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상식

아파트 일찍 줬더니 돌변한 아들, 효도계약서도 소용 없었다

해암도 2025. 5. 27. 10:04

[은퇴스쿨]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 효도계약서는 '확실성' 가장 중요

 
 

한때 재산만 증여받고 ‘먹튀’하는 불효 자식을 방지하기 위한 ‘효도 계약서’ 작성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생전에 재산을 자식에게 주면서, 이런저런 효도를 하지 않으면 줬던 것을 무효로 하겠다고 하는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사전 증여로 상속보다 세금은 줄이고, 자식들 생활도 도와주면서, 자식이 재산만 받고 돌변할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는 ‘만능키’처럼 보이지만,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대법원 판례상 잘못된 효도계약서로는 자식이 효도하지 않아도 부모가 다시 재산을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27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의 ‘은퇴스쿨’은 효도계약서를 제대로 쓰는 법을 다뤘다. 효도계약서란 효도를 담보로 한 ‘부담부증여’다. 부담부증여란 부담을 붙인 증여라는 뜻이다. 전세를 낀 아파트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식은 아파트 뿐 아니라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해야 부담도 함께 증여받게 되는 것이다. 효도계약서는 증여에 달린 부담이 전세금이 아니라 효도라는 게 차이점이다.

 

그동안 효도계약서를 잘못 써 자식에게 거액의 재산만 물려주고 계약한 효도는 못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합법적인 부담부증여로 인정받지 못하면 일반 증여 계약이 돼 다시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효도계약서 분쟁을 포함한 부담부증여 해제 관련 민사 소송은 350건이 넘는다.

 

대표적으로 2015년 아들에게 건물 지분과 아파트 등 부동산을 증여한 어머니는 아들이 약속한 효도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반환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부모를 물질적·정신적으로 안락하게 여생을 즐길 수 있게 섬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온갖 배려를 다 한다’라는 조건이 문제가 됐다. 효도 조건이 구체적이지 않아 합법적인 ‘부담부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효도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바로 이 ‘확실성’이다.

 
은퇴설계전문가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이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에서 강의하고 있다. /머니채널 캡쳐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두 손자에게 건물 지분을 증여하면서 효도계약서를 썼던 80대 A씨는 부인과 불화를 겪으며 아들과 멀어지자 손자들에게 증여한 건물 지분을 되찾으려 했다. 효도계약서에는 ‘A씨가 심부름을 부탁하면 손자들은 잘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손자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부담부증여 해제와 등기 말소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손자들 손을 들어줬다.

 

이 때도 효도 계약의 ‘정확성’이 쟁점이 됐다. 법원은 “심부름 내용이 특정돼 있지 않고,심부름 내용에 대해 당사자 간 합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심부름 이행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부담부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은퇴설계 전문가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효도의 내용에는 부모에 대한 금전적 지원(생활비, 의료비, 노후주택 마련 등), 정서적 교류(안부전화, 본가 방문) 등이 담길 수 있다”며 “이 때 중요한 것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금액이나 횟수 등을 정해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효도의 내용은 적법성, 가능성도 충족해야 한다. 자식에게 적법하고, 이행 가능한 수준의 효도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직장 다니는 자식에게 아침, 점심, 저녁으로 집에 찾아오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계약서상 효도로 인정받지 못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효도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정당한 효도도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은퇴스쿨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