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 주마등처럼 인생 스쳐간다”
사람이 죽기 전 그동안 살아왔던 삶이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일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루이빌대 연구진은 “사망한 87세 환자의 뇌 활동 기록을 통해 죽음 전후로 기억을 회상하는 뇌파 패턴이 확인됐다”라고 2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노화신경과학 최신연구’에 밝혔다.
한 87세 남성이 낙상으로 뇌출혈이 발생해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연구진은 87세 환자의 간질 발작을 감지하고 치료를 위해 뇌파 검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환자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우연히 죽어가는 사람의 뇌 활동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사망 당시 측정한 뇌 활동 900초 가운데 심장박동이 멈춘 전후 30초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했다. 분석 결과 환자의 마지막 순간에 감마 뇌파를 비롯해 알파·베타·델타 등 다양한 유형의 뇌파가 변화했다. 여러 뇌파 간의 상호 작용이 뇌로 흐르는 혈액이 멈추고 나서도 계속됐다.
뇌파는 살아있는 인간에서 볼 수 있는 뇌의 활동 패턴이다. 감마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뇌파는 기억회상, 꿈, 명상, 정보처리 등 높은 인지 기능에 관여한다. 루이빌대 신경외과의사 아즈말 젬마 박사는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중요한 삶의 마지막 기억을 회상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추측했다. 앞서 인간이 아닌 동물 실험에서도 쥐가 죽기 전 뇌에서 감마 뇌파가 관찰된 바 있다.
이번 해외 연구에 대해 KIST 뇌과학연구소 조일주 박사는 “세포는 죽기 전 평소보다 더 활발한 신호를 보내는데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의 세포가 죽으면 기억회상, 시야를 담당하는 부분이라면 환한 빛을 보게 된다”라며 “임사(거의 죽음에 이르는 단계) 경험도 뇌가 극한에 갔을 때 발생한 뇌 신호를 통한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지한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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