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빠진 어금니 두면 뇌 죽는다” 치매 45% 막는 중년 필수 습관

해암도 2025. 9. 11. 06:49

 

진지발리스균 등 구강 질환을 유발하는 입속 세균은 잇몸 염증으로 벌어진 치아와 잇몸 사이의 틈으로 뇌까지 침투한다. 올바른 칫솔질로 입속 세균을 제거해야 한다. 사진 중앙포토 DB



충치나 치주염으로 치아가 빠지면 치매에 더 잘 걸릴까. 선뜻 이해가 안 되지만 맞는 말이다. 서울대치과병원 치과보철과 김성균 교수는 “만성적인 치과 염증이 뇌의 신경 퇴행 진행을 가속화한다”고 말했다.

진지발리스균과 같은 구강 질환을 유발하는 입속 세균은 입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잇몸 염증이 심해지면서 치아와 잇몸 사이에 벌어진 틈으로 침투해 뇌로 이동해 공격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치주염이 있는 치매 환자의 96%는 뇌 속에 입속 세균이 만들어낸 독소가 있다.

한국인을 포함, 아시아인은 치매에 취약한 ApoE4(아포이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비율(20%)이 높은 편이다.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정지향 교수는 “아포이4 유전자형이 있으면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등 독성 단백질이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돼 치매 진행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아포이4 유전자가 있으면 치매 위험이 3~15배 높다.

그래서 미리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이기형 교수는 “치매 위험 요인을 교정하면 유병률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연·금주·운동보다 더 강력한 치매 예방 수칙이 있다는데, 그게 뭘까.

강력한 치매 유발 요인은 난청 
지난해 7월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 ‘치매 예방과 개입, 관리’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영국 런던대 길 리빙스턴 교수를 포함해 노르웨이·인도 등 세계 전문가 27명이 저자다.

연구팀은 치매의 45%는 예방 가능하다고 봤다. 연구팀은 교정 가능한 요인(modifiable risk factors)을 14가지를 제시했는데 ▶낮은 교육 수준 ▶청력 손실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증 ▶신체 활동 부족 ▶당뇨병 ▶과도한 음주 ▶외상성 뇌 손상 ▶대기 오염 ▶사회적 고립 ▶시력 저하 ▶높은 LDL 콜레스테롤이다.


술·담배보다 더 강력한 치매 유발 요인은 난청이다. 사진 셔터스톡



연구진이 치매 발병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추린 결과 청력 손실(7%)과 LDL콜레스테롤(7%)이 꼽혔다. 흡연(2%), 과도한 음주(1%), 신체 활동 부족(2%), 외상성 뇌 손상(3%)보다 높다. 보청기가 불편하다고 청력 손실을 방치하는 건 술·담배를 계속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의미다.

잘 듣지 못하면 혼자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대화가 끊어진다. 옆에서 말을 해도 듣지 못하거나 살·달·말처럼 비슷한 말소리의 자음을 구분하지 못한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가족과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듯한 고독감을 느낀다. 이런 우울증, 사회적 고립감은 치매 위험을 더 높인다. 난청이 심해지면서 최저 청력의 범위가 10데시벨(dB) 증가할 때마다 치매 발생 위험이 비례해서 증가한다.

난청은 노인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귀는 지속적인 큰 소리 자극에 약하다. 이어폰·헤드폰을 끼고 버스·지하철에서 고음량으로 1시간 이상 듣거나 공연장·클럽 등에서 소음에 자주 노출돼도 소음성 난청이 생긴다. 말귀 못 알아 듣는 MZ세대가 늘어난 이유다. 청소년기에 난청이 생기면 소리를 듣더라도 중추청각처리능력이 떨어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 노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도 더 빨리, 심하게 나타난다.

