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상식
몸속 미생물로 감염증 치료, 美서 ‘먹는 약’ 첫 승인
해암도
2023. 5. 3. 12:37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성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먹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처음으로 허가했다. 미국 세레스 세라퓨틱스의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 재발을 예방하는 치료제 ‘SER-109′다. 디피실 감염증은 설사, 경련을 유발하며 항생제 내성이 있어 치료가 어렵다. 이 질병으로 미국에서만 매년 1만5000명 넘게 사망한다.
세레스는 디피실 감염증이 재발한 환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3일 동안 매일 4개의 캡슐을 먹는 임상 시험 결과로 이번에 허가를 받았다. 임상에서 약을 먹은 후 8주 후 위약 그룹에서 40%가 재발했지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먹은 환자는 재발률이 12%에 불과했다. 건강한 미생물을 대장으로 전달해 위약 환자군보다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몸속에 사는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이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생활 습관에 따라 달라지며, 체내에서 불균형이 심해지면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유익한 미생물을 활용해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으로 많이 쓰였던 마이크로바이옴이 치료제로 확대되는 것이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대장 관련 질병뿐 아니라 흑색종, 유방암 등 각종 암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330개가 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가 올해 1억1416만 달러(약 1531억원)에서 2030년 10억6680만 달러(1조4306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내 미생물로 암 치료
스위스 페링 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 12월 FDA에서 ‘리바이오타’를 첫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리바이오타 역시 디피실 감염증 치료제로, 환자 항문으로 이를 넣는 방식이다. 건강한 사람의 분변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치료제로 가공하는 방식이다. 많은 제약사들이 천식, 아토피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마이크로바이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엔터롬 바이오사이언스는 일본 다케다와 함께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염증을 유발하는 장내 미생물의 능력을 억제해 크론병을 치료하는 원리다. 미국 베단타 사이언스는 궤양성 대장염과 알레르기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미생물은 염증을 조절하고 체내 면역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항암제로 개발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프랑스 MaaT파마는 흑색종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4D파마는 신장암,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등에 대해 임상 진행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도 마이크로바이옴 도전
국내에서도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먹는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생물이 암 환자의 장내에 들어가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항암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독일 머크의 항암제와 함께 투여해 위암을 치료하는 임상을, 미국 MSD의 항암제를 이용해 담도암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아토피 같은 피부 질환과 뇌질환, 희소질환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건선 치료제에 대해 미 FDA 임상 2상 허가를 받았다. 염증성 장 질환과 천식 치료에 대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서울대 천종식 교수가 세운 천랩을 인수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월 미 FDA에서 임상 허가를 받아 비소세포폐암, 흑색종 등 전이성 암 환자를 대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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