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가상화폐 가치
비트코인 가격이 10월 중순 6만6000달러를 넘어 국제 시세 기준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 아무런 쓸모가 없고 실체도 없는 비트코인이 어떻게 7000만원 넘게 거래될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가격에 잔뜩 거품이 끼었다고 비판한다. 과연 비트코인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
비트코인 가격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의식하지 않더라도 경영학적 관점에서 가격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기업이 상품을 새로 출시하면 가격을 얼마로 매겨야 하느냐는 문제가 늘 등장한다. 이때 경영학에서는 가격을 정하는 방법을 가치법, 원가법, 시장평균법 등으로 제시한다.
가치법은 상품의 가치가 높으면 높은 가격을 매기고, 가치가 낮으면 낮은 가격을 매기는 방식이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면 높은 가격을 받고, 셀프 서비스를 하면 가격이 낮아진다. 원가법은 상품 제공 원가에 일정 이윤을 붙여서 가격을 매긴다. 원가가 1만원이라면 10%인 1000원의 이윤을 붙여 1만1000원으로 가격을 정하는 식이다. 시장 평균법은 시장에서 다른 상품이 어느 정도 가격에 팔리는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한다. 다른 치킨집이 2만원 정도에 치킨을 팔면, 나도 그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을 매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를 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고, 가치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비트코인 원가는 생산에 필요한 전기값인데 아무리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 해도 6만달러는 말이 안 된다. 또 비트코인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다른 가상 화폐들과 비교해도 엄청난 가격 차이가 있다. 가치법, 원가법, 시장평균법 어느 것을 적용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설명되지 않는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1000달러든 10만달러든 납득할 수 있다면 그는 경제학적 관점으로 가격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경제학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는 단 하나, 공급과 수요다.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낮아지고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은 높아진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은 오르고,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은 떨어진다.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가치를 가지지만, 공급이 충분하기에 가격이 싸다. 축구 선수 메시가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는 것은 단순히 축구를 잘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메시의 축구를 보려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축구 천재라도 팬들이 아무 관심 없다면 높은 연봉은 받을 수 없다. 스키, 펜싱 등 다른 종목의 스포츠 천재가 메시만큼 연봉을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경제학적 관점으로 보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비트코인 공급은 2100만개로 고정돼 있는데, 비트코인 수요자는 개인에서 기업과 기관투자자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는 각자의 자유다. 하지만 가격을 보는 두 관점의 차이를 알아야 현대의 여러 경제 현상을 편견 없이 이해할 수 있다.
]최성락 SR경제연구소장 조선일보 입력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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