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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왜 햄버거처럼 1인 메뉴를 빨리 못만들까... 이 남자가 대박 낸 해법

해암도 2023. 1. 21. 08:34

[톱클래스] 임재원 고피자 대표인터뷰
인공지능으로 1인 푸드 시장 개척

 

초벌한 피자 반죽을 스마트 토핑테이블에 놓아두면 인공지능(AI)이 어떤 재료를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알려준다. 토핑이 끝나면 작업자가 특수 제작된 스마트 화덕(고븐)으로 피자를 옮긴다. 피자가 구워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분. 굽기가 완료되면 로봇 팔(고봇)이 피자를 자르고 소스를 뿌린 뒤 온열 장치로 옮긴다. ‘인공지능 피자’ ‘로봇 피자’라 불리는 ‘고피자’의 인공지능 스마트 시스템이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고피자 제공
 

고피자는 임재원 대표가 2016년 야시장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2017년 설립한 1인용 피자 브랜드다. 고피자의 사업 아이템은 임 대표의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됐다. 해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는 ‘왜 피자는 햄버거처럼 1인 메뉴가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러고는 맥도널드 같은 1인 피자 패스트푸드를 꿈꾸며 1년여 준비 끝에 고피자를 론칭했다.

작은 주방, AI 기반의 표준화된 피자 품질 관리로 고피자는 순식간에 세를 넓혔다. 한국을 넘어 싱가포르, 인도, 홍콩, 인도네시아에서 180여 개 매장을 열었다. 그중 50개가 해외 매장이다. 고피자는 동남아 시장에서 사업 확장에 힘입어 미래에셋증권, GS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50억 원을 유치해 벤처투자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사업이 1500억 원대 가치의 피자 프랜차이즈가 되는 데 걸린 기간은 5년. 이후 고피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꼽은 ‘아시아·태평양 고성장 기업’ 전체 11위, 외식업계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연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열린 소상공인을 위한 강연장에서 임재원 대표를 만났다. 그는 회사 업무와 강연 사이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햄버거는 싸고 빠르고 자주 먹을 수 있는데, 왜 피자는 그렇지 않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저는 미식가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저 편리성 때문에 패스트푸드를 좋아할 뿐. 그런 점에서 피자는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굽는 속도가 느리고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거나 비싸고요. 사업이란 결국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이잖아요. 저에게는 불편함이 있었고, 시장엔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자 사업을 시작했죠.

 

고피자가 성장 가도를 달리는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한 달 전에 투자 유치를 해서 지금은 자본금 운용에 집중하고 있어요. 특히 해외 시장의 성장을 보고 투자를 받은 터라 해외 매장 늘리기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내년 초에는 세계 최대의 허브 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새로운 매장을 연다고요. 터미널2는 대한항공 터미널이 있는 곳이기도 해요.

“싱가포르 전역에서 공개 모집하는 절차를 통과해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창이국제공항 터미널2 출국장에 매장을 열게 됐습니다. 올해 12월 착공해 내년 2월 문을 열 계획입니다. 공항 출국장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공간인 만큼 고피자 브랜드를 더 잘 알릴 기회로 보고 있어요.”

 

고피자는 푸드트럭에서 시작했습니다. 1인 피자 창업을 결심한 때를 떠올려볼까요.

“2015년 1인 피자 브랜드를 구상했어요. 혼자서 피자를 만들어보고, 화덕을 사서 구워보기도 하고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며 1년을 준비했어요. 혼자 할 수 있는 공부는 다 했다, 이제 직접 팔아보자는 생각에 2016년 피자트럭을 끌고 거리에 나갔습니다.”

 

당시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쟤가 왜 저러지? 저러다 말겠지’라는 반응이었어요. 하하. 창업을 준비하면서도 회사를 계속 다녀서 부모님이 심하게 반대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나가서 고생해봐라’며 독려해주셨죠. 부모님은 얼마 안 가 제 사업이 망할 거라 생각하셨나 봐요. 푸드트럭에서 시작한 피자가게가 이렇게 커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테니까요.”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요.

“창업을 결심했을 때가 스물여섯이었는데, 대학 졸업 후 물류 스타트업에서 잠깐 지냈어요. 그전에는 싱가포르경영대를 다니며 광고회사에서도 2년 정도 일했고요. 또 매 학기 방학에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방송국, 자동차 회사, 인테리어 회사 등에서 인턴으로 마케팅 일을 했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계속 다닐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푸드, 그중에서도 피자 창업을 결심했나요.

