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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수퍼스타 ‘체조犬’을 아시나요
해암도
2023. 5. 27. 19:26
[세상만사]
새벽 산정상서 음악 맞춰 ‘체조’
“사람 나이로 일흔… 건강하길”

26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소망탑 전망대. 한 주민이 “우리 동네 유명인사 오셨다”며 환호했다.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주인공은 스피츠 견종 ‘모찌(10)’였다.
모찌의 별명은 ‘체조견’이다. 등산객들이 산정상에서 체조 음악에 맞춰 몸을 풀면, 그 옆에서 모찌는 두 발로 서 체조를 하듯 움직였다. 서초구 주민 박선미(39)씨는 “모찌가 올 만한 시간에 맞춰 등산하곤 한다”고 했다.

모찌의 주인은 이순규(56) 우면산 아리랑산악회 대장이다. 이씨는 일주일 중 6일은 우면산을 찾는다. 늘 소망탑 전망대에서 산악회원 10여 명과 체조를 해왔는데, 5년 전쯤부터 모찌가 체조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씨는 “처음엔 나무 펜스에 묶여 있는 하네스(목줄)를 풀어달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몸짓의 타이밍이 체조와 비슷했고 음악이 꺼지면 몸짓도 멈추더라”고 했다. 모찌는 회원들이 가만히 서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체조 중 ‘팔 들어 흔들어 앞뒤로 휘둘리기’ 순서가 오면 어김없이 앞발을 듣고 좌우로 허리를 흔들었다.
이 모습이 신기해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찍어 개인 소장하는 주민들도 많다. 그중 한 명인 민일영 전 대법관은 “모찌가 체조하는 영상을 지인들에게 보내니 합성이나 컴퓨터 그래픽인 줄 알더라”며 “(모찌가) 체조가 건강에 좋은 줄 아는 건지 기가 막히게 잘 따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사람들이 모찌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끔 혼자 등산을 오면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보기도 하고, ‘왜 강아지 안 데리고 왔냐’며 서운해하기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