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모기 한방 물리자 발 썩었다, 연 2000명 발 절단한 ‘이 병’

해암도 2025. 8. 28. 09:47

당뇨병은 질환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문제다. 대표적인 합병증이 발에 생긴 작은 피부 상처가 잘 낫지 않아 생기는 당뇨발(당뇨병성 족부궤양)이다. 당뇨발은 당뇨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족부(발) 손상을 통칭하는 데,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절단에 이르기도 한다.

모든 당뇨병 환자는 당뇨발 고위험군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성희(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당뇨병 환자 15~25%는 일생에 한 번 이상은 당뇨병 신경병증, 구조적 변형, 발 궤양 등으로 당뇨발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이유도 어머니가 당뇨발로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이유는 당뇨발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어머니의 치료비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발은 당뇨병 환자의 최대 약점이다. 특히 덥고 습한 여름은 당뇨병 환자에게 시련의 시기다. 맨발로 샌들·슬리퍼를 신고 다니다가 벌레에 물리거나 긁혀서 발에 상처가 나기 쉽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 피부가 짓무르거나 갈라진 틈으로 세균이 침투해 감염될 위험도 높아진다. 노원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김진택 교수는 “당뇨병으로 혈액순환이 불량하다 보니 상처 부위가 잘 낫지 않고 궤양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에 생긴 작은 생채기가 피부 괴사로 번지는 당뇨발은 족부 절단 위험이 매우 높다. 족부 절단의 85%는 당뇨발로 인한 궤양에서 시작된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중 약 550만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공복 혈당이 높아 당뇨병 전 단계인 상태도 500만 명에 이른다.

당뇨발은 고혈당에 노출된 기간이 길고 혈당 조절이 불량할수록 생기기 쉽다. 대한족부족관절학회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수집한 '한국인 당뇨발 및 절단 데이터'에 따르면 한 해 평균 2000명가량이 당뇨발로 인해 절단한다. 당뇨인 1000만 시대에 당뇨병 환자가 기억해야 할 발 관리법은 무엇일까.

2형 당뇨병 진단 때부터 발 살펴야
당뇨발로 인한 족부 절단 위험을 줄이려면 발이 보내는 신호를 잘 살펴야 한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형외과 조재호 교수는 “발이 저리듯 아프거나 찌릿하면서 저리거나 발 피부가 갈라지고 따끔거리는 등 전반적인 발 감각 이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과 비교해 족부 절단 발생률이 10~15배 이상 높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지 10년이 넘었다면 상처가 궤양으로 진행하는 당뇨발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한다. 당뇨발로 족부를 절단하면 5년 내 사망률이 70~8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진영 교수는 “2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시점부터 발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혈당 조절은 당뇨발 예방의 기본이다. 고혈당은 발과 연결된 신경세포, 말초 혈관 손상을 가속화해 당뇨병 신경병증 중증도를 높인다. 당뇨병으로 진단되기 전에도 고혈당으로 신경 손상이 존재한다면 혈당 조절만으로 당뇨발을 100% 예방할 수 없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지 10년이 넘었다면 상처가 궤양으로 진행하는 당뇨발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한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한양대병원



족부 절단의 시작은 매우 사소하다. 발톱을 깎을 때 생긴 작은 상처, 발바닥에 생긴 굳은살, 발가락 사이 피부가 갈라지고 짓무르면서 생긴 무좀, 휴가 때 뜨거운 모래사장을 걷다 생긴 물집, 벌레에 물려 덧난 수포 등 대부분 발에 생긴 대수롭지 않은 작은 상처에서 비롯된다. 최성희 교수는 “당뇨병을 오래 앓고 '당뇨병 신경병증'이 동반되면 감각이 무뎌져 발에 난 상처를 알아채기 힘들다”고 말했다. 당뇨병을 앓다 보면 우리 몸을 보호하는 3종류의 신경(감각·운동·자율 신경)이 차츰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당뇨병 환자가 족부 절단에 이르게 되는 첫 단계는 당뇨병 신경병증이다. 당뇨병 때문에 신경 손상이 진행되는데,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통증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 화끈거림, 손발 저림, 칼로 찌르듯 아픔 등으로 다양하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는 “낮보다는 밤에 찌릿한 통증이 심해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온도 변화나 통증·압력 등을 느끼는 감각이 둔감해져 아파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좋은 게 아니다. 김진택 교수는 “통증이 없으니 발에 상처가 생겨도 늦게 발견하고 병변이 곪은 중증으로 악화하기 쉽다”고 말했다. 당뇨발 상처는 일반적인 상처 치료와 달리 복잡하고 까다롭다. 집에서 상처 부위를 소독하면서 지내다가 병을 키우기 쉽다. 결국 궤양으로 발이 까맣게 썩어 그 부위를 절단해야 한다.


