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이 렌즈만 끼면, 녹내장 진단·치료 알아서 해준다
안압 높아지면 각막이 렌즈 누르고
센서 모양 바뀌어 안압 변화 감지
외부 컴퓨터가 명령 내리면
전극에서 약물 방출해 치료

콘택트렌즈로 녹내장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중국 중산대의 시 시에 교수 연구진은 지난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동물실험에서 콘택트렌즈가 녹내장으로 안압이 올라가는 것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녹내장은 눈에서 체액이 잘 방출되지 않고 쌓이면서 안압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이러면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전 세계 770만명이 녹내장을 앓고 있다.
시 교수는 “안약으로 안압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환자가 제때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개발한 콘택트렌즈는 알아서 안압을 측정하고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콘택트렌즈는 두 층으로 이뤄졌다. 바깥 층에는 동공 주위로 미세 구리 전극 6개가 붙어 있다. 안압이 높아지면 각막이 콘택트렌즈를 누르고, 이로 인해 전극 모양이 바뀌어 안압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이 정보는 안테나를 통해 외부 컴퓨터에 전송된다. 컴퓨터가 안압 수치를 보고 약물 방출 명령을 보내면 안쪽 층에서 전극이 약물을 방출한다.
연구진은 토끼 실험에서 콘택트렌즈가 안압 변화를 감지하고 약물까지 방출했다고 밝혔다. 약물을 방출한 지 30분이 지나자 안압이 3분의 1까지 줄었다. 두 시간 뒤에는 40%까지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세대 박장웅 교수와 경북대 김홍균·김대우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고감도 센서로 미세한 안압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를 발표했다.
포스텍 한세광 교수는 2020년 당뇨 진단과 약물 전달을 동시에 하는 콘택트렌즈를 발표했다. 콘택트렌즈는 눈물에 포함된 당분을 통해 혈당 변화를 알아내고 그에 맞춰 약물을 방출한다. 한 교수는 “중국 연구진은 같은 방법을 녹내장에 적용한 것”이라며 “당뇨 진단, 약물 전달용 콘택트렌즈는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사인 인터로조와 본격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