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계란 한 알, 두부 반모, 데친 브로콜리… 사람들이 환호한 점심 사진
해암도
2025. 1. 18. 08:25
[부부가 둘 다 놀고 먹고 씁니다]
건강하고 단순한 밥상 차리기
새해에 들어서며 답보 상태였던 나의 인스타그램(@_savvy_table) 팔로어 수가 갑자기 늘기 시작했다. 매일 약 20%씩 꾸준히 늘었다. 2년 전 책을 냈을 때도 잠깐 팔로어가 늘긴 했었다. 저자에 대한 가벼운 관심이었다. 그러나 이번 증가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최근 게시물 중 유독 ‘좋아요’ 가 많았던 사진의 통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했다.
내게 오랜만에 팔로어 증가를 가져다 준 게시물은 기존에 올리던 것과 확연하게 달랐다. 2010년부터 인스타그램을 운영해 온 나는 이곳에 주로 차려 먹는 음식과 조리법, 방문하는 음식점에 대한 리뷰를 남긴다. 인스타그램과 어울리지 않게 글도 제법 길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많이 공유되고 팔로어 증가로 이어진 이 게시물은 삶은 계란과 데친 브로콜리와 두부를 담은 매우 단순한 어느 날의 한 끼 사진이었다. 조리법도 없고 간단하게 먹겠다는 짧은 새해 각오에 사람들이 호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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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한 끼 식사로 삶은 달걀 한 개, 두부 반 모, 약간의 브로콜리와 병아리콩 샐러드(샐러드 소스는 소금, 후추, 식초, 올리브오일을 섞어 만들었다)가 충분한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식사를 하고 우리 부부는 뿌듯했고, 하루 한 끼는 이렇게 먹어도 괜찮겠다고, 아니 이렇게 먹겠다고 다짐했다.
사람들의 새해맞이 대표 계획 중 하나로 다이어트는 빠지지 않는다. 젊은 사람은 외모를 위해, 나이 든 사람은 건강을 위해 저마다 체중 감량을 계획한다. 우리 부부도 2025년 한 해의 건강 관리가 앞으로 10년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각오로 작은 계획을 세웠다. 첫째, 1년 365일 중 65일만 술을 마시겠다는 ‘300일 프로젝트’(지난해 우리 부부는 최소 300일은 술을 마셨을 것이다). 둘째, 하루 두 끼 식사를 유지하며 그중 한 끼는 가급적 가볍게 먹기. 셋째, 아주 느리게 달리는 슬로 조깅 하기 등이었다. 그중 간단히 먹자는 의지를 담은 게시물에 사람들이 호응한 것이다.
간단히 먹는 한 끼 식사의 원칙은 탄수화물은 가급적 배제하고 식물성 단백질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정희원 교수의 저서 ‘저속노화 식사법’에서 힌트를 얻었다. 정 교수는 “초가공식품, 단순당, 정제 곡물, 붉은 고기,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줄이고 통곡물, 콩류, 푸른 잎 채소를 충분히 먹고 몸에 좋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잘 골라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브레인 포그(안개가 낀 것처럼 머리가 맑지 않고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현상), 우울감, 집중력 저하, 건망증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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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 끼는 한식 중심으로 먹는다.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한식을 먹는다면 건강한 식생활이라고 자부해도 좋다. 다만 이 식사를 조금 더 건강하고 단순하게 하기 위해 나는 ‘빼기’를 실천한다. 수분이 많은 음식이 있다면 국을 빼고, 김치찜이나 김치찌개가 있다면 김치를 빼고, 식물성 단백질 반찬이 있다면 동물성 단백질 반찬을 뺀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미 오래전에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고 말했고 동의보감에서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 하여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고 했다. 우리 몸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지배를 당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내 밥상을 세심하게 살피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식단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과식을 하는 편이라면 먹기 전에 밥을 조금 덜어낸 후 식사를 시작하고, 고기를 자주 먹는다면 일주일에 하루라도 채소 중심의 식사를 하면 된다. 우리 부부처럼 술을 자주 마신다면 술을 마시는 상황이나 횟수를 의식적으로 제한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