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50대 남편 돌연 성관계 중독…“뇌 검사 해라” 뜻밖의 질환

해암도 2025. 9. 20. 18:02

📌사례 1  30대 직장인 A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 출근 준비가 오래 걸리기 때문이죠. 용변을 보기 위해 변기를 닦는 데 33분, 손 씻기 12분, 코 풀기 23분, 양치질 27분, 샤워 2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아무리 씻어도 불안한 마음은 깨끗해지지 않았습니다.

📌사례 2  고등학생 B군은 불법 포르노 사이트를 발견한 후 일상이 괴로워졌습니다. 수시로 사이트에 들어갔고, 밤만 되면 야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잘못된 행동에 따른 죄책감으로 결국 경찰에 자수했어요. 훈방 조치 후에도 B군은 이를 멈추지 못했습니다. 죄책감이 올라올 때마다 경찰서를 찾는 것도 반복했죠.

권준수(66) 한양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석좌교수가 만난 강박장애 환자들입니다. 강박장애는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멈추지 못하고 반복하는 정신질환이에요. 본인이 증상이 있다는 걸 알지만 통제할 수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1998년 국내 최초로 강박증 클리닉(서울대병원)을 개설한 권 교수는 “강박장애 환자들은 자신이 비합리적이고 과도하게 행동한다는 걸 안다”고 말해요. 의지와 관계없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뇌의 딸꾹질’이라고도 부릅니다.


권준수(서울대학교 의과대 명예교수) 한양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석좌교수는 27년 이상 강박장애 환자를 진료했다. 그는 강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나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하는가』(올림)를 펴내기도 했다. 김종호 기자



종종 강박은 ‘완벽주의’로 포장돼요. 일할 때 잘못된 것이 없는지 여러 차례 확인하는 사람, 엄격한 기준을 세워 매사에 실수가 없는 사람을 보고 완벽주의자라고 부르죠.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완벽주의자에겐 강박적 성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강박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박장애는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졌어요. 권 교수는 “우울증보다 고용량의 약물을 복용해야 하고, 치료 기간도 더 길다”고 설명합니다. 게다가 중장년층에게 강박 증상이 나타나면 더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오늘 ‘더, 마음’에서는 강박의 원인부터 다양한 강박 증상, 생활이 힘든 환자들 이야기, 일상에서 ‘불안 참기’ 훈련법까지 알려드립니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 완벽주의는 정신질환일까?
📌 50대 강박이 더 위험하다?
📌 데이비드 베컴·서장훈의 공통점
📌 벼락 맞아서 죽을 것 같다는 환자
📌 강박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완벽주의는 병일까?
강박장애는 흔한 병인가요?
세계적으로 100명 중 2명이 앓는 질환이에요. 증상은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으로 구분돼요. 전자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반복해서 특정한 생각이 떠오르는 상태고요. 후자는 같은 이유로 행동을 반복하는 거예요. 이런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강박장애’라는 병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증상은 있지만 일상에 지장이 없다면 강박적 성격을 가진 분이라고 볼 수 있고요.

강박적 성격은 강박장애와 어떻게 달라요?
흔히 ‘완벽주의’라고 하는 걸 강박적 성격이라고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일에 완벽을 추구하고 매우 성실하지만 융통성이 없고 규칙에 집착하는 분들 있잖아요. 이런 분들은 잘 쉬지도 않으면서 동료들과 감정적인 교류도 별로 없다는 게 특징이에요. 그러다 일이 틀어지면 크게 불안을 느껴요. 강박적 성격인 사람에게 강박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강박 증상이 강화될 수 있어요. 완성한 문서를 한두 번 확인하면 되는데, 불안해서 계속 확인하는 거죠. 행동을 참을 수 없다면 병적인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강박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데요. ‘오염 강박’이 흔합니다. 더러운 것에 공포와 불안을 느껴서 자주 오랫동안 씻어요. 또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문단속을 했는지 계속 의심하는 ‘확인 강박’도 많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짝수를 맞춰야 하는 ‘숫자 강박’이나 대칭이나 각도를 맞춰야 하는 ‘정리 강박’도 있어요.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생각이 멈추지 않는 증상도 있죠. 예를 들면 ‘내가 남을 찔러 죽일 것 같다’ ‘어머니에게 교통사고가 날 것 같다’ 등의 생각이 반복되는 거예요.

강박 증상을 ‘뇌의 딸꾹질’이라고 불러요. 뇌가 마음대로 작동해 통제가 안 되는 상태거든요.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이 자기도 모르게 활성화되고, 참기가 어려워 어느 순간 확 터져나오는 겁니다.

심각하다고 느꼈던 환자는 어느 정도였나요? 
강박적인 성행위 때문에 병원에 온 50대 중반 남자분이 있었어요.

