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밤에 눈 감아도 보인다...야간투시경이 되는 콘택트렌즈

해암도 2025. 5. 23. 21:48

[사이언스샷] 

中과기대, 적외선 감지하는 렌즈 개발
나노입자가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

 
 
연구자가 적외선을 감지하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모습/중 UST
중국 과기대 연구진은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꾸는 나노입자(윗줄 파란색 구형 입자)를 개발해 무독성 고분자물질인 하이드로겔(윗줄 그물 구조)에 결합했다. 나노입자는 파장에 따라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꿨다. 덕분에 렌즈를 착용하면 적외선이 깜박이는 것을 감지하고 글자도 확인했다./Cell
 

특수부대는 달빛도 없는 밤에 적진에 침투해 작전을 수행한다. 야간 투시경이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꿔 한밤에도 적군의 움직임을 훤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과학자들이 야간 투시경을 콘택트렌즈에 담았다. 렌즈를 끼면 눈을 감아도 앞이 보인다.

 

특히 투시경과 달리 별도의 전원도 필요 없어 상용화되면 군대는 물론 밤에 인명 구조나 긴급 공사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파이 영화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

중국 과학기술대(UST) 제1 부속병원 안과의 쉐천(Tian Xue) 교수 연구진은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하는 콘택트렌즈를 개발해 인간과 쥐 모두 적외선을 감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밤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야간 투시경은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해 밤에도 볼 수 있게 한다. 콘택트렌즈는 야간 투시경과 원리가 같다.

 

연구진은 파장이 800~160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범위의 근적외선을 흡수하고 포유류의 눈으로 볼 수 있는 400~700㎚ 범위의 가시광선으로 바꾸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앞서 2019년 연구진은 같은 셀지(誌)지에 이 나노입자를 쥐의 망막에 주입하면 적외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눈을 손상하지 않고도 나노입자의 능력을 구현하는 방법을 새로 개발했다. 바로 나노입자를 콘택트렌즈에 넣는 것이다. 연구진은 무독성 고분자물질인 하이드로겔에 나노입자를 넣었다. 하이드로겔은 그물과 같은 구조로 그 사이로 빛이 들어가 투명하다. 나노입자는 그물 구조에 달라붙었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쥐는 적외선 파장을 볼 수 있었다. 쥐에게 어두운 상자와 적외선으로 비춘 상자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을 때, 콘택트렌즈를 낀 쥐는 어두운 상자를 선택했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쥐 눈에 적외선이 보여 피한 것이다. 다른 쥐는 무작위로 상자를 선택했다. 콘택트렌즈를 낀 쥐의 동공은 적외선 빛에 노출될 때 수축했으며, 뇌 영상을 분석해 시각 중추가 작동하는 것도 확인했다. 쥐 눈에 적외선이 보인다는 말이다.

 

◇색각 이상 교정하는 데 활용 가능

쉐 교수는 “우리 연구는 인체에 손상을 주지 않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일반을 능가하는 시력을 제공하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한 콘택트렌즈는 아직 야간 투시경처럼 밤에 훤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적외선의 존재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야간 투시경보다 더 실용적인 응용 분야가 있다. 야간에 조난자가 보내는 적외선 구조신호를 감지하거나 암호나 위조 방지 정보를 확인하는 식이다.

 

실제로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인간은 모스 부호와 유사한 적외선 신호를 정확히 감지하고 적외선 빛의 방향을 인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쉐 교수는 “실험 참가자는 콘택트렌즈가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적외선 빛의 깜빡임을 명확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눈을 감으면 적외선 정보를 더 잘 볼 수 있었다”며 “근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눈꺼풀을 잘 투과하기 때문에 가시광선의 간섭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콘택트렌즈에 들어가는 나노입자는 적외선 파장도 구분할 수도 있다. 짧은 파장의 적외선은 파란색 계열의 단파장 가시광선으로, 긴 파장 적외선은 붉은색 장파장 가시광선으로 바꾸는 식이다. 나노입자는 980㎚ 파장의 적외선은 파란색 빛으로, 808㎚는 녹색, 1532㎚는 빨간색 빛으로 변환됐다. 연구진은 “콘택트렌즈는 적외선 스펙트럼을 더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며, 동시에 색각 이상인 사람들이 평소에는 감지할 수 없는 파장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인간에 바로 적용하려면 나노입자가 망막에 유출될 가능성은 없는지,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이 눈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자연환경이 아니라 발광다이오드(LED)에서 나오는 적외선만 감지했다. 연구진은 나노입자의 감도를 높여 자연환경에서 나오는 더 낮은 수준의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Cell(2025),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5.04.019

Cell(2019), DOI: https://doi.org/10.1016/j.cell.2019.01.038

 

이영완 기자(조선비즈)    조선일보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