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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술로 회식하면 다음날 숙취 걱정 없어요"
해암도
2025. 4. 6. 06:15
英 과학자·의사 데이비드 너트 "술 취한 기분만 살린 알코올 대체재 연구"

“체질상 술을 못 드신다고요? 제가 만든 ‘제로 알코올 술’을 드시면 음주의 즐거움만 누리실 수 있습니다.”
마치 절대 뚫을 수 없는 방패와 무엇도 뚫을 수 있는 창 같은 발언 같지만 평생 알코올 연구에 매진한 학자는 자신감이 넘쳤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의대의 신경정신약리학자인 데이비드 너트 교수는 지난달 14일 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알코올의 대체재로 개발한 합성 분자 물질인 ‘알카렐(Alcarelle)’의 안전성을 입증해 25년 안에 세계 각지에서 판매되는 술의 4분의 1 이상을 ‘알카렐 혼합 주류’로 대체하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했다.
너트 교수는 알카렐을 활용해 ‘취하지 않는 술’ 혹은 ‘숙취 없는 술’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알카렐은 술을 마셨을 때와 마찬가지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느끼는 사회적 긴장감을 낮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술을 마신 뒤 혈중알코올농도가 0.02~0.04% 정도까지 높아지면, 알코올은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의 기능을 강화한다. 이 물질은 긴장감을 낮추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술자리를 함께 하는 사람과 유대감을 강화하는 걸 돕는다. 알코올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알카렐로 숙취의 고통 없이 ‘사교 목적의 술자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너트 교수의 목표다.

◇“숙취 없는 술 가능하다”
-왜 술 마신 다음 날 숙취를 느끼나.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은 크게 네 가지 정도의 작용을 통해 숙취를 일으킨다. 먼저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를 유발한다. 알코올은 글루타메이트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양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 역시 숙취의 원인이 된다. 또한 알코올은 뇌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해 두통이 생기게 한다.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게 만드는데 이 역시 숙취를 불러오게 된다.”
-숙취나 건강상의 위험 없이 술을 마시려면.
“간단하다. 술을 적게 마시면 된다. 영국 보건 당국은 1주일에 14유닛(1유닛은 알코올 10mL·와인 한 잔이 2~3유닛) 정도의 술만 마시는 걸 권고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뇌에서 도파민 등이 작용하면서) 더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결국 술에 취하게 된다. 이 단계까지 계속 술을 마시면서 여러 건강상 문제가 생긴다.”
너트 교수는 영국 정부의 ‘마약 오남용 자문위원회’를 이끌던 2009년 “알코올이 마약보다 더 해롭다”고 주장했다가 위원장직에서 해임됐다. 당시 그의 주장은 큰 논란을 낳았지만, 과도한 술 섭취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한 해 알코올 섭취와 관련한 사망 건수는 260만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인한 사망(60만건)의 네 배가 넘는 수준이다.
-당신이 개발한 숙취 없는 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술을 마셨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건 뇌에서 GABA라는 화학물질의 활동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도파민, 엔도르핀, 글루타메이트 같은 다른 물질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센티아(Sentia)는 오로지 뇌에서 GABA의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만 한다. 술을 마셨을 때처럼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기는 하지만 자기 통제력을 잃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는다. 알코올처럼 중독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너트 교수의 연구팀은 2021년 센티아라는 숙취 없는 술의 초기 모델을 미국과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블랙베리·아로니아 열매와 장미꽃, 감초 뿌리 등 식물의 각 부분에서 추출한 물질을 조합해 만들었다. 술이 아닌 음료로서 허가를 받았지만 마치 술을 마신 것처럼 긴장감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제로 알코올 술에 도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