난청이 심할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치매 발생 위험도는 난청 중증도에 따라 달라졌다. 경도 난청은 약 2배, 중등도 난청은 3배, 고도 난청은 5배 증가했다. MZ 난청을 막으려면 이어폰은 하루 60분 이내로만 쓴다. 음량은 이어폰을 낀 상태에서 앞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적당하다.

혈관 염증을 유발하는 LDL 콜레스테롤도 뇌 건강 면에서 청력 손실만큼 위험하다.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으로 LDL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동맥 혈관이 좁아지면 심근경색·심부전·뇌졸중 같은 중증 심뇌혈관 질환이 커진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진다.

치매 치료는 증상이 더 나빠지지 않게 억제하는 게 최선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상원 교수는 “진단·치료가 늦을수록 중증으로 빨리 진행해 독립적 생활이 힘들어지고 가족의 간병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의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된 상태를 뷰브레인AI 프로그램으로 시각화한 분석 화면. 뇌 PET 영상을 다양한 방향에서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다. 축적 정도가 심할수록 붉은색으로 표시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진 뷰브레인헬스케어



만약 경도인지장애(MCI)로 치매 진행 속도가 빠르다면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를 고려한다. 정지향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가 치매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노인의 치매 발생 비율(1~2%)보다 훨씬 높다.

레켐비·키순라 같은 항체 치료제로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 교수는 “18개월 동안 2주마다 항체 치료제 주사를 맞으면 뇌 속 아밀로이드가 70%가량 제거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미 손상된 뇌세포는 회복이 어렵다.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더라도 자신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부터 매년 인지 기능 검사를 받으면 더 빨리 치매에 대비할 수 있다.

치아 20개 이하면 인지 기능 떨어져
뇌 노화 속도는 중년에 어떤 삶을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란셋 2024 치매보고서가 지목한 교정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14개 중 10개가 중년에 집중됐다. 이기형 교수는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한 치매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뇌 영양제보다는 구강 건강 관리 강화,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추천한다. 이들이 치매와 관계가 있다는 근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씹는 저작 기능은 뇌(특히 기억과 관련이 깊은 해마)에 산소·혈류를 늘려준다. 저작 자극이 줄면 뇌세포끼리 연결이 느슨해지면서 뇌 활성도가 떨어진다. 많은 의학 연구에서 자연 치아가 20개 미만이면 인지 기능 저하 등으로 이어져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김성균 교수는 “남아 있는 치아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어금니 등 치아가 빠진 채로 지내는 것이 치매 발병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 남성이 보철 치료를 위해 상담을 받고 있다. 치주염, 사고 등으로 치아가 빠졌다면 뇌 건강을 위해서라도 틀니·임플란트 등 보철 치료를 받는다. 여러 역학 연구에서 자연 치아가 20개 미만이면 인지 기능 저하 등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사진 서울대치과병원



대상포진 백신 접종도 중요하다.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치매에 걸리지 않은 71~88세 고령층 28만 명을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는 미접종자보다 7년 후 치매에 걸릴 확률이 20% 낮았다. 서상원 교수는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말했다.

극심한 통증으로 유명한 대상포진은 50세 이상부터 발생률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 고령층은 피부 수포가 사라져도 통증 후유증(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남을 수 있다. 대상포진 통증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국내 접종 가능한 대상포진 백신은 스카이조스터·싱그릭스 두 개다. 제품에 따라 1~2회 접종하면 50세 이상 연령대에서 51~97%의 대상포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치매 예방과 관련해서는 현재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된 건 아니다. 대상포진 백신이 직접적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상포진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막아 이차적으로 뇌 건강을 지켜주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대상포진 예방 백신이 부가적으로 치매 위험도 줄여준다는 정도로 이해하자.

바쁜 사람을 위한 세줄 요약

① 생활 습관을 바꾸면 치매 위험을 최대 45% 막을 수 있다.
② 중년 이후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③ 진행이 빠른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레켐비·키순라 치료를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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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권선미  중앙일보 기자  발행 일시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