오늘 오후에 차 한잔 하실래요?”라고 가볍게 제안하는 것만으로도 뇌에는 좋은 자극이 된다.

◇다리와 허리 중심 ‘운동 저축’ 늘려라
가토 박사는 산책에 더해 근력과 균형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운동도 함께 할 것을 권한다. 그는 이를 ‘운동 저축’이라고 부른다. 젊을 때부터 근력과 균형 감각을 길러둬야 나이가 들어서도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그가 소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한 발 서기’다. 방법은 간단하다. 눈을 뜬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들어 발이 바닥에서 5㎝ 정도 뜨게 한 뒤 1분간 버틴다. 이후 반대쪽 다리도 같은 방식으로 1분 실시한다. 균형을 잡기 어렵다면 튼튼한 의자나 식탁을 잡고 해도 된다.
한 발 서기는 하체 근력과 균형 감각을 동시에 키우는 운동이다. 가토 박사에 따르면, 체중 60㎏인 사람이 한 발로 설 경우 한쪽 다리에 약 50㎏의 하중이 실린다. 두 발로 서 있을 때보다 훨씬 큰 부하가 걸리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근육과 뼈가 함께 자극돼 근력 강화는 물론 골다공증 예방과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걷기 운동에도 한 발로 서는 순간이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관성이 있어 한 발 서기만큼 강한 자극은 주기 어렵다. 여기에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며 운동하면 청각 기능뿐 아니라 사고·이해·기억 기능까지 함께 활용돼 뇌 훈련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침대에서 하는 ‘누워서 다리 돌리기’
두 번째 운동은 복부부터 발끝까지 속 근육을 단련하는 ‘누워서 다리 돌리기’다.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반대편 다리 위로 교차한 뒤 천천히 크게 원을 그리며 돌리는 동작이다. 복부와 하체의 코어 근육을 자극해 자세를 바로잡고 보행 시 균형 감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잠자리에 누운 채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며, 혹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토 박사는 “뇌를 젊게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계속 움직이는 것”이라며 “걷고, 먹고, 말하는 일상적인 활동이 결국 뇌 건강을 지키는 습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 발 서기와 누워서 다리 돌리기처럼 특별한 장비 없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작은 습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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