성행위를 계속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한 거예요. 결혼 이후 생긴 증상이라고 했는데, 아내분이 도와주려고 했지만 정말 힘들었다고 해요. 결국 부부가 함께 병원에 왔죠. 숫자 강박인 20대 대학생 환자도 기억나요. 운동화·시계·모자 등 모든 물건을 2개 이상 짝수로 사야 불안하지 않은 분이었어요. 스마트폰에 와이파이 신호 표시가 있잖아요. 그게 2칸이나 4칸이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또 50대 후반 화가가 병원에 온 적이 있어요. 그림 그릴 때 색깔을 수십 차례 확인하는 강박이 있었어요. 하루 종일 확인만 하니까, 그림도 못 그리지만 생활 자체가 안 됐어요. 제가 바로 입원을 권할 정도였습니다.



권준수 교수는 "누구나 강박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있지만, 일상에 지장을 준다면 정신질환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50대 강박이 생겼다면 더 위험하다?
강박장애는 왜 나타날까요?
강박장애는 뇌 속 정보 처리 회로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정신질환이에요. 우리 뇌에는 CSTC(대뇌피질-선조체-시상-대뇌피질)라는 신호 전달 회로가 있습니다. 외부 자극이 오면 이 회로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필요 없는 정보는 억눌러요. 필요하다면 그 정보만 선택해 행동으로 옮기도록 신호를 보내죠. 강박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이 회로가 과부하돼 필요 없는 정보를 억누르지 못하는 상태예요. 고장난 거죠. 예를 들어 ‘손이 더러우니까 씻어야지’라는 생각이 뇌에 들어왔어요. 손을 씻으면 그 생각은 사라져야 하는데, 뇌 회로 고장으로 씻는 행위를 반복하는 겁니다.


사진 unsplash



뇌 회로가 왜 고장나는 건가요?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건 어렵습니다. 대체로 환자들이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환자에게 “왜 정리 강박이 생긴 것 같아요?”라고 물으면, “아버지가 어릴 때 청소를 안 하면 때려서 그런 것 같아요”라고 답하거든요. 이 말을 증명하려면, 실제 어린 시절부터 관찰해야 하는데 쉽지 않죠. 다만 ‘강박장애 환자 중 아동 학대를 경험한 사람이 많더라’ 같은 통계적인 연구는 있습니다. 또 뇌 회로가 취약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과부하되는 분들이 있다는 건 확인이 됐죠.

유전인가요? 
강박장애가 유전되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강박적인 성격이 유전될 가능성은 큽니다. 일반적으로 뇌의 구조가 유전될 확률은 60~70% 정도로 높은 편이에요. 취약한 뇌 회로가 유전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런 뇌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스트레스가 큰 환경에 노출되면 강박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느 연령대에 많이 나타나요?
생애 주기상 많이 나타나는 때가 두 번 있어요. 먼저 4~6세 때 틱 장애, ADHD와 함께 강박장애가 많이 나타납니다. 이때는 증상이 있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많이 발병합니다. 두 시기 모두 발달 과정상 뇌가 취약한 시기거든요. 이때 스트레스가 심하면 다른 시기보다 발병 가능성이 큽니다.

중년에 강박 증상이 생겼다면요?
발달 과정과 관계없이 뇌에 이상이 생긴 거죠. 뇌혈관에 문제가 생겼거나, 머리를 다쳐서 뇌 손상이 있었을 수 있어요. 50대 이상인 사람이 갑자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MRI 같은 뇌 검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데이비드 베컴·서장훈의 공통점
가정 환경의 영향으로 강박장애가 생기는 분도 있나요?
그럴 수 있어요. 통계적으로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강박장애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환자 중에 계속 정리하고 청소하는 40대 남자 분이 있었어요. 상담해 보니 어린 시절 집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던 트라우마가 있더라고요.

운동선수들도 강박장애가 많더라고요
운동선수들은 승부에 대한 집착과 불안 때문에 강박이 나타날 수 있어요. 축구선수 출신 데이비드 베컴이 정리 강박이 있는 걸로 유명하죠. 모든 물건이 짝수를 이루어 종류와 색깔을 맞춰서 일렬로 정리돼 있어야 안정이 온다고 했어요.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씨도 있어요. 오염 강박, 정리 강박이 있다고 스스로 밝혔죠.


'힐링캠프'(SBS)에서 자신의 강박 증상을 공개했던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 사진 SBS 유튜브 캡처



사회적 환경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나요?
뇌 회로가 취약한 사람이 규율이나 의무가 많은 사회에 있다면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강압적 분위기의 군대에 가거나 보수적인 직장에 가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죠. “장남·장녀에게 강박장애가 많이 나타나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이 역시 뇌 회로가 취약하다면 부모나 형제에 대한 책임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증상이 촉발될 수 있어요.

