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삶 무의미, 존엄한 죽음 맞고싶다”… 국민 76% 안락사 동의

국민의 76%는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자살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락사는 의사가 약물 투여나 연명 치료 중단 등으로 환자의 조기 사망을 유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의사 조력자살은 환자 스스로 약물을 주입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은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자살 입법화’에 대한 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조사 결과, 안락사 및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에 동의하는 비율은 76.3%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8년과 2016년 조사 당시 찬성 비율이 약 50%였던 데 비해 1.5배가량 높은 수치다.
동의 이유로는 ‘남은 삶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30.8%로 가장 많았다.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4.6%) ▲인권 보호에 위배되지 않음(3.1%)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반면 안락사 및 의사 조력자살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명 존중’(44.3%)이 꼽혔다. 이어 ▲자기결정권 침해(15.6%) ▲악용과 남용의 위험(13.1%) ▲인권보호에 위배(12.2%) ▲의사 오진 위험(9.7%) 등의 이유로 안락사를 반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입법화 논의 이전에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줄이는 의학적 조치 혹은 의료비 지원, 그리고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노력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광의의 웰다잉’을 위한 체계와 전문성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약 85.8%가 찬성했다. 광의의 웰다잉은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결정을 넘어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전체 응답자의 약 85.3%는 광의의 웰다잉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자살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호스피스 및 사회복지 제도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광의의 웰다잉마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광의의 웰다잉이 제도적으로 선행되지 못한다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자살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러운 흐름 없이 급격하게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국제 환경연구 보건학회지’ 최근 호에 실렸다.
최혜승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05.24