족부 절단의 85%는 당뇨발로 인한 궤양에서 시작된다. 발에 생긴 작은 생채기가 피부 괴사로 번질 수 있다. 사진=여의도성모병원



발바닥 굳은 살도 조심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운동 신경에 이상이 생기기 쉬운데, 이때 발가락 근육이 위축되면서 발가락이 갈퀴 모양으로 굽으면서 발이 갈퀴 모양으로 변형된다. 이렇게 발 변형이 생기면 걸을 때마다 발바닥 앞쪽에 체중이 실려 압력이 집중되고 해당 부위에 굳은살, 물집, 궤양이 생긴다.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면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해 발 궤양이 생길 위험이 11배 정도 높다.

또 체온·호흡 등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자율 신경이 손상되는 경우 땀이 나지 않아 발 피부가 거칠어지고 건조해져 상처가 잘 생기고 세균 감염에 취약해진다. 단순히 긁히거나 발톱을 바짝 깎아 생긴 염증에도 까맣게 발이 썩으면서 족부 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재호 교수는 “당뇨병 환자라면 자신의 감각을 믿지 말고 매일 눈으로 발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매년 신경학적 검사로 발의 촉각, 통각, 온도 감각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상처 주변 피부 붉고 열감 있으면 병원 찾아야
발에 상처가 생겼을 때 즉각적 대처도 필요하다. 초기 당뇨병 환자라도 고혈당으로 피부 상처가 낫는 데 오래 걸린다. 작은 상처라도 감염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상처 보호 첫 단계는 드레싱이다. 상처가 피부 가장 겉 부분인 표피에만 얕고 작게 생겼다면 미지근한 물로 깨끗하게 씻고 거즈로 두드려 말린 후 습윤 드레싱을 덮어준다.

당장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상처 주변 피부가 붉게 염증이 생기고 부어오르면서 진물이 나고 열감이 느껴질 때다. 눈으로 봤을 때 상처 부위가 깨끗해도 1~2일 이내에 낫지 않고 상처가 더 심해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김진영 교수는 “당뇨발 상처는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전문적인 당뇨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뇨병 신경병증으로 발 감각이 둔해졌다면 상처가 심해도 위중도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발과 연결된 말초 혈관이 손상된 상태라면 혈액 공급이 줄어 발 상처가 잘 낫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당뇨병으로 나빠진 혈류를 개선하기 위해 스텐트 등으로 좁아진 다리 혈관을 넓히거나 미세 혈류의 산소 농도를 높여주는 고압산소 치료 등을 시도한다. 캡슐 형태의 밀폐된 공간인 챔버에 누워 고농도 산소를 일반 대기압보다 2배 이상 높은 고압산소 형태로 공급해 숨을 쉬면 혈액 속 산소 농도가 높아져 상처 부위까지 산소가 공급돼 상처 치유 속도가 빨라진다. 발의 혈류 흐름이 개선되면서 족부 절단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당뇨발 환자가 고압산소 치료를 받으면 발의 혈류 흐름이 개선되면서 상처 치유 속도가 빨라지고 족부 절단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사진=한림대동탄성심병원



당뇨발로 인한 상처는 재발이 잦다. 당뇨발 궤양 환자의 40%는 치유 1년 이내에 재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평소 철저한 발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박정환 교수는 “발은 매일 씻고 발가락 사이까지 잘 말린 다음 보습제를 발라 발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톱은 목욕 후 부드러워진 상태에서 일자로 자르고 끝이 날카롭지 않도록 부드럽게 다듬는다. 발톱을 너무 짧게 잘라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발 보호를 위해 땀 흡수가 잘 되는 면 소재 양말도 잊지 말자. 발 전체를 편하게 감싸면서 흘러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 양말은 매일 갈아 신고 벗을 땐 분비물이 묻어 있는지 확인한다. 신발은 발이 붓는 오후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는 발 보호가 중요하다. 한독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2019년 당뇨발 위험성을 알리는 당당발걸음 양말을 만들어 기부했다. 당뇨병 전문의 등 의료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제작된 당당발걸음 양말은 땀 흡수가 잘 되면서 발을 편안하게 감싸고 발의 상처를 빨리 알아챌 수 있도록 하고 디자인됐다. 사진=한독



술·담배는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실천한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 교정으로 당뇨발 절단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성형외과 김준혁 교수는 “운동·금주·금연 등 행동 교정만으로 당뇨병 환자의 족부 절단 위험을 최대 2.4배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흡연은 혈액 내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린다. 발끝까지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발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썩으면서 족부 절단 위험을 높인다. 알코올은 고혈당을 유발해 혈당 조절을 방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운동은 하체의 감각 회복을 돕는다.

 

바쁜 사람들을 위한 3줄 요약

① 모든 당뇨병 환자는 당뇨발 고위험군이다. 당뇨발은 상처 없이 그냥 생기지 않는다. 자신의 감각을 믿지 말고 매일 눈으로 발 상태를 관찰하자.

② 당뇨발 상처는 치료가 까다롭다. 집에서 소독·드레싱을 해도 잘 낫지 않는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③ 족부 절단 위험을 줄이는 확실한 행동 교정은 운동·금주·금연이다. 발을 잘 씻고 말린 후 보습제도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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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권선미    중앙일보 기자     발행 일시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