또 종교적 규율이 강한 문화에서는 강박적 사고를 할 가능성이 크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와 술의 섭취가 금지돼 있잖아요. 하루 다섯 번 예배 등 지켜야 할 것이 많으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우리나라도 전통적인 제사 방식, 수직적인 관계 같은 유교 문화가 남아있잖아요. ‘빨리빨리 문화’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강박 증상을 일으키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어요.

📌벼락 맞아서 죽을 것 같다는 환자
강박이 있는지 파악하는 법이 있나요?  
다음 열한 가지 사항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평소와 달리 이런 행동 중 하나가 보인다면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강박 장애 초기가 의심되는 행동 11

① 특별한 목적 없이 빈둥거린다.
②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한다.
③ 주위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④ 간단한 일인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⑤ 계속 꾸물거린다.
⑥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⑦ 작은 일에 심한 감정 변화를 보인다.
⑧ 잠을 제대로 못 잔다.
⑨ 어떤 일을 하느라 늦게까지 자지 않는다.
⑩ 식사 습관이 바뀐다.
⑪ 늘 하던 일인데 몸부림치거나 피한다.

치료가 어려운 편인가요?
약물치료로 증상을 줄이고, 인지행동치료(CBT)로 통제력을 길러요. 약물은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를 처방합니다. 세로토닌은 인간의 감정·생각·행동을 조절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에요. 이 약이 세로토닌 작용을 강화합니다. 그런데 우울증보다 강박장애의 약물치료가 더 오래 걸려요. 우울증은 20~40mg 정도의 약물을 1~2주 동안 쓰면 효과가 나타나요. 강박장애에 효과를 보려면 80~120mg 용량의 약물을 4~12주간 복용해야 합니다. 강박장애 치료는 단단하고 오래된 자물쇠를 여는 것과 같아 계속 두드려야 합니다.

일상에서 증상을 완화할 방법이 있나요?
환자들에게 불안 참기 훈련을 권합니다. 손 씻는 행동이 계속 반복되는 분이라면, 1분 참기를 먼저 합니다. 1분 참기가 익숙해지면 3분, 5분 조금씩 늘려 가는 겁니다. 문단속을 다섯 번씩 하던 분은 네 번하고 참기를 해볼 수 있죠. 모든 물건을 정렬하거나 각을 맞춰야 하는 분들이 있어요. 일부로 물건 하나를 삐뚤게 두고 1분 참기부터 시작해 시간을 늘려요.

증상을 소리 내서 말하는 것도 좋습니다. 오염 강박이 있다면 “손을 씻고 싶다. 이건 생각일 뿐이고 실제론 더럽지 않다”고 말해 보는 거예요. 환자 중에 ‘벼락 맞아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분이 있었어요. 벼락 맞을 확률이 수백만분의 1이라고 하잖아요. 그 확률을 알려주고, 말하게 했죠. 처음엔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계속 인식시키니까 증상이 조금씩 완화됐습니다.

📌강박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가족이 강박 증상을 보이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오염 강박이 있는 딸이 “손을 일곱 번 씻는지 확인해 줘”라고 부탁해요. 보통 가족들은 일곱 번이든, 열 번이든 확인해 줘요. 그건 강박 행동을 충족시켜 주는 거예요. 그럴 땐 한계선을 만들고 통제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일곱 번 이상은 확인 안 해 줘”라고 훈련을 도와야 해요.

운동도 강박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돼요?
운동을 꾸준히 하면 뇌 전두엽 피질이 두꺼워져서 통제력이 강화돼요. 약물치료보다 효과가 빨라요. 특히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은 효과가 있어요. 성적인 생각이 반복되는 강박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고등학생이 있었어요. 유산소 운동을 했더니 일주일 만에 강박 증상이 완화됐습니다.

치료하면 강박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나요?
약만 복용하다가 멈추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요. 행동치료로 통제력이 길러지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죠. 뇌 회로가 취약한 것은 타고난 것이거든요. 다만 우리 뇌는 ‘뇌 가소성’이라고 해서 환경이나 학습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치료와 훈련을 통해 통제력을 기르면 증상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종종 ‘불안을 없애면 되겠지?’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어요.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요. 인간에게 불안은 늘 있는 겁니다. 강박장애는 불안이 문제가 아니라 증상이 문제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강박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먼저겠네요.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됩니다. 환자 중에 강박 관련 책을 읽은 뒤 증상이 나아진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내 증상에 대해 많이 찾아보는 걸 권합니다.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강박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적절하게 나타나면 삶에 도움이 돼요. 오염에 예민해서 손을 자주 씻지만 일상에 지장이 없다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겠죠. 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강박 있는 분이 많아요. 실수 안 하고, 늘 꼼꼼하게 확인한다면 주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요. 강박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걸 아는 게 좋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뇌가 건강하게 바뀌어서 강박 증상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권준수 교수는 누구나 약간의 강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박적 사고와 행동이 꼭 나쁜 것이 아니다. 적당하게 통제된다면 삶에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호 기자



에디터     이성봉       중앙일보     발행 일시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