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에버 도그
로드니 하비브·캐런 쇼 베커 지음|정지현 옮김|홍민기 감수|코쿤북스|536쪽|2만5000원
“예전 개들은 사람이 먹는 걸 같이 먹었는데, 왜 요즘 개들은 사료만 먹는 거야?”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지만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견주(犬主)에게 던지는 질문.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예전엔 뭘 잘 몰라서 아무거나 먹였던 거지. 인간이 먹는 음식은 개에게 해로운 경우가 많아. 사료엔 개에게 유익한 영양소만 들어 있거든. 사료를 먹여야 개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
과연 그럴까?
로드니 하비브와 수의사 캐런 쇼 베커가 함께 쓴 이 책은 견주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하비브는 동물의 영양 및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하는 캐나다의 비영리단체 설립자.
개의 수명을 주제로 한 그의 강연은 개를 주제로 한 TED 강연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저자들은 말한다. “개 사료는 사람이 먹는 그 어떤 음식보다 훨씬 더 많은 가공이 이뤄진다. 초가공식품인 사료는 패스트푸드와 똑같다. 각종 염증 질환과 퇴행성 질환을 불러온다. 당신 가족 중 평생 초가공 식품만 먹는 건 반려동물뿐이다.”
현대인은 과식하지만 영양은 부족하다.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러 수의사를 방문한 개 3884마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75.8%가 하나 이상의 건강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중 특히 심각한 것이 비만이다. 저자들은 “미국 반려동물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며, 여러 원인이 있지만 생긴 지 60년이 채 안 되어 600억달러 규모의 패스트푸드 산업으로 탈바꿈한 펫푸드 산업이 주원인”이라 말한다.
미국국립연구협의회나 미국사료관리협회에서 제시하는 개의 필수 영양소에는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보통 곡물 기반 사료 한 봉지는 인슐린 수치를 높이는 옥수수나 감자에서 비롯한 탄수화물을 50% 이상 포함한다. “한 마디로 반려견의 밥그릇에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 등이 들어간 당뇨 폭탄을 넣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개가 살 좀 찌면 어때, 귀여운데’라고 당신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반려견의 비만은 의외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네덜란드 연구에 따르면 과체중 개들은 짖거나 으르렁거리거나 낯선 사람을 물려고 위협하거나 밖을 두려워하고 명령을 무시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한다. 반려동물의 건강은 견주의 건강을 반영하는 거울. 독일과 네덜란드 연구자들은 반려견이 과체중이면 견주도 과체중일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려견의 산책 시간이 짧으면 견주의 운동량도 적고, 반려견의 간식 섭취 패턴도 견주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즉 개와 견주의 건강,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 반려견의 체중 관리는 필수적이다.
어떤 먹거리가 개에게 좋은가? 저자들은 “냉장고에 있는 사람 음식”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을 개에게 주면 안 된다. 건강한 단백질과 순수 지방, 약간의 탄수화물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의 건강에도 가장 좋다. 원시인처럼 먹는 ‘구석기 다이어트’는 개에게도 필요하다. 뉴질랜드 매시대학 소속 마크 로버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개는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다. 늑대와 마찬가지로 지방과 단백질 공급원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신선식 배합 전문가들은 개의 선조인 늑대처럼 칼로리의 약 50%는 단백질에서, 나머지 50%는 지방에서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견주가 직접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어렵다면 칼로리의 10%를 신선식품으로 섭취시키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냉장고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을 작은 크기로 잘라 생으로, 혹은 살짝 익혀서 양념 없이 준다. 당근, 셀러리 등 미나릿과 채소엔 해독 효과가 있다. 오이는 비타민 C와 K를 공급하기에 좋다. 브로콜리 새싹과 딸기엔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 석류는 심장을 보호한다. 정어리와 내장육은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다. 단 포도(건포도), 코코아(초콜릿), 양파나 마늘 같은 파속 식물은 독성이 있으므로 개에게 주면 안 된다. 질식 위험이 있는 마카다미아 등의 견과류도 마찬가지다.
개의 건강과 수명에 대한 여러 연구를 파고든 흥미로운 책.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인간은 타자(他者)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고, 개는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타자이기 때문이다. “더 적게 먹고, 더 건강하게 먹고, 더 많이 더 자주 움직여라” 저자들이 개와 인간에게 모두 권하는 장수 비법이다.
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입력20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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