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코에 달린 공기방울 산소통...18분 잠수 끄떡없는 ‘스쿠버 도마뱀'

해암도 2021. 5. 26. 13:18

[사이언스샷]

코에 공기 방울을 매달고 잠수하는 아놀도마뱀./미 빙햄튼대

 

 

코에 공기 방울을 달고 잠수하는 스쿠버 다이버 도마뱀이 발견됐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루크 마흘러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아놀도마뱀이 코에 매달린 공기 방울의 도움으로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고 밝혔다.

 

아놀도마뱀은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에 서식한다. 물가에 살다가 천적이 나타나면 물속으로 도망가는데, 물속에 18분까지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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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 다이버의 재호흡 기술 이용

 

논문 제1 저자인 크리스토퍼 보시아 연구원은 “숨을 내쉬면서 피부에 공기 방울을 만드는 아놀도마뱀을 발견했다”며 “도마뱀은 이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는데 이는 스쿠버 다이버 기술인 ‘재호흡’과 같다”고 말했다.

스쿠버 다이버의 호흡장치 중에 재호흡기는 날숨을 바로 바닷물로 보내지 않고 재활용한다.

 

사람은 한 번 숨을 쉴 때 공기 중의 산소를 다 쓰지 않는다. 재호흡기는 내쉬는 숨에 남아있는 산소를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도마뱀의 피부에 붙어있는 공기 방울의 산소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공기 방울을 이용해 재호흡을 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재호흡은 도마뱀이 물속에서 오래 머물러 천적을 피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반수생(半水生)인 아놀도마뱀 6종을 조사해 모두 재호흡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재호흡은 주로 물방개 같은 수생 절지동물을 대상으로 연구됐다. 척추동물은 절지동물과 생리적 특성이 크게 달라 했지 도마뱀에서도 재호흡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마흘러 교수와 공동 저자인 미국 캔사스대의 리처드 글로 교수는 2009년 아이티에서 아놀도마뱀의 재호흡을 처음 발견했다. 역시 공동 저자인 빙햄튼대의 린지 스위어크 교수도 2019년 코스타리카에서 아놀도마뱀의 재호흡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아놀도마뱀의 재호흡 능력은 피부가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피부는 비나 기생충으로부터 도마뱀을 보호해준다. 물에 들어가면 피부가 물을 밀어내면서 공기 방울이 달라 붙는다. 도마뱀은 이를 호흡에 활용하는 것이다.

코에 공기 방울을 매달고 잠수하는 아놀도마뱀./미 빙햄튼대

◇공기 방울이 아가미 역할 할 수도

공기 방울의 역할은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다. 가장 간단한 형태는 스쿠버 다이버의 산소 탱크 역할이다. 도마뱀의 폐에 들어 있는 공기에 추가로 공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물방개도 같은 방법으로 잠수 시간을 늘린다. 연구진은 공기 방울이 호흡이 미처 다 쓰지 못한 코와 입, 기관의 공기를 재활용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또 공기 방울은 날숨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용도로 볼 수도 있다. 앞서 연구에서 수생 절지동물에 달라붙은 공기 방울은 주변 물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게 나왔다. 이는 날숨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방울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의 물에 녹아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기 방울은 물에서 산소를 흡수하는 아가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일부 절지동물에서 관측된 바 있다.

마흘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창조적이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생명체가 환경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며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런 발견은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