“어려서부터 맥도날드를 좋아했어요. 미국에서 자라며 피자나 햄버거 같은 정크푸드를 많이 먹었는데, 어느 날 ‘햄버거는 싸고 빠르고 자주 먹을 수 있는데, 왜 피자는 그렇지 않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저는 미식가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저 편리성 때문에 패스트푸드를 좋아할 뿐. 그런 점에서 피자는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굽는 속도가 느리고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거나 비싸고요. 처음부터 피자를 음식이라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았어요. 사업이란 결국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이잖아요. 저에게는 불편함이 있었고, 시장엔 문제가 있었고,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자 사업을 시작했죠.”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금 450억 원 이상을 유치했다고요. 고피자는 국내 130개, 해외에만 50개의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피자의 강점으로 꼽히고요.

“현재는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습니다.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 사람보다 피자를 자주 먹고, 1인 피자를 ‘특이’한 게 아닌, ‘유용’하다고 보기에 해외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또한 나라마다 메뉴를 조금씩 달리한 점도 주효했다고 봅니다. 인도에서는 베지 피자(채식 피자), 싱가포르에서는 칠리크랩 피자를 팝니다. 현지화 전략이 먹혀든 거죠.”

 

고피자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요.

“고피자의 푸드테크 기술은 총 네 가지입니다. 파베이크 도우, 인공지능(AI) 스마트 토핑테이블, 스마트 오븐인 ‘고븐’ 그리고 ‘고봇 스테이션’(피자 커팅 및 온열 자동화 설비)입니다. 반죽에 토핑하고 굽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과정에 이 네 가지 기술을 단계별로 모델화했죠.”

임재원 고피자 대표./ 고피자 제공

◇JUST KEEP DOING IT! 그냥, 계속하는 힘

 

제가 사업을 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칙은 끈기예요. 계속하는 힘. 나이키의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좋아합니다. 사업도 그래요. 그냥 하면 되죠. 그냥 시작은 할 수 있어요. 다만 이를 매일 계속해야 해요. 그래서 제 슬로건은 ‘JUST KEEP DOING IT’이에요. 계속하라는 거죠. 사업가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에요. 큰 문제를 작은 문제들로 분할해서, 이를 계속 해결해나가는 사람입니다.

 

인공지능 스마트 토핑테이블이라는 이름이 생소합니다.

“실시간으로 피자의 토핑 양과 형태를 측정하는 기술을 적용한 인공지능 시스템입니다. 작업자가 테이블에서 반죽에 토핑할 때 위에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인공지능이 기존 레시피와 비교하며 소스가 얼마나 정확하게 도포됐는지, 토핑이 정확하게 올라갔는지 등을 판단해주죠. 정확한 데이터로 피자의 맛을 일관되게 유지해주는 솔루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매장을 빠르게 늘리면서 피자 상태가 고르지 못하다는 후기를 받아보게 됐어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계속해서 누군가가 관찰하고 추적해서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알려줘야 했죠. 이를 인공지능이 대신 하는 겁니다.”

 

피자에 푸드테크를 적용하게 된 계기군요.

“제 궁극의 목표는 고피자를 맥도날드처럼 키우는 거예요. 이를 위해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그중 하나가 피자 굽는 시간을 줄이는 겁니다. 보통 피자를 굽는 데는 7~8분이 걸리지만, 푸드테크를 적용하면 3분으로 단축할 수 있어요. 이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건 2019년이고요. 매장이 빠르게 늘면서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고 인공지능으로 품질의 균일화를 이뤘어요. 그 덕에 인건비 부담도 줄였고요. 인공지능 스마트 토핑테이블이 외식업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이라 생각해요. 맥도날드가 수십 년 쌓아온 걸 한 번에 해결한 거죠.”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데 참고한 사례가 있을까요.

“참고한 사례는 거의 없고, 오히려 혼란을 줬던 경우가 있었죠. 미국에서도 피자를 기계로 만드는 회사가 여럿 생겼다가 대부분 실패했어요. 로봇이 피자를 만들고 매장을 운영하기까지는 막대한 기술과 자본이 들어가요. 몇천억 원의 투자를 받아가며 피자 자동화 기계를 만드는 거예요. 저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있었어요. 투자자들도 그들이 만든 기계가 평준화되면 고피자와 같은 1인 매장은 의미 없어질 거라 했어요. 하지만 전 그 생각을 접었어요. 완전 자동화는 지금 기술력으로 절대 불가능하다고 봤거든요.”

 

완전 자동화가 왜 불가능한가요?

“주방을 완전 자동화하기란 불가능해요. 예를 들어 테이블에 소스를 흘렸다고 해봐요. 사람은 행주를 들고 가서 닦으면 그만인데, 이를 설비로 풀려면 여기에 떨어졌다는 걸 인식하는 센서와 닦아주는 로봇 팔이 필요하고, 닦고 난 행주를 교체하고 세척할 설비가 필요해요. 고작 소스 하나 떨어진 문제를 풀려고 엄청난 기술을 동원해야 하는 거죠. 주방에서는 이런 일이 수시로 일어나는데, 그 모든 상황을 로봇이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창업 이후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코로나 때 시장이 급변했어요. 그나마 1인 매장이어서 국내 경기 침체에는 버틸 수 있었습니다만 해외 시장이 문제였어요. 직원을 뽑아뒀지만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없는 데다 매장을 확인해볼 수도 없었고요. 특히 인도의 경우 나라를 봉쇄하는 바람에 2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도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고 어려운 시기를 버텼어요. 작년부터 팬데믹 상황이 풀리며 매장이 정상화되기 시작했고, 그때 기다려준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인도 직원들이 더 열성적으로 일해주고 있어요.”

