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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전철에선 가방 앞으로 메는 것도 민폐?

해암도 2025. 2. 26. 06:47

가방 한 손으로 들고 타는게 매너
앞으로 메고 스마트폰 하는 경우
"팔꿈치로 옆사람 건드린다" 불만

 
 
일본의 가방 브랜드 도요오카가 판매하는 백팩 홍보 사진. 지하철에서 앞으로 메고 서서 편하게 스마트폰을 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도요오카
 

25일 오전 10시 일본 도쿄 지하철 히비야선 열차 안. 승객들은 예외 없이 백팩(등에 메는 가방)을 앞으로 메고 있었다. 20대 남성은 등산용 배낭만 한 큰 백팩을 앞으로 껴안은 채, 스마트폰을 그 위에 올려놓고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앞으로 멘 백팩’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본인들의 에티켓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뒤로 메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방이 다른 승객의 얼굴이나 어깨, 몸통에 접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장면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생겼다.

 

최근 일본에선 “앞으로 메는 백팩도 ‘메이와쿠’(迷惑·민폐라는 의미의 일본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멘 백팩 위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 팔꿈치로 옆 사람을 건드릴 수 있어 백팩도 서류 가방처럼 한 손으로 들고 타는 게 ‘탑승 매너’라는 주장이다.

 

일본 민영철도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전철 내 불편한 행위’에서 민폐 1위는 ‘가방 등을 등에 메는 행위’였다. 그런데 5위는 그런 민폐를 방지하는 방식인 ‘가방 앞으로 메기’였다.

 

일본에서 ‘백팩을 앞으로 메고 전철 타기’가 정착한 건 2018년 이후다. 당시 간사이 지역의 철도 사업자 20곳이 공동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웬만한 산행 배낭보다 큰 백팩을 메고 다니기 때문에 혼잡한 지하철에선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기 십상이었다. 백팩 앞으로 메기는 일본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고, 산와서플라이, 에이스, 도요오카 등 일본 가방 회사들은 전철에서 앞으로 메는 상황에 특화된 ‘프런트팩(frontpack)’를 내놓기도 했다. 허리에 벨트가 있고, 스마트폰을 놓는 공간도 있는 등 전철에서 유용한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선 출퇴근길 만원 전철에선 ‘프런트팩’ 방식도 ‘메이와쿠’라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남을 배려하는 척하면서 결국 백팩 위쪽 공간에 스마트폰을 놓고 편하게 보려는 것”, “스마트폰 터치할 때 팔꿈치를 움직여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는 등의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이런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러시아워 때는 서류 가방처럼 백팩도 한 손으로 들어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하자”는 의견이 대두돼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실제로 간사이 지역 철도 사업자들은 2023년부터 ‘백팩은 손으로 들자’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도쿄 지하철도 작년부터 ‘짐을 들 땐 주변을 배려합시다’라는 문구와 함께 백팩을 손으로 드는 장면을 담은 포스터를 역사 곳곳에 붙이며 계도에 나섰다.

 

다만 이런 캠페인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25일 일본의 한 인터넷 매체가 쓴 ‘전철에서 백팩 안고 타는 행위를 멈추자’는 기사에는 무려 46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만원 전철에서 남성이 백팩을 든다고 손을 아래에 두면 주변 여성들이 혹시나 몰카 촬영 같은 나쁜 짓을 할지 몰라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백팩을 든 손등이 주변 사람들의 엉덩이에 닿을 확률도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키가 작고 근력이 모자란 여학생들이 등굣길 만원 전철에서 큰 백팩을 한 손으로 들고 있다가 급정차라도 하면 중심을 못 잡고 휘청여 위험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전철에서 백팩을 앞으로 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너를 지키는 것”이라며 “매너를 너무 자주 바꾸자는 캠페인은 오히려 승객들 간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