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23억짜리 책, 사람가죽 책…기기묘묘 '세상에 이런 책이'
해암도
2024. 3. 17. 07:16
[BOOK]

책표지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에드워드 브룩-히칭 지음
최세희 옮김
갈라파고스
『영락대전』은 중국 명나라 때 영락제의 명으로 만들어진 백과사전이다. 2169명의 학자가, 중국 전역에서 모은 책 8000여 권을 집대성해, 5년에 걸쳐 두루마리 2만 2937개를 만들었다. 지금은 대부분 소실됐지만, 길이 11m의 화물 트레일러에 맞먹는 규모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가장 큰 필사본인 '코덱스 기가스'. 중세 시대 악마 루시퍼에게 마력을 부여받은 필경사가 하룻밤에 다 쓴 책이라고 전해진다. [사진 갈라파고스]
그랬다, 한때 책은 지식 그 자체였다.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를 넘어 ‘인류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꼽혔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정부의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5명은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대신 다른 지식과 정보, 오락이 넘친다. 필적할 상대가 없던 『영락대전』도 600여 년 뒤 등장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왕좌를 내줬다. 세상에 존재하는 1억 2986만 4880권의 책(2010년 구글북스 추산)은 이제 용도폐기의 운명을 맞은 걸까.

단테의 '신곡'을 초소형으로 제작한 1878년 판본[사진 갈라파고스]
이 질문에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은 우리가 아는 책에 대한 상식과 통념을 깨는 것으로 답한다. 입거나 먹을 수 있는 책, 사람의 가죽과 피로 만든 책, 사기나 풍자ㆍ복수를 위해 쓴 ‘거짓말투성이’ 책, 이성과 과학의 여명이 밝기 전 쓰인 마법책과 주술서, 손톱보다 작은 2.4㎜ X 2.9㎜ 크기의 초소형 책, 아프리카 코끼리만한 2.08m X 2.79m 크기의 초대형 책…

19세기 초 출간된 '미국의 새'는 가로 99cm, 세로 66cm의 크기의 책으로, 북미에 서식하는 새들을 실물 크기로 그려넣었다. 이 책의 깨끗한 초판본은 2010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732만 1250 파운드, 현재 환율로 우리돈 123억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 낙찰된 바 있다. [사진 갈라파고스]
서지학자의 후손이자 희귀서적상의 아들인 저자는 “너무 이상해서” 책의 역사에서 “버려져 잊히고 만 별종들”을 소개한다. 그들이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으며 “그 책을 쓴 사람들과 그 책이 쓰여진 시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며.


독일 인쇄기술자가 만든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2002) [사진 갈라파고스]
가령 인피 제본은 “현대인의 감수성으론 괴이쩍지만” 18~19세기 유럽·미국에선 “살인 범죄와 의학 연구 관련 문헌을 출판할 때 용인되는 부가적인 장식”이었으며, 19세기 말에는 ‘살에 담긴 위대한 글은 필멸하는 육신이 영혼을 품는 것과 같다’는 “사뭇 낭만적인 은유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리플리 두루마리', 납 등을 금 같은 귀금속으로 바꾸는 '현자의 돌' 제조법을 담은 연금술 필사본으로, 길이가 6m에 달한다. [사진 갈라파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