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사람들이 가려운 곳을 긁는 이유는

해암도 2023. 2. 16. 06:50

[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 이야기]
긁어서 생긴 통증이 가려움 억제
진통제 많이 쓰면 가려움 나타나

 
 
가려움증./게티이미지 뱅크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과 수포가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통각신경을 활성화해 통증을 유발합니다. 통증이 만성화되면 자살하려 할 정도로 고통이 심합니다. 바이러스 활동이 더 심해지면, 통각신경이 흥분하다 못해 파괴되어 통증 대신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가려운 곳을 긁을까요? 긁어서 그 부위를 아프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프게 하면 통각신경이 가려움 신경을 차단해 가려움을 없애주기 때문이죠. 모르핀을 많이 쓰면 부작용으로 가려움증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만일 통각신경이 없어진다면 가려움을 제어할 수 없을 겁니다. 바로 이것이 대상포진으로 통각신경이 파괴된 환자들이 가려움증을 겪는 기전입니다.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가려움증이 심한 환자는 긁어서 피부는 물론 그 밑 근육까지 손상하기도 합니다. 가려운 감각은 피부에만 있는데 왜 그렇게 할까요? 아직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부위가 가렵다는 것이 뇌에 잘못 기억되었기 때문으로 추정합니다. 피부가 없어진 후에도 그 부위가 계속 가렵다고 뇌가 착각하는 겁니다.

 

환상통은 팔이나 다리 절단 부위에 발생하는 감각 이상입니다. 절단 환자의 50~80%가 사라진 손과 발 부위에서 통증 같은 것을 느낍니다. 이 또한 뇌가 그 부위가 계속 아프다고 착각하는 겁니다. 다행히 환상통은 시간이 걸리지만 저절로 완화됩니다. 몸의 상처가 아무는 시간보다 뇌가 더 더디게 아무는 것이지요.

 

어찌 됐건 통각은 가려움을 완화합니다. 가려운 곳을 긁으면 시원하지만 상처가 생길 수 있으니 긁지 말고 때리기 바랍니다.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조선일보     입력 2023.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