 

이를 견뎌낼 수 있었던 힘, 원동력이라면?

“제 성격상 포기를 잘 안 해요. 버티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해요. 인도 사례가 이를 입증했고요. 제가 사업을 하며 중요하게 지켜가는 철칙의 하나가 끈기예요. 계속하는 힘. 저는 나이키의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좋아해요. 사업도 그래요. 그냥 하면 되죠. 그냥 시작은 할 수 있어요. 다만 이를 매일 계속해야 해요. 그래서 제 슬로건은 ‘JUST KEEP DOING IT’이에요. 계속하라는 거죠. 사업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에요. 큰 문제를 작은 문제들로 분할해서, 이를 계속 해결해나가는 사람이죠. 문제 해결에는 끝도 없어요. 끈기는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궁극의 목표에 얼마만큼 도달했다고 보나요.

“높게 잡아서 20%. 고피자는 최소 만 개 매장이 목표예요. 매장 수로 따지면 2%, 나머지 18%는 고피자가 지금까지 해온 길이고요. 다음 단계를 위한 씨앗은 다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맛과 질, 매장 수, 모든 준비가 이 씨앗 안에 들어 있죠. 이를 복제하는 일은 씨앗 하나 만드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 될 거예요. 5년 만에 20% 왔지만, 나머지 5년 안에 80%를 가야 한다는 목표 지점에 서 있어요. 5년에서 10년 내에 고피자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이 있을까요.

“어떤 분야에서 왜 사업을 하고 싶은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나면 대부분 전략을 짜요. 그런데 사업 초기엔 이런 과정이 다 필요 없어요. 창업 이후 닥치는 문제들은 전략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든요. 그러니 ‘당장 나가서 해라, 뭐든 해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앱을 팔고 싶다면 앱을 다 만들어서 창업하려 하지 말고, 앱이 제공하려는 서비스를 앱 없이 해봐야 해요. 만약 빨래방 앱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빨래방을 운영해보는 거예요. 그냥 해라, ‘JUST DO IT’. 그리고 시작했다면 꾸준히 10년을 해봐라, ‘JUST KEEP DOING IT’으로 점차 나아가야죠.”

 

◇ 외식 사업의 해외 확장 tip 4

 

영어는 비즈니스 소통의 기본

대표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해외 진출이 어렵다. 어설픈 영어로 해외 확장에 뛰어드는 건 위험한 일이다. 나와 생각이 잘 맞는 직원을 채용해 함께 나아가는 방법도 있다. 창업에 관심 있고 영어까지 유창하다면 큰 무기를 갖춘 셈이니 해외 진출을 적극 추천한다.

 

일단 공항으로 가라

현지 조사가 중요하다. 방구석에 앉아 그 나라의 인구와 소득 수준을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류상의 분석 결과보다 관심 있는 나라를 직접 가보는 게 좋다. 사업 아이템을 머릿속에 넣어둔 채 현지에 가서 사람들이 어디로 모이고, 무엇을 먹는지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원하는 나라에 가서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지내면서 그 나라의 정서를 느껴봐라. 대박 날 것 같은 확신이 드는 나라들이 분명히 있다.

 

성공 방정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사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검토해보는 편이 좋다. 한국에서 사업을 완성한 후 해외에 진출하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성공 방정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에서 안 되는 사업이 해외에서 잘될 수도, 또 반대일 수도 있다. 국내 사업과 해외 진출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진다.

 

현지인을 적극 활용하라

해외 진출은 사소한 데서 성패가 갈린다. 한국 사람을 현지로 파견하기보다 현지인을 믿고 유대관계를 쌓을 것을 권한다.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한국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후 유지는 해외 담당자에게 맡기는 것이 유리하다. 인간관계를 잘 쌓고 그들에게 권한을 주고 로컬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믿고 맡겨야 한다.

 

◇임재원

싱가포르경영대(SMU)와 카이스트 대학원(경영공학 석사)을 졸업하고 물류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다. 2017년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를 설립,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1인 피자 사업을 1500억 원대 가치의 피자 프랜차이즈로 성장시켰다. ‘2022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장관상, ‘2022 대한민국 로봇대상’에서 로봇산업 발전유공 정부포상을 수상했다.

 

글=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고피자톱클래스   조선일보    입력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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