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75세 이상 효도검진? 불효검진 될 수 있다" 말리는 의사들 왜
해암도
2023. 9. 21. 06:15

서울적십자병원 문영수 원장(서 있는 사람)이 19일 40대 환자의 위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이 병원은 80세 이상은 원칙적으로 암 검진을 하지 않는다. 우상조 기자
"이 나이에 뭔 검사를 받으라는 거냐."
경기도 성남시 김모(80)씨는 건강검진 권유를 거절해오다 딸이 또 얘기하자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김씨는 심장 시술을 받아서 주기적으로 심장만 검사를 받는다. 딸(52)은 "다른 데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 암 검진 같은 걸 받았으면 좋겠는데, 아버지가 너무 싫어한다"고 말한다.
75세 이상 111만명 암 검진 받아
장천공·감염·호흡정지·심정지 위험
위·대장·유방·갑상샘 검진 무용론
"의사상담 후 검진여부 결정해야"
"92세 아버지 위·대장 검진 해달라"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에 60대 딸이 "아버지가 소화가 잘 안 되니 위·대장암 검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버지의 나이는 92세. 문영수 원장(내과전문의)은 "검진의 목적은 암을 일찍 발견해서 20년 넘게 오래 살게 하는 것인데, 검진을 안 해도 100세 넘게 살 수 있다"며 "검진하다 마취 상태에서 호흡정지, 심정지가 올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설득 끝에 대장 검진은 안 했고, 위는 수면 마취 없이 내시경 검사를 했다. 결과는 이상 무.

박경민 기자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암검진을 받은 75세 이상 노인은 111만7175명이다. 대상자의 39.6%가 받았다. 2018년 92만여명(수검률 38%)에서 2020년 코로나19 탓에 잠깐 줄었다가 다시 증가한다. 두 예에서 보듯 '암 검진은 좋은 것'이라는 효심이 깔렸다. 이번 추석에도 부모님께 수백만 원짜리 검진 패키지를 선물하거나 암 검진을 권유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도 검진'이 자칫 '불효 검진'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 나이에 뭘"이라는 김씨의 판단은 의학적으로 옳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주최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포럼이 열렸다. 최윤정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암관리학과 교수(예방의학 전문의)는 '암 검진 하지 마라 5'를 공개했다. 이 중 하나가 '기대여명 10년 이하이면 유방·대장·전립샘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암 검진을 하지 않는다'이다. 나머지는 금지 항목은 갑상샘암 초음파검사, 췌장암 선별검사(무증상), 양전자 단층촬영(Pet-CT) 등이다. 선별검사란 병을 확진하려는 게 아니라 의심이 가는 걸 걸러내는 검사를 말한다. 가짜 양성, 가짜 음성이 적지 않다. 폐암 검진에서 양성이 나오면 바늘로 찔러 조직검사를 하는데 이 중 5~50%만 실제 양성이다. 유방은 10%만 진짜 양성이 나온다.
암 검진의 득보다 해가 커

박경민 기자
최 교수는 2021년 기대수명(남성 80.6세, 여성은 86.6세)을 근거로 "75세 이상의 암 검진은 이득보다 위해가 더 크다"고 말한다. 국립암센터의 '암 검진 권고안(2015년)'에도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