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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집에서 살아주시면 매달 돈 드릴게요”

해암도 2022. 10. 26. 12:36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아파트 전월세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뉴스1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전체 주택을 가격 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값)이 1년 8개월 만에 6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저렴해지고, 전세 수요 상당수가 월세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전셋값 하락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법 개정 후 급등한 전셋값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당시 전세를 끼고 집을 샀던 집주인들은 최근 후속 세입자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리지 않는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주는 ‘역월세’까지 제안하고 있다.

 

◇20개월 전으로 돌아간 서울 전셋값

 

25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한 달 전보다 1.14% 내린 5억9966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5억9739만원) 이후 1년 8개월 만에 다시 5억원대로 내린 것이다.

 

한강 이북 14구의 전세 중위가격이 이달 5억3188만원으로 전월(5억3437만원) 대비 0.47% 하락했다. 반면 한강 이남 11구는 6억8755만원에서 6억7675만원으로 1.57%나 떨어졌다. 송파(-1.45%), 강동(-1.25%) 등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일부 지역의 전셋값이 크게 내린 영향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2020년 상반기까지 4억원대였지만,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작년 2월 사상 처음 6억원을 돌파했고, 9월에는 6억2680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작년 10월 금융 당국의 가계 대출 총량 규제로 인한 전세 대출 중단 여파에 6억2116만원으로 소폭 떨어진 뒤 최근까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전세 대출이 재개됐지만, 작년 2~3%대였던 대출 금리가 5~6%대로 뛰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인 전·월세 전환율(서울 10월 기준 3.28%)을 크게 웃돌고 있다. 목돈을 빌려 전셋집을 구한 뒤 이자를 내는 것보다 다달이 월세를 내는 비용이 더 적어지면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올해 1~9월 전국 전·월세 거래 208만5559건 중 51.5%(107만4015건)가 월세였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전세를 추월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자 대신 내줄게”… 역전세 이어 역월세

 

최근 전셋값 하락세가 가파른 일부 지역에선 집주인들이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 시세대로 전세를 받아서는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급한 일부 집주인들은 기존 세입자에게 계약 연장 조건으로 인테리어 교체, 에어컨 설치 등의 ‘당근’을 제시하는가 하면, 대출 이자를 내는 셈 치고 세입자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주겠다고 제안하는 사례도 생겼다.

 

경기도 성남에서 20평대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있는 40대 A씨는 내년 2월 만기인 계약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세입자에게 매달 3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했다. 최근 주변에서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많았던 탓에 2년 전에 비해 전세 시세가 5000만~1억원 정도 내렸는데, 당장 목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2020년 말부터 작년 상반기 사이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급등했던 시기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던 사람 중 현금 여유가 없는 사람은 역월세를 줘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며 “수도권 외곽이나 아파트 입주가 많은 지역의 집을 전세로 준 임대인이라면 여유 자금을 마련해두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