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너무 평범해 무시한 이 기침…“절반은 3.6년 안에 죽는다”
해암도
2025. 8. 21. 21:10

기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각심이 높아진 호흡기 이상 증상이다. 기침 증상이 생기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뉴노멀이 됐다. 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 등 상기도(기도 윗부분) 감염이다.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기침을 한다. 기침은 본래 호흡기 자극 물질이 코를 통과해 목 기관지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반사적으로 폐 속 공기와 함께 몸 밖으로 밀어내는 정상적인 신체 방어 활동이다. 강동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용범 교수는 “기침은 가벼운 감기부터 천식·COPD·폐암·알레르기 비염·역류성 식도염까지 다양한 질환에서 발현되는 임상 증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계속 콜록이는 만성 기침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관지·폐 등에 구조적 문제가 생긴 호흡기 질환일 수도 있어서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장호 교수는 “기침을 계속 한다면 치명적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는 기침은 아무리 길어도 4~8주를 넘기지 않는다. 이 기간이 지나도 계속 기침을 한다면 흉부 X선 촬영, 폐활량을 측정하는 폐 기능 검사 등으로 기침을 하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처음엔 가볍게 콜록거리는 정도지만, 반복된 기침으로 기관지 점막이 예민해져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문경민 교수는 “기침은 반복할수록 기침 감수성이 높아져 더 심하게 더 자주 기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만성 기침은 숨길인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호흡을 불편하게 만든다. 고작 숨을 헐떡거리는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호흡이 가능한 폐의 용적이 줄면서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마치 빨대로 숨을 쉬는 것처럼 숨을 몰아쉬면서 산책, 쇼핑, 식사, 목욕 같은 일상생활도 힘들어 한다. 발작적인 만성 기침이 가슴뼈에 미세한 골절을 유발해 가슴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기침으로 소변이 찔끔 새는 요실금이 심해지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아 보이는 기침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하느냐에 따라 원인 질환이 달라진다. 병원 치료가 필요한 기침의 경고 시그널은 어떻게 다를까.
폐암 진단 환자 40%는 기침으로 병원 찾아
낮에는 괜찮은데 유독 늦은 밤이나 새벽에 마른 기침을 한다면 천식일 가능성이 크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면서 잠에서 깨기도 한다. 천식 초기에는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없이 기침만 하기도 한다. 기침형 천식이다. 몸속 생체시계는 뇌가 각성하는 낮에는 코르티솔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면서 염증을 억제하지만. 밤에는 기도 염증 반응이 심해진다. 낮에는 잠잠한데 밤에 기침이 심해지는 이유다. 천식은 찬 공기에 노출되거나 자극적 냄새, 담배 연기, 운동 같은 일상적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기침을 한다.
그르렁 거리는 가래를 동반한 기침이라면 COPD(만성 폐쇄성 폐 질환)를 의심한다. 문경민 교수는 “밤새 쌓인 가래를 내보내려고 아침에 격하게 기침을 한다”고 말했다. 비가역적 폐 손상을 유발하는 COPD는 시간이 갈수록 기도가 좁아지고 폐가 딱딱하게 굳으면서 폐 기능이 나빠진다. 흡연자는 COPD 발생 위험이 더 높다. 가래 섞인 기침을 한다면 폐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기침을 8주 이상 계속한다면 폐활량을 측정하는 폐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사진= 중앙대병원
기침할 때 피가 난다면 폐암일 수 있다. 암으로 인한 기침은 종종 호흡곤란을 동반하면서 기침의 빈도·강도가 강해진다. 폐 실질보다 중심 기도에서 호발하는 편평상피세포암, 소세포암에서 기침이 더 흔하게 발생한다. 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40%는 기침 때문에 병의원을 찾는다는 보고도 있다. 만약 흡연자인데 새로운 패턴의 기침이 생기거나, 객혈을 하고, 기침 양상이 변했다면 종양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다.
호흡기 질환이 아니어도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있다. 위식도 역류 질환이 원인인 역류성 기침이다. 신물이 올라와 속쓰림 증상이 있을 때 의심한다. 박용범 교수는 “역류한 위산이 해부학적으로 식도 하부 점막에 위치한 기침 유발 감각 신경을 자극해 기침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재채기 같은 기침을 하면서 코막힘, 후비루 등 코 증상이 있다면 알레르기 비염이다. 물을 마셔도 목 안쪽에 끈적이는 이물질이 붙어 있는 느낌이 든다. 말할 때마다 알레르기 물질이 목 인후두 점막을 자극해 기침이 나온다.
코골이도 기침 유발 원인이다. 이장호 교수는 “잘 때 반복적으로 호흡이 멈추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으로 기도가 자극·손상돼 기침을 한다”고 말했다. 숨을 쉬려고 더 강하게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다가 흉곽 내 음압이 증가하고 위식도 역류량이 늘면서 기침을 한다. 코골이 환자는 코골이가 없는 사람에 비해 만성 기관지염 발병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
기침·호흡곤란 심해지는 급성 악화 겪은 COPD 환자 49%는 3.6년 이내 사망
기억해야 할 점은 기침이 심해질수록 폐 기능이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만성적 폐 염증으로 기도가 좁아지는 COPD가 대표적이다. 40세 이상 한국인 10명 중 1명(13.4%)은 COPD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적지 않지만, 이를 인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COPD 국내 진단율은 2~3%에 불과하다. COPD는 폐 기능이 50% 이상으로 손상되기 전까지 가래 섞인 기침을 자주한다는 것 이외에 이렇다 할 증상이 없다. 박용범 교수는 “만성 기침이 COPD 첫 증상이지만 너무 평범해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