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성격 더러워지면 치매 걸린다…세계적 뇌 석학 ‘매일 습관’
해암도
2025. 8. 18. 13:00
예전엔 참을성이 많았는데, 요즘은 별것 아닌 일에도 욱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이 변화는 단순한 성격 탓이 아니라 치매로 가는 뇌 속 면역 붕괴의 첫 신호일 수 있다. 면역력 저하로 생긴 만성 염증이 뇌를 침범하면 기분과 감정 조절 능력이 무너진다.

성격이 달라지는 건 뇌가 망가진 증거일 수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무서운 건 뇌 속 염증을 방치하면 신경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한번 사라진 뇌 속 신경세포는 다시는 재생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뇌세포가 사라지면, 결국 기억과 인격을 잃는 치매로 이어진다.
예전과 달리 언짢은 기분은 면역이 위험하다는 신호다. 면역과 뇌는 어떻게 상호 소통하며 영향을 주고받을까. 그리고 면역과 뇌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 분야 세계적 석학인 미할 슈워츠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교수와의 인터뷰로 면역을 젊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봤다.
📋목차
① 뇌와 면역, 한 몸이다
② 면역이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 백신’, 다가오고 있다
③ 바쁜 분을 위한 세 줄 요약
🧠 뇌와 면역은 한 몸이다
과학자들은 수백 년간 뇌는 면역체계와는 단절된 채, 안전하게 지켜지는 요새라고 생각해 왔다. 실제로 혈관으로 침투하는 세균과 이물질은 뇌 안으로 통과하기 무척 어렵다.
‘뇌는 무균 상태로 보존된다’는 게 통념이었던 건 당연하다. 그런데 2006년 이스라엘의 한 과학자가 뇌와 면역체계가 서로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미할 슈워츠(Michal Schwartz) 교수의 성과였다.

슈워츠 교수는 “건강한 면역 체계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말한다. 면역과 뇌는 거의 한 몸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면역이 무너지면 정신은 혼돈 상태에 놓이고, 이내 영혼까지 잃는 치매까지 직결된다. 그래픽 이민서
뇌와 면역은 어떻게 상호 소통할까.
몸 속에 염증이 생기면 뇌와 면역체계는 곧바로 ‘비상연락망’을 가동한다. 뇌에서 시작해 온몸 구석구석을 잇는 미주신경을 통해 “여기 염증이 심합니다!”는 보고가 뇌로 올라간다.
면역체계는 보고만 하는 게 아니다. 곧바로 염증을 진정시키는 작업에 들어간다.
진행 상황도 다시 뇌에 알린다. “지금 염증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다음 지시를 주세요!”라는 내용이다.
뇌는 이 두 보고를 받아 염증 반응의 세기와 지속 시간을 조율한다. 마치 숙련된 연주자가 바이올린 줄의 팽팽함을 조율하듯, 면역 반응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면역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슈워츠 교수는 “나이가 들면 면역이 지치고 비효율적으로 변해 염증에 빠진다”며 “이걸 ‘면역 노화’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단계가 되면 단순히 감기에 잘 걸리는 수준을 넘어선다. 몸 전체가 만성 염증 상태로 바뀌고, 뇌와 면역의 대화에 잡음이 끼며, 뇌세포가 서서히 손상된다.

만성적인 염증이 지속되면 뇌가 치매에 매우 취약해진다. 그래픽 박지은
뇌 속에는 ‘미세아교세포’라는 면역을 담당하는 경비병이 있다. 원래는 독성 단백질을 치우고 뇌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염증 신호가 계속 울리면 이 경비병이 지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흥분해서 신경세포를 공격하고, 독성 단백질이 쌓여 간다. 이 과정은 치매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젖힌다.
슈워츠 교수는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미세아교세포가 노화세포가 돼 오히려 염증의 원천이 된다”며 “뇌와 면역의 대화가 끊기면 노화가 빨라지고, 뇌 기능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면역 젊어지는 마법, 곧 가능해진다
과학자들은 면역체계의 젊음을 되돌려 염증 노화를 역전하고 뇌 건강을 되찾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뇌와 면역체계의 대화는 뇌간의 미주신경 고립핵이라는 부위에서 처리된다. 이곳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면 염증 반응이 억제된다. 쥐 실험에서 이곳을 인위적으로 강화하자 패혈증을 일으키는 수준의 염증에서도 쥐의 생존율을 약 90%로 끌어올렸다.

염증을 억제하는 뇌 부위를 자극하자 쥐의 생존율이 크게 올라갔다. 그래픽 이민서
줄기세포를 젊게 만드는 물질도 찾아냈다. 나이가 들어 면역체계의 기력이 저물어가는 황혼이 오면 면역세포를 보충하는 줄기세포도 불량이 많아지면서 염증이 쌓인다. 그런데 불량을 줄이는 주사를 늙은 쥐에게 놓자 면역체계가 젊어지면서 바이러스 저항력이 높아졌고 염증 분자도 줄었다.
면역체계의 감시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노화세포의 능력을 차단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노화세포는 활력을 잃어 제거돼야 마땅한 세포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아 몸 전체를 시들게 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것만으로 면역체계는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 슈워츠 교수는 “뇌가 아닌 면역체계를 치료해 재활성화함으로써, 뇌 건강 회복을 돕는 방법”이라며 “현재 여러 나라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고